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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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은 벼농사를 지었다. 고령에 투병 중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아버지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벼를 말리고 자루에 담아 창고에 쌓는 것까지 남의 손과 기계를 빌렸다. 대신 한 해 농사 끝에 벼를 팔아 번 돈은 비룟값과 농약값, 기계삯을 겨우 맞출 정도였다. 아버지가 손에 쥔 것은 자경농에게 정부가 주는 직불금이 전부였다. 투입하는 노동도, 자본도 거의 없이 직불금만큼 지대를 받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국 사회 전체의 고령화가 문제지만, 농촌은 특히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영주가 60세 이상인 농가 비율은 77.3%다. 벼는 이런 초고령화에 최적화된 작물이다. 한국농촌사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논벼 기계화율은 98%다. 반면 밭작물 기계화율은 콩 67%, 고추 47%, 마늘 59%, 양파 63% 등 평균 60% 수준이다. '쌀 미(米)' 자가 벼농사는 농부의 손길이 88(八十八)번 간다고 뜻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현대에는 힘없는 노인들도 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퇴출 위기에 처했다. 감염병 위기단계 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비대면 진료 도입 법안(의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말이나 5월 초 코로나19에 대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은 5월11일 비상사태 해제를, 일본은 5월8일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5류 감염병으로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정부도 이 시기에 맞춰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출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심각 단계에서만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위기단계가 하향조정되기 전까지 한 달여 동안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되고 관련 플랫폼들은 사업을 접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비대
최근 중국 위안화가 국제 결제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21일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과 결제할 때" 위안화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3월28일에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프랑스의 토탈에너지에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며 위안화로 결제했다. 국제 LNG 결제에서 위안화가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3월29일에는 브라질 무역투자진흥청이 브라질과 중국간 거래에서 달러화 대신 브라질 헤알화와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미국 언론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언론인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서 연달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지난주에 이에 대한 사설이나 논평, 칼럼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실제로 위안화의 이같은 영향력 확대가 기축통화로
# 팍팍하고 빡빡하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확정한 '2024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틈이 없다. 각 부처에게 내년도 '돈 쓸'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인데 실제론 어떻게 '돈 안 쓸지'를 말하라는 지시로 읽힌다. 첫 줄만 봐도 완고하다. '엄격한 재정 총량 관리와 건전 재정 기조 견지'. 나라 곳간을 지켜 살림살이를 튼실히 만들겠다는 선언이자 의지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의지는 강하다. 이전 정부의 확장 재정과 대비되는 긴축 재정 대신 '건전'을 강조한다. 전임 정부의 재정 운용이 방만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실제 2020년 512조원이던 본예산은 2023년 638조원으로 급증했다. 3년새 24% 이상 뛰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수지 비율은 2017년 -1.0%, 2018년 -0.6% 수준에서 2021년 -4.4%로 악화됐다. 2019년까지 40% 미만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1년 47%로 증가했다. 2024년엔 50%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가족들 150여명이 한국(정확히는 울산)으로 들어온지 1년여가 지났다. 그들이 머무르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아파트에서, 때론 다문화센터에서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등 직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들은 한국인을 비롯한 다국적 동료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다.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형광펜 칠해놓은 메뉴 소개로 피할 수 있다. 할랄푸드(이슬람 허용식품)에 준하는 음식들이 다수 포함된 글로벌식 메뉴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집에 주로 머무르는 어머니들은 할랄푸드 식자재가 준비된 주변 상점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과 남편, 가족들의 음식을 장만한다. 울산의 그 아파트 알뜰시장에 할랄 인증 식자재를 실은 트럭이 정기적으로 들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가끔씩 다문화센터에 이웃들을 만날 때는 아프간식 빵(볼라니)을 구워 가는 이들도 있다. 음식을 나누면 이웃들과 한층 가까워질수 있다는 기대도 깔
본질은 사라지고 프레임만 남았다. 주 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하려는 취지는 잊혀졌다. '주 69시간제'라는 왜곡 또는 오해만 부각됐다. 논란 끝에 다시 손을 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흠집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은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노사가 합의해 '더 일해야 할 때 몰아서 하고 일이 적을 때는 적게 하자'는 의도다. 노조가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다. 당사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산업·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하자는 요구를 담았다. 주 40시간 근로에 12시간씩 추가 연장근로를 하던 것을 월 단위로 바꿔 특정한 주에 69시간 일했다면 다른 주에 35시간만 일하면 된다. 나머지 2주는 52시간이 평균 근로시간이다. '주 52시간'이라는 총량은 변함이 없다. 이를 어기는 것은 불법이다. 근로시
