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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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던 물가가 조금은 주춤해졌다. 지난해 7월 6.3%까지 뛰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비)이 점차 둔화해 지난달(3월) 4.2%까지 내려온 것이다. 잡혔다고 볼수만은 없지만 기저효과에 더해 '협조'와 '억제' 등 여러 수단이 다양하게 동원됐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먼저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 답변을 통해 "(주류세 등) 세금이 조금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많이 올려야 되느냐에 관해서는 우리가 업계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주업체를 둘러싼 상황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소주의 주요 원료인 주정은 18일부터 평균 9.8% 인상됐다. 협조가 어려워질 때 급격한 가격인상과 사재기 위험마저 커질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역점을 두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학식) 사업도 뜯어보면 복잡하다. 식대 부담으로 아침을 건너뛰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쌀 소비도 촉진한다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500
'먹고산다'는 표현에서 보듯 먹는 일은 '삶'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먹는 일, 먹이는 일에 실패하면 재스민혁명처럼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 식량확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밥그릇'을 지키는 것은 늘 으뜸 국정사안이다. 첨단기술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시대의 먹거리는 식량만이 아니다. 반도체는 특히 글로벌 밥그릇 싸움이 한창인 전장이다. 미국, 유럽연합(EU)이 반도체를 자국 산업화하려고 법을 만들고 지원에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굴기 시도는 멈춤이 없다. 일본도 반도체산업 부활을 꾀한다. 반도체 중심축의 이동을 놓고 '각축전'이 거세다. 이는 단순히 기술영역의 주도권 다툼이 아니다. 경제와 군사 등 모든 방면에서 국제질서의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쟁탈의 일환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나 "중국과 관계에서 경제보다 안보를 고려할 것"이라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언급
올해 경제화두는 물가다. 치솟는 대출금리도, 영끌족을 괴롭게 만드는 부동산 가격조정도 출발점은 물가였다. 한국 뿐 아니다. 세계 곳곳이 홍역을 치른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별 1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은 강력한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죄고 있으나 안정권에 진입하려면 좀 더 금리를 올려야 하고, 시간도 더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파산과 채용감소, 가계부채 부실화도 더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재발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으로 촉발된 자유무역 시스템 해체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됐고 이로 인해 양국을 오가는 각종 제품과 원부자재 판매가격이 올라가버렸다. 이는 다시 2차제품 가격상승으로 연결됐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의
은행업은 예로부터 시기질투의 산업이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1년 365일 매일 받는다. 일요일이든, 휴일이든 상관없다. 대체공휴일이 늘어나면 직장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은행도 좋아한다. 하지만 돈을 떼이는 찰나 은행 위기는 찾아온다. 10원을 빌려줘서 매년 이자로 1원씩 받는다고 하자. 매년 은행은 대출자산 10원으로 10%의 수익을 거둔다. 10년후 빌려준 돈 10원을 받으면 은행은 10년간 100%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많은 돈을 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10년후 빌려준 돈 10원을 떼이면 어떻게 될까. 1년차 10%, 2년차 20% 등 매년 수익을 쌓았던 은행은 한순간 수익이 '0'이 된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은행 내부에 뒀다면 은행업을 계속 할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 10원을 빌려줄 수 있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혈맥'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벌었던 1원 중 일부를, 혹은 전부를 써서 남은 게 없다면 은행은 더 이상
오랫동안 가슴 한 켠에 쌓아두고도 애써 외면했던 기억들이 있다. 대부분 학교폭력(학폭)과 연관된 사건들이다. 그 출발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섭기로 소문 난 한 교사는 교실을 한 바퀴 돌며 자신의 분이 풀릴 때까지 학생들을 때리는 걸로 유명했다. 맞고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라고 호통을 치며 무차별적으로 체벌을 가했다. 그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기만 해도 공포에 질렸다. 어떤 전후 사정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았지만 싸늘한 침묵 속에 한 친구가 끌려다니다가 쓰러진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던 그날의 분위기 만큼은 지금도 숨이 막힐 정도로 생생하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일진 자리를 둘러싼 패싸움은 끊이지 않았고, 선생님들의 매질도 멈추지 않았다. 특히 학생들이 교칙을 잘 지키도록 감시하고 지도하는 권한을 학교로부터 위임받은 일부 선도부장들의 주먹질은 학폭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한번은 그들 중 한 상급생이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불쑥 들어와 시끄
#. 아무래도 세계 뉴스를 다루다 보면 미국 쪽 얘기를 많이 보게 된다. '뉴스 메이커'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정부가 내세우는 5가지 정책 주제를 앞으로 빼놨다. 국가안보, 이민 등은 대통령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런데 마지막 한 가지가 낯설었다. '오피오이드(Opioid) 위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과다복용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늘자 트럼프 정부도 주목한 문제다. 총기 사고와 함께 마약 문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두운 면이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남의 일로만 생각됐던 마약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의 모습에선 어떤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까. #.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10년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는 2만1089명, 그런데 사망자 수는 2020년 6만8630명, 2021년에 8만411명으로 몇 년 사이 급증 추세를 보였다. 전체 약
