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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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용인 기흥구 마북동 숲길을 따라 들어서자 웅장한 흰색 건물 군락이 나타났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은 1996년 세워져 지금까지 이어진 이곳은 국내 건설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종합 연구시설이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다섯 개 연구동과 부속시설. 구조안전성을 시험하는 대형 구조실험동, 에너지 성능을 검증하는 환경실험동, 그리고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보유한 실험터널까지. 이 모든 공간이 거대한 '미래 주거의 실험실'로 연결돼 있다. 현대건설이 네 가지 주거 혁신 솔루션 △네오프레임 △올라이프케어 하우스 △H 사일런트 홈 △에너지케어랩으로 '미래의 집'을 준비중인 공간이다. ━올라이프케어 하우스, 침대 위에 눕자 공기가 달라졌다━다음 체험 공간은 올라이프케어 하우스. 말 그대로 삶의 모든 부분을 챙겨준다는 의미다. 이곳은 수면·영양·운동·메디컬·응급 대응·청정주거 등 주거 속 건강 케어를 한눈에 보여준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방 안의 공기가 서서
#널따란 복도에 초등학교 5학년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선생님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던 정미경 서진학교 교감은 웃으며 "관심 주지 마세요"하고 언질을 줬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아이는 종종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학생들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특수학교의 장점은 이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맞춤 교육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머니투데이가 방문한 서진학교는 일반학교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9호선 가양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 아파트 단지에 둘러쌓인 학교는 여느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켠에는 공용 휠체어가 정리돼 있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엄격히 분리되는 일반 학교와 달리, 복도에는 아이들이 종종 도움선생님의 손을 잡고 지나갔다. 몸은 훌쩍 컸지만 화장실도 어른과 함께 가야 하는 아이들이다. 서진학교는 2017년 학부모
"연습생 '한'님 입장하세요." 지난 3일 방문한 SK텔레콤 'T팩토리 성수'. 이곳에서 하루아침에 K-엔터 연습생이 됐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미디어월이 시선을 압도했다. SK텔레콤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A.X(에이닷 엑스)가 환영 메시지를 보여주는 순간, 마치 실제 오디션 현장에 들어온 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배에 붙인 '연습생 배번호표'는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1층 메인 체험존의 콘셉트는 'T 엔터테인먼트'. 이름 그대로 관람객 모두가 엔터사 연습생이 돼 데뷔하는 과정을 직접 겪는 공간이다. 기자역시 '데뷔 카운트다운'이 적힌 '배번호표'를 붙이고 체험을 시작했다. 첫 단계는 노래. 화면에 뜬 단어를 절대음감 모드로 불러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어지는 무대 장악 미션에서는 전시장 곳곳을 비추는 카메라를 찾아야 했고, 표정 연기 코너에서는 키오스크가 띄운 이모지를 따라 해야 했다. '요즘 Z세대 트렌드' 상식 퀴즈까지 이어지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몰입하
"예년보다 훨씬 규모가 커요. 아트바젤 홍콩과 견줘도 손색없어 보입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찾은 중국 국적의 미술 수집가 쭨옌씨(41)는 관람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중국)이나 당다이 타이페이(대만)보다 규모나 질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내놨다. 쭨옌씨는 "한국에는 재능있는 작가들이 많았지만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아트페어가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 행사가 됐다는 느낌을 줬다. 언론과 VIP에 하루 앞서 공개된 키아프·프리즈 서울에는 파리나 마드리드, 타이페이, 도쿄 등 주요 거점의 갤러리들과 세계적 작가들이 총출동했다. 마르셀 뒤샹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예술가 로랑 그라소도 직접 현장을 찾아 우리 미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외
"발에 묻은 모래를 씻으려고 했는데 세척장 수도꼭지까지 잠겼네요." 2일 강원 강릉 경포해변에서 만난 관광객 서모씨(50)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름휴가로 강릉을 찾은 서씨를 당혹스럽게 한 건 세척장 수도꼭지만이 아니었다. 서씨가 잡은 경포해변 인근 숙소는 이날부터 사우나 이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그는 "모처럼 휴가를 내서 바다도 보고 사우나를 하며 피로를 풀려고 했는데 당황스러웠다"며 "샤워도 마음 놓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는 이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남해로 가야겠다"고 했다. ━호텔 수영장·사우나 운영 중단… 물과 함께 줄어든 식당 손님━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강릉 주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폭주한다. 특히 관광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지역상권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부터 스카이베이호텔과 세인트존스호텔은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중단했다. 신라모노그램은 지난달 31일부터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현재 강릉 지역 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네요." 1일 지방의 한 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A(레지던트 3년차)씨의 복귀 소회다. A씨는 지난해 2월 사직 후 1년6개월을 넘긴 이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기존에 수련받던 병원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바깥세상과 달리 대학병원은 여전히 1분1초를 다투는 치열한 세상이었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수련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 B(여·레지던트 4년차)씨도 "오랜만에 아이들(소아 환자)을 볼 수 있어 좋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가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부분 전공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C(55)씨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응급실 뺑뺑이를 직접 겪었다"며 "전공의 복귀로 의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 중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네요." 