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는 위대한(Greatest) 문화도시입니다. 한국이 APEC 문화 행사를 첫번째로 여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7일 경상북도 경주시의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미국 국적의 에이든씨(28)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첫 아시아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했다가 인터넷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고 여행지를 바꿨다. 에이든씨는 "미국의 20대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는 이미 주류 문화"라며 "주변에도 한국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의 문화예술계가 들썩인다.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몰려오면서 박물관·미술관과 공연·전시 관람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분산돼 경남권 전체의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만난 경주 일대의 박물관과 미술관 관계자들은 모두 최근 외국인의 방문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우수한 인프라, 저렴한 비용 등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매력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APEC 회의가 결정된 이후 부산을 통한 크루즈 관광, 개별 관광객 등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 관광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단연 돋보이는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이다. 경주를 수도로 삼았던 신라의 유산들을 망라한 전시로 외국인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이나 반가사유상, 웃는기와(얼굴무늬수막새) 등 유산과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독일 국적의 마흐씨(42)는 "한국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인상적인 '예술품'과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APEC 사상 처음으로 문화고위급대화가 열리고 있는 보문관광단지 인근에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개인에게 꼭 맞는 색깔을 찾아 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이나 XR(확장현실)을 활용한 경주 국가유산 체험, 우리 문화를 소재로 한 굿즈(기념품) 가게에도 외국인들이 줄지어 방문했다. 전통 한복을 차려 입은 모델들과 사진을 남기려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경주 문화예술계는 APEC 정상회의를 디딤돌로 손님 늘리기에 나선다.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117만여명(2024년 기준) 수준으로, 올해 150만여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주의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경주의 문화시설은 13곳으로 경상북도·남도 중 가장 많다.
독자들의 PICK!
문화체육관광부도 경주의 문화콘텐츠 구축을 지원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취임 직후 경주를 찾아 문화 콘텐츠 준비와 기반시설 조성 등을 점검했다. 문화고위급 대화에서 채택될 각국 문화협력 결의문을 바탕으로 경주의 문화유산 보존에도 속도를 낸다.
경주의 한 미술관 관계자는 "APEC 행사 개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문화수도' 경주가 충분한 문화예술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를 마중물로 삼아 다양한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공연·전시를 확대해 문화 관람객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