#1. 세종대왕이 형제 중 유일하게 똑똑했던 건 아니다.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 사이의 아들은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먼저 태어난 3명이 요절하고 막내 성녕대군도 14세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은 아들은 셋. 장남부터 순서대로 양녕대군, 효령대군, 그리고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다. 첫째 양녕대군이야 결국 세자 자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니 차치하자. 양녕과 당대 최고의 미녀 '어리'의 사랑은 로맨스와 불륜, 패륜을 넘나들었다. 이제 남은 건 효령과 충녕. 이 가운데 태종은 왜 후계자로 충녕을 택했을까. 둘째 효령대군도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어질기로 소문이 났다. 첫째가 임금의 재목이 안 된다면 다음 기회는 둘째로 가는 게 자연스러울 터. 그럼에도 효령대군이 세자 경쟁에서 탈락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술을 한 모금도 못 마신다는 것. 조선은 중국 명나라와 조공책봉 관계였다. 명나라 사신을 극진히 대접하는 게 당시 조선 임금의 가장 큰 역할 가운
대한민국의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지난 2019년 11월 시작됐다. 이때부터 39개월째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12만3800명이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인구는 끝없이 감소한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로 제시한 '100년 추계 통계표'를 보면 2070년 3765만명 수준인 인구는 2120년 2095만명까지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암울한 미래다.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50.0%로 집계됐다. 그렇다보니 2019년 23만9159건이던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1697건까지 줄었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5.3%에 그쳤다. 문제는 젊은층이다. 10대의 경우 41.1%, 20대는 44.0%만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보니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
# 1월1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12개 식품업계 임원들을 불러 "가격 안정에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설을 앞두고 있었기에 식품업계는 이 메시지를 설까지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지침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설이 지나자 마자 식품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버거, 빵값, 생수, 음료, 과자 등등 식품가격 인상 소식이 쏟아졌다. 가격인상이 이어지면서 '소주값 6000원' 논란이 벌어졌다. 2월28일, 농식품부는 다시 12개 식품회사를 호출했다. 1월 소집 때와는 격이 달랐다. 1월엔 농식품부 담당 과장이 회의를 주재했지만 이번엔 장관이 직접 나섰다. 식품회사들도 대표들이 불려 나왔다. 정황근 장관은 "최근 식품물가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 입에서 '엄중'이란 단어가 나왔다는건 심각한 경고다. 이번엔 가격 인상 계획 철회 소식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이 장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고 풀무원, 대상 등도 인상 계획을 접었다. 이어 논란의 소
'개판 오 분 전'. 국어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 요즘 의료계를 이 한 마디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의료계가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때가 또 있었던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는 일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료원 수십곳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일부 진료과를 폐쇄했다. 최근 대구에선 10대 청소년이 치료해 줄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정이 이런대도 가장 중요한 해법인 의사정원 확대는 의사들의 반대로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중 7명이 의대정원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60%는 의사가 부족하다고도 답했다. '진료 대기시간이 길고 상담이 불충분하다'고 답한 이들도 과반을 훌쩍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는 2.1명이
선친은 벼농사를 지었다. 고령에 투병 중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아버지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벼를 말리고 자루에 담아 창고에 쌓는 것까지 남의 손과 기계를 빌렸다. 대신 한 해 농사 끝에 벼를 팔아 번 돈은 비룟값과 농약값, 기계삯을 겨우 맞출 정도였다. 아버지가 손에 쥔 것은 자경농에게 정부가 주는 직불금이 전부였다. 투입하는 노동도, 자본도 거의 없이 직불금만큼 지대를 받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국 사회 전체의 고령화가 문제지만, 농촌은 특히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영주가 60세 이상인 농가 비율은 77.3%다. 벼는 이런 초고령화에 최적화된 작물이다. 한국농촌사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논벼 기계화율은 98%다. 반면 밭작물 기계화율은 콩 67%, 고추 47%, 마늘 59%, 양파 63% 등 평균 60% 수준이다. '쌀 미(米)' 자가 벼농사는 농부의 손길이 88(八十八)번 간다고 뜻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현대에는 힘없는 노인들도 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퇴출 위기에 처했다. 감염병 위기단계 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비대면 진료 도입 법안(의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말이나 5월 초 코로나19에 대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은 5월11일 비상사태 해제를, 일본은 5월8일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5류 감염병으로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정부도 이 시기에 맞춰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출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심각 단계에서만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위기단계가 하향조정되기 전까지 한 달여 동안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되고 관련 플랫폼들은 사업을 접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