한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가깝지만 불편한 이름 중 하나가 펀드(Fund)다. 금융계에서 인정하는 세계 첫 펀드는 1868년 영국에서 생겨난 '해외 식민지·정부 신탁(The Foreign Colonial & Government Trust)'이다. 현재의 펀드와 골격이 거의 같은 상품으로 영국 자본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펀드는 1921년 '미국 국제 증권 신탁'(The International Securities Trust of America). 신생 기업들이 펀드를 통해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며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고, 이 과실을 투자자들이 누리면서 미국은 펀드의 천국이 된다. 한국도 역사가 상당하다. 1970년 한국투자개발공사가 1억원 발행한 '증권투자신탁'이 첫 펀드다. 그러나 한국의 펀드는 재테크 실패의 상징이라는 오명 탓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펀드시대 개막의 주역이었던 '바이 코리아' 펀드(1999년 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가 대표적이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또는 그밖의 채무증서를 발행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이다." 은행업법에 적힌 은행업의 정의다.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것'이 은행의 본질이다. 이익을 얻으려면 낮은 금리로 예금을 받아 높은 금리로 빌려주면 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경제에서 사기를 치지 않는 이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짧게 빌리고(예금), 길게 빌려주면(대출) 가능하다. 단기 예금(요구불예금)이 많고 장기 대출(혹은 장기채권)이 많으면 은행 이익은 극대화된다. 반대로 단기 예금이 빠르게 빠지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 빌려준 대출을 떼여도 어려워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SVB가 거액 기업예금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지난달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찾아간 인구 6000명 남짓의 한 산골 동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9년 당시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95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은 물론 일본 전국 평균(1.36명) 대비 2배를 넘어서며 '기적의 마을'로 불리고 있는 오카야마현의 '나기초(奈義町)' 얘기다. 이 지역의 2005년 합계출산율이 1.41명에 그쳤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의 탐방도 줄을 잇고 있다. 지역의원과 공무원 규모를 줄이면서 15년 넘게 꾸준히 시행해온 나기초의 독자적인 출산·육아 지원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가 주말도 반납하고 달려간 배경엔 일본에 닥친 인구 위기의 심각성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신생아 수는 79만9827명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8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89만9000명)과 비교해 3년
얼마 전 괴짜 CEO(최고경영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인수한 트위터의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이 화제였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데, 그러다 보니 상대가 누구인지 새삼 주목됐다. 처음에 직원은 트위터로 자신이 해고된 건지 확인차 물었고, 머스크는 근육위축증을 앓는 그의 장애를 거론하며 조롱하듯 답했었다. 이 직원 하랄뒤르 소를레이프손은 아이슬란드 사람으로 2014년 우에노(Ueno)라는 디지털 디자인 업체를 세웠다. 2021년 트위터는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소를레이프손은 일시불로 인수대금을 받는 대신 자신이 트위터 직원으로 있으면서 월급 형태로 나눠받기로 했다. 머스크가 사과한 건 그를 해고할 경우 남은 거액의 인수대금을 한꺼번에 줘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정확한 인수 거래 내용은 미공개) 궁금한 건 소를레이프손이 왜 인수대금을 월급으로 받았는지다. 이유는 의외로 세금을 '더 내기' 위해서였다. 아이슬란드에서 자본이득
#1. "우리나라는 그들이 오면 어루만져주고 돈을 넉넉히 주며 두텁게 예의로 대했지만, 저들은 관습적으로 예사롭게 여기며 참과 거짓으로 속이기도 한다. (중략) 변덕을 부리는 데 온갖 방법을 다 쓰며 욕심이 한정이 없고, 조금이라도 뜻에 거슬리면 험한 말을 한다." 조선 초기 문신 신숙주가 저서 '해동제국기' 서문에 쓴 일본인들의 기질이다. 1443년 세종의 명령으로 일본을 다녀온 신숙주는 이후 일본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모아 1471년 성종 때에야 이 책을 펴냈다. 일본 본토와 대마도, 류큐(현 오키나와) 지역의 역사와 풍속, 정치 제도 등을 2권으로 정리한 이 책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일본인들 사이에선 평가가 갈리지만, 당시 조선에서 이 정도로 잘 정리된 일본 관련 자료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이 책을 쓴 신숙주가 당대 조선 최고의 '일본통'으로 불렸음은 당연한 일이다. 신숙주가 세상을 떠나자 영의정을 지낸 홍윤성이 "이제 신숙주가 죽었으니 만일 일본인들에게 무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실물 리스크로 전이될지 우려가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만큼 또다른 이벤트가 발생해 실물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은 적지 않다. SVB는 미국 16위 은행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 금융기관 파산으로는 최대 규모다.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때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한 파생상품들로 인해 금융 시스템 위험성이 불거졌다면 이번 SVB 는 초우량 상품인 미 국채에 주로 투자했다는 점에서 금융 시스템에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도 위기 확산 조기 차단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재무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고객 예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금융기관에 대출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미국 정부의 발빠른 조치 등으로 SVB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