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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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국내 바이오 산업 혹한기였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투자심리가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력 하나로 버텨 온 영세한 바이오벤처들에겐 유난히 혹독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개발을 위해 외부 투자는 생존 필수요소였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 자금조달의 핵심수단이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당장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하는 대표들의 탄식까지 나왔다. 연말연시 미팅에선 '새해는 다르겠지'라는 기도같은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오고갔다. 간절했던 바람이 통했을까. 연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확산 속 국내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 자금의 유입도 살아나는 중이다. 바이오 업종은 아니지만 새해 공모주 평균 수익률이 100%를 웃도는 등 훈풍의 기운이 감돈다. 미뤘던 상장 일정을 재개 중인 바이오벤처를 비롯해 업계 전반에 긍정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다만 새해에도 여전한 업계 잡음은 변화된 분위기를 따라
"은행주 주주환원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금융당국은 배당보다 충분한 손실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김주현 금융위원장)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와 안전판 역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 연초부터 양쪽의 줄다리기가 거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 수익 전망치는 65조9566억원에 달한다. 전년(50조6973억원) 대비 30.1% 늘어난 규모다. 이익이 급증한 만큼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 이익을 늘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총주주환원율 30% 시대를 점쳤다. 은행주 주가는 연초 이례적인 상승세를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한달새 12.41% 오르며 전체 지수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기대와 달리 당국은 손실흡수 능력 확충이 우선이다. 지난 26일 잠재 부실에 대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한다고 밝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화형 AI(인공지능) 챗봇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35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2019년,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번째 투자다. 지금까지 MS가 오픈AI에 쏟아부은 자금만 15조원이 넘는다. MS의 투자배경에는 오픈AI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선보인 새로운 버전의 챗GPT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AI가 실제 사람처럼 질문하고, 답하며 심지어 소설과 시도 쓴다. 명령어만 넣으면 전문가급 프로그램 코딩도 할 수 있다. 사람의 뇌로 치면 신경세포인 파라미터(매개변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국내 VC 업계에서도 AI가 주요 화두다. 찬바람이 부는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AI 투자만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비비티에이아이, 플루토랩스, 엘리나, 이너버즈 등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뚜렷한 선도기업이 없는 상
1년째 중소기업 대표들을 괴롭히고 있는 녀석이 있다. 안전한 근로여건을 마련하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사업주 형사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다. 물론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을 수록 더욱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해 12월 5인 이상 중소기업 947곳과 대기업 8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선 대응여력이 부족하다는 중소기업이 77%였다.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는 전문인력 부족(47.6%)과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5.2%)이었다. 한 마디로 "일 할 사람도 없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존폐위기까지 얘기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오너(소유주)가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는 삼성·SK·LG·HD현대 등 대기업만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대전·대구·광주·강원·경북·경남 등 주요 지자체 등도 독자적인 부스를 꾸렸다. 대부분 관내 스타트업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해당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부스를 설치했다. CES 2023은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기업 부스가 밀집한 행사의 메인 행사장 격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일대는 테크 이스트(Tech East)로 지칭됐다. 전시가 열리는 주요 호텔들을 크게 묶어 테크 웨스트(West)·사우스(South) 등으로 불렀다.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은 테크 웨스트에 마련된 '유레카 파크'였다. LVCC에서 약 4km 떨어진 이곳에서는 주로 국가 단위로 부스를 만들었다. 해당 국가의 스타트업이 한 데 모여 바이어를 상대로 기술을 알리고 새로운 사업적 모색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무역투자
금융권에 '연체율'이라는 코로나19(COVID-19) 청구서가 날아올 조짐이 보인다.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금융지원으로 매번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이제 걷히고 있다. 은행권의 지난 11월 연체율은 0.27%로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0.49%)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미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다른 담보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의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도 심상찮다.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41%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0.71%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카드, 상호금융, 생명보험 등 모든 업권에서 연체율 상승이 최근 나타난다. 금리 상승에 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위축이 겹친 결과다. 말 그대로 '복합위기'다. 보통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조정이 6개월에서 1년 주기라는 점에서 변동주기를 맞이