지방의 한 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A씨(레지던트 3년차)는 1일 오전 복귀 소회를 묻는 본지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사직 후 1년6개월을 넘긴 이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기존에 수련받던 병원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바깥세상과 달리 대학병원은 여전히 1분1초를 다투는 치열한 세상이었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수련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 B씨(여·레지던트 4년차)도 "오랜만에 아이들(소아 환자)을 볼 수 있어 좋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B씨는 "모든 문제가 온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라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들과 보호자들, 병동 및 외래 선생님들과 이전과 같은 관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더 늘려야 한단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경주는 위대한(Greatest) 문화도시입니다. 한국이 APEC 문화 행사를 첫번째로 여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7일 경상북도 경주시의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미국 국적의 에이든씨(28)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첫 아시아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했다가 인터넷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고 여행지를 바꿨다. 에이든씨는 "미국의 20대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는 이미 주류 문화"라며 "주변에도 한국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의 문화예술계가 들썩인다.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몰려오면서 박물관·미술관과 공연·전시 관람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분산돼 경남권 전체의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만난 경주 일대의 박물관과 미술관 관계자들은 모두 최근 외국인의 방문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안내견학교. 개교 32주년을 맞은 기념식장은 환희와 눈물로 뒤섞였다. 무대에 오른 퍼피워커(자원봉사 가정)들이 지난 1년간 강아지들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자 객석에서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강아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울먹이거나, 마이크를 잡자마자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는 봉사자가 대부분이었다. 퍼피워커들은 강아지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안내견학교와 삼성화재,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돌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강아지들이 우리를 키웠다"며 "사랑과 행복을 선물해준 존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안내견 '방긋'을 맡았던 한 봉사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쏟아부은 시간이 내게도 값진 기회였다"고 전했다. 어린이 퍼피워커는 "태극이를 키우면서 사람들의 따뜻함과 세상의 선함을 느꼈다"며 "안내견과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8~9주 된 강아지들은 퍼피워커 가정에서 1년 동안 돌봄을 받으며 기
"박카스 한 박스에 5700원이면 엄청 싼 거야."(딸) "그럼 하나만 사지 말고 3개 사."(아빠) 지난 22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메가팩토리약국은 평일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463㎡(14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지만 대량구매를 위해 너나없이 카트를 끌고다녀 이동이 쉽지 않았다. 약국이름이 적힌 검은색 옷을 입은 직원들은 매장 안팎을 쉴 새 없이 오가며 빈 진열대를 채웠다. 약국 관계자는 "매일 아침 제품이 입고된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창고형 약국'을 향한 관심은 여전하다. 이날도 유모차를 끌고온 젊은 엄마부터 80대 노모를 모시고 온 중년남성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5층 건물의 2~4층을 주차장으로 쓰지만 차량 2~3대는 자리가 없어 입구 앞에 항상 대기 중이었다. 가족·지인의 부탁으로 대리구매 목록을 써온 소비자도 눈에 띄었다. 메가팩토리약국은 지난 6월10일 20년 경력의 정두선 대표약사가 5년여의 준비를 거쳐 개
"'마운자로' 물량이 많지 않아요. 비만약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거 같아요. 70대, 80대 노인분들도 비만약 처방을 받을 만큼 다이어트 욕구가 상상 이상이더라고요."(비만약 처방 의료기관 원장)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의료기관에서 공식 처방되기 시작한 21일. '비만약 성지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3가 인근 의원에는 비만약을 처방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의원 진료실 책상에는 아예 양대 비만약인 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제품과 관련 설명서들이 놓여 있었다. 이 의원 원장은 "비만약을 찾는 환자들이 많이 온다"며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좋아 마운자로 출시를 기다렸다가 오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뛰어난 마운자로가 나온 데다 위고비 가격은 낮아져서 비만약이 더 대중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에서 처음 비만약을 처방받았다는 이모씨(32)는 "이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입은 근로자들이 K2 전차를 조립하기 위해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14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이다. 섭씨 32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 공장 내부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 대형 선풍기와 냉풍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곳곳에 얼음물이 배치돼 있었지만, 거대한 공장 내에 가득찬 열기를 완전히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와중에도 근로자들의 손놀림은 경쾌했다. 3~4명이 한 팀을 이뤄 K2 전차를 조립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기자단이 접근해도 곁눈질 한 번 안 줄 정도로 초집중 모드였다. 장갑, 해치, 포신 등이 조립돼 전차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차 제작은 판재 절단 후 복잡한 용접을 하는 과정의 반복이기 때문에 '자동화' 보다는 '손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이 '땀'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로템의 질주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현대로템 K2 전차가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