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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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국책은행 직원들의 분위기가 무겁다. 대선을 앞두고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이 또 튀어나온 탓이다. 그중 관심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으로 쏠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을 찾아 산은의 부산 이전을 콕 집어 약속하면서다. 야당 뿐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곳 전부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산은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을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총선 때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책은행 노사의 강력 반발에 청와대가 '산은, 기은 이전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진화하고 나서야 논란이 일단락됐다. 작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는 야당이 나섰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아시아 미래금융도시'로 만들겠다며 "산은 등 정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대한 청년세대 정서는 열패감으로 요약된다. 태어나보니 스마트폰이 있었다는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경쟁에서 내심 우위를 확신하나 결과는 정반대다. 예부터 효율을 강조해온 조직 특유의 위계는 불합리를 떠나 불공정으로 본다. 경쟁의 기회조차 희박한데 '정년 연장'을 추진한다는 정부를 보며 "역시"라고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세대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없으나 민주당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청년들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 기성세대와 정치권의 86세대를 번갈아 바라보며 민주당과 멀어진다. 과거 80년대에 맹활약했던 학생운동 세대는 노무현 정부와 함께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때를 기준으로 해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맞서면서 존재감을 높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워 한 차례 더 정권을 잡았다. 오늘날 86세대는 권력도 있고 경제력(부동산)도 갖춘 기득권으로 읽힌다. 대선 승리에 절박한 이재명 민주당 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은 깃발과 인파로 가득찼다. 공원 한켠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마주보고 담배를 피웠다. 어떤 이는 마스크를 벗고 군밤과 번데기를 먹었다. 스피커에선 '개혁', '불평등', '기득권', '투쟁' 등의 구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을 대표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이 사회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1만5000여명이 모였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집회 장소는 집회 시각 2시간 전인 당일 정오에야 공개됐다. 그래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엄연한 불법집회였다.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가 불법집회에서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집회가 있고 열흘이 지난 26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력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같은 대규모 불법 집회도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대형 집회는 항상 방역당국에는 골칫거리다
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21일 1주년을 맞았다. "주권자인 국민 앞에서 결코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던 김진욱 공수처장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 국내외 기자와 가족, 법학회 회원 등 300명 이상의 통신자료를 무차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며 사찰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 1년간 단 한 건도 직접 기소하지 못하면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와 수사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 처장은 출범 1주년 행사에서 "공직사회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해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찰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처장의 다짐을 신뢰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아직까지도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단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필자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파악한 직후 이동통신사에 제출한 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해 달라고 공수처에 요구
"이 사람들(외국인노동자) 없으면 공사 진행을 못해요" 국내 한 터널공사 현장에서 무면허 외국인근로자들이 투입돼 다이너마이트를 옮기고 폭파 전 직접 설치하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현장소장 출신 건설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원청사가 최저입찰제로 하청을 남발하고, 공기 단축을 독촉하니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임금에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해당 기사 댓글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일 안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 내용을 기자에 제보한 근로자는 10년 경력의 점보드릴 기사다. 점보드릴은 지반을 부수는 폭약을 설치하기 위해 암반에 구멍을 뚫는 특수 기계다. 그런 그가 기자에게 "너무 위험하다"며 제보 메일을 보내왔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지하 터널 공사장은 온 국민에 충격을 준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이상으로 무리하고 위험하게 공사를 밀어붙인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충격적인 건 폭약을 쥔 외국인노동자
"시간당 컨설팅 비용만 2000만원으로 책정됩니다." 지난해 만났던 한 투자업계 임원이 기업형 벤처투자회사(CVC) 설립을 검통 중인 대기업에서 제시받았다고 밝힌 상담 비용이다. 그는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드물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거치고, 대기업 계열 VC에서 투자 경험까지 갖추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비싼 상담비용은 CVC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의 고민을 드러낸다. CVC는 일반적인 벤처투자와 달리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전략적인 시너지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부족한 대기업들은 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경험을 얻고자 한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금산(金産)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투자사인 CVC를 계열사로 둘 수 없었다. 기존 CVC는 모두 지주회사가 없는 기업들이 만들었거나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가 국내외 별도로 세운 형태다. 올해 지주회사 CVC 제도 시행으로 대기업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신사업 동력을
