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흔들린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기자수첩]또 흔들린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정혜윤 기자
2022.12.14 03:20

# "금융감독원의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수용하라." 지난 8일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들은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전격 용퇴를 발표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헤리티지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단 얘기였다.

발표 전까지 조 회장의 3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에 충격이 더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에 대한 강경 기류가 조 회장의 용퇴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 판매사의 책임을 물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가 계획한 투자 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며 계약을 취소하란 결정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티지펀드를 3907억원어치 판매했다. 전체 판매사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현재 헤리티지 분쟁 조정을 진행한 6개 판매사 가운데 1곳만 금감원에 공식적으로 분쟁조정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19일까지인 분쟁조정 수용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당국의 판단에 반기를 들긴 힘들 거란 분석이다.

투자자 보호는 중요하다.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게 감독 당국의 중요한 임무인 것도 맞다. 하지만 있던 계약을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고 자본시장 질서의 근간인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무너뜨리는 결정은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선 라임, 옵티머스에 이어 사모펀드 사태에서 세 번째 계약 취소 결정이 나오자 "무서워서 해외 사모펀드를 개인에게 팔 수나 있겠나"라고 토로한다. 판매사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사태의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만 지울 순 없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개인 사모펀드 시장도 더 위축될까 두렵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개인 사모펀드 판매액은 18조4337억원으로 2019년 말 기준 24조원과 비교했을 때 23%가량 줄었다. 전체 사모펀드 중 개인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35%로 2007년 4월 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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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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