"신이 정하신 때에 신세계가 모든 힘으로써 구세계를 해방시키고 구출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1940년 6월 4일 영국 총리로 재임하던 윈스턴 처칠의 이른바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2차 세계 대전 개전 초기 처칠이 하원에서 했던 연설인데 중간에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로 시작해 상륙지·들판·거리 등을 싸움터로 언급하는 비장미 넘치는 대목이 유명하다. 마지막 대목도 처절한데 일견 황당한 측면도 있다. "이 섬(영국)이 정복당하고 굶주린" 상황을 가정하며 '신세계', 즉 남의 나라 미국이 참전한다고 처칠이 장담했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공습을 당한 뒤 2차 대전 참전을 선언하기 1년 6개월 전 연설인데도 그렇다. 1년 간 처칠을 두 번 떠올렸다. 우선 작년 1월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과 이재명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이를 '전쟁광'으로 공격했던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19만9771명이나 줄었다. 2020년 사상 처음 인구가 감소한 뒤 3년째 이어지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연적 요인(출생·사망)에 의한 인구 감소폭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산업발전에 이어 최근엔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일제강점기부터 4대에 걸친 재외동포의 이야기를 담은 '파친코'의 대성공은 이제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각종 분야에 거침없이 'K'를 가져다 붙일 만큼 자부심도 커졌다. 이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같은 제품이라도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모든 것이 한반도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사라져 간다. 한 해 한국인이 20만명이 없어지고 있는데 K프리미엄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일본조차 이런 적은 없었다. 일본은 2005년 합계출산율 1.26
"수영장에 물이 빠져봐야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말은 하락장이 올 때마다 회자된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급격한 유동성 축소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드러나고 있다. 외부 자금을 통해 기업을 운영해오던 e커머스 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금난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시작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부터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는 17일 입점업체들에 대금을 주지 못해 회생절차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보고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빠르게 탈퇴하고 있다. 보고플레이는 2019년 10월 설립돼 신규 가입 혜택과 저렴한 할인 상품으로 가입자수가 100만명을 웃돈다. 라방바데이터랩에 따르면 보고는 지난해 2월 과자선물세트로 단일 라방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시리즈A 투자유치에 포스코기술투자, SK증권, IBK기업은행 등으로부터 110
16일 열린 올해 첫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여야 의원들의 한숨으로 채워졌다. 정부가 제출한 이른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설치법(자본시장법개정안) 때문이었다. 벌써 3번째 법안소위 논의인 만큼 여야 의원 모두 통과 의지가 강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한 벤처투자 활성화라는 '민생법' 취지에 공감해서다. 걸림돌은 오히려 정부측이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벤처를 주목적 투자로 하는데 왜 법문은 자산총액의 40%라고 적었냐?"고 물었다. 금융위원회는 "다른 펀드들도 '스킴(scheme·제도)'이 그렇다"며 "시행령으로 60%까지 높이면 된다"고 답했다. 소위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같은당 이용우·오기형 의원이 "기업성장집합투자업자들이 자산 100%까지 금전차입과 대여가 가능한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정부측은 "시행령으로 좀 더 낮출 거다. 30~50%까지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도 합세했다. 그는
15일 저녁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방향에서 발생한 47중 추돌사고의 원인은 블랙아이스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아스팔트 사이에 스며들었던 비나 눈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하는 현상이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아이스에 차량이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 제동이 되지 않고 핸들 조향 능력까지 잃어버린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170명,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는 46명이었다. 블랙아이스는 언제, 어느 곳에 생길지 몰라 경고판이나 전광판을 세울 수도 없다. 블랙아이스가 주로 발생하는 지점에 열선을 깔아 도로가 얼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전국의 도로만 11만km가 넘는다. 고속도로로 한정하더라도 4
#새해 벽두부터 정치뉴스란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장식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 1위'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헝가리식 대출 탕감 방안을 밝혔는데 대통령실이 이를 반박한 뒤 갈등이 이어졌고 소동은 '해임'으로 종결됐다. 어느 때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지만 정작 저출산 대책에 대한 논쟁은 없다시피 했다. 나 전 의원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가 왜 문제인지, 우리 형편에 맞게 응용할 만한 점은 없는지, 어떤 대안이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거나 언론에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수석비서관까지 내세워 나 전 의원을 반박한 의도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헝가리식 대책'은 연 12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출 탕감의 수단으로 출산이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운 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나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