2013년 봄, 두피가 아파 염색을 포기하고 백발로 살아가는 어머니를 위해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는 사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의 갈변과 접착 원리를 이용해 샴푸로 머리카락을 물들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머리를 감았더니 염색이 된다"는 새로운 콘셉트의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지난해 8월 출시 후 100만병이 팔려나가며 대박을 쳤다. 에어쿠션과 비비크림 이후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던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착장한 신제품의 출현에 열광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샴푸에 함유된 THB성분이 문제가 됐다. 유럽에서 THB가 들어간 염색약의 출시를 금지하고 올해 6월부터는 판매 금지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THB가 피부가 후천적으로 예민해지는 피부감작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추가한 화장품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식약처 결정에 모다모다는 하루 아침에 생산중단 위기에 처했다. 모다모다 사태를 두고 업계와 소비자
"전시장 어디서도 우리만한 혁신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의 혁신이 세계적인 혁신이란 확신이었다." 지난 5~7일 미국서 열린 'CES 2022'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인의 말이다. 이 기간 한국 기업 전시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기업들이 불참했음을 감안해도 한국 기업들의 전시 내용은 외형·내용적 측면에서 충실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을 갖춘 '삼성 봇 아이' 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따로 마련한 오토존에서는 증강현실 기술과 모빌리티가 결합한 미래상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차를 두고 로봇·메타버스만 들고 나온 '파격'을 택해 웨스트홀 전시관 주인공이 됐다. SK는 거대한 숲 같은 부스에서 NCM9 배터리, CCUS 기술, AI반도체가 어떻게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줬다. 50년 전 조선업 불모지에서 근로자들이 '구두끈도 못 푼 채' 자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현대중공업은 첫 참가한 CES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에게는 적어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4일 사내간담회는 시장과 주주 그리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용서를 구해야 할 자리였다. 류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그리 느끼질 않았나 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류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신임 대표로 지목된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CSO)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류 대표는 직원들의 질문에 단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경영진의 무심한 태도에 간담회를 하고 더욱 소통의 장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대책도 나오질 않았다. 류 대표가 최소한 남은 스톡옵션의 행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면, 내부 불만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류 대표는 남은 스톡옵션 약 48만주를 신속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뒷수습은 카카오페이에 넘기고 자신은 카카오
코로나19(COVID-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기준을 두고 난리다. 법원에서 서울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하니 정부가 한걸음 물러섰다. 방역당국은 주말동안 긴급논의를 거쳐 17일 의무적용시설 6종에 대한 방역패스 해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똑같은 백화점이라도 서울·지방의 차별이 생겨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패스 해제 대상은 면적 3000㎡(약 907평)가 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해 영화관과 학원 등 6종이다. 지난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도입과 맞물려 도입된 방역패스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과 무관하게 완화된 건 이례적이다. 식당과 카페 등 11종은 유지된다. 문제는 또 있다. 방역패스를 두고 같은 법원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국민 편의성과 코로나19 감염위험도를 판단해 방역패스를 풀어줬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
금융업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전자금융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보여준 것은 금융당국이 왜 금융업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하는지 잘 드러내 준다. 한 사회가 금융업 최고경영자(CEO)에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도 잘 설명한다.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신원근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이 상장 40여일 만에 스톡옵션을 팔아 치운 것은 증시 역사상 일대 사건이다. 발단은 지난달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금요일 오후 공시가 하나 게시됐다. 류 대표 등이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주식 23만주를 매각했다는 내용이었다. 469억원이 현금화 됐다. 카카오페이를 이끌어 갈 신 대표 내정자도 3만주를 팔았다. 8명이 모두 약 900억원을 챙겼다. 그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날이기도 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보유 주식을, 그것도 한 달여 만에 대거 현금화 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우리나라만큼 손님에게 왕 대접을 해주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고객 접대를 일상적으로 하는 음식점, 주점, 소매점 등은 더욱 그렇다. 친절이 과하다보니 "3만원이십니다"처럼 괴상한 존댓말이 튀어나오고, 자칫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는 일부 비뚤어진 고객들이 갑질을 일삼기도 한다. 이처럼 기울어진 관계는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에서도 이어진다. 백신 유효기간이 지난 손님이 음식점을 이용할 경우 손님이 내는 과태료는 1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업주는 1회 위반시 150만원, 2회 위반시 300만원을 내야 한다. 결국 방역패스 검사의 의무는 업주가 전적으로 지게 되는 셈이다. 적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사태에 따른 불황을 버티면서 기존에 고용했던 직원들의 수를 줄인 곳이 대부분이다. 조리하고 서빙하고 계산하는 데도 손이 달린다. 입구를 지키고 서서 손님들의 백신접종일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버겁다. 일손을 줄여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