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못 가" 딸인 줄 알았던 문자…이미 시멘트에 암매장된 뒤였다[뉴스속오늘]

"어버이날 못 가" 딸인 줄 알았던 문자…이미 시멘트에 암매장된 뒤였다[뉴스속오늘]

이재윤 기자
2026.08.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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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과거 한 방송에서 공개된 피해 여성 김씨와 남자친구 이씨의 모습. 방송에선 이씨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화면 갈무리
과거 한 방송에서 공개된 피해 여성 김씨와 남자친구 이씨의 모습. 방송에선 이씨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화면 갈무리

"어버이날 못 가."

이미 세상을 떠난 딸 김모씨(당시 26세)에게 온 문자. 이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매년 어버이날을 살뜰히 챙기던 딸이었다. 목소리라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돌아온 것은 "바빠서 전화를 못 드린다"는 짤막한 답장뿐이었다. 아버지는 딸이 일하느라 바쁜 줄로만 믿었다. 하지만 문자는 딸을 살해한 남자친구 이모씨(당시 만 25세)가 보낸 것이었다.

법원은 "엄벌이 불가피 하다"며 이씨에게 중형을 선고 했다. 10년 전인 2016년 8월 14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1심과 2심 모두 양형 기준 상한선인 징역 13년을 초과하는 선고를 내렸고, 대법원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됐다. 형기를 모두 채울 경우 이씨는 2033년 중순 출소할 예정이다.

강사-수강생에서 연인관계…친절한 얼굴 뒤에 숨겨진 집착과 교제폭력

피해자 김씨는 평소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자 누나였다. 삼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김씨는 중학생 시절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뉴욕 명문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재원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맏딸의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부모는 대출까지 받으며 약 10억 원에 가까운 학비를 감당해야 했다.

대학 졸업 후 귀국한 김씨는 동생들의 학비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영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사망 직전 김씨는 서울 소재 유명 기업에 '억대 연봉' 조건으로 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합격 소식을 들은 김씨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첫 월급을 타면 깜짝 선물로 500만 원을 보내드리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통화가 됐다.

김씨가 이씨에게 폭행 당한 모습./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갈무리.
김씨가 이씨에게 폭행 당한 모습./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갈무리.

남자친구인 이씨와 관계는 영어 학원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씨는 쇼핑몰 사업에 실패한 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김씨가 강사로 있는 학원에 등록했다. 이렇게 알게 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타인 앞에선 더없이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비춰졌으나 내면에는 심각한 폭력성과 소유욕을 지닌 위험한 인물이었다. 김씨와 단둘이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돌변했고, 집착과 통제도 갈수록 심해졌다. 이씨는 김씨가 전화를 제때 받지 않거나 연락이 조금이라도 두절되면 주먹을 휘둘렀다. 회식 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고 있던 김씨의 집에 찾아와 폭행을 가해 온몸에 피멍을 입히기도 했다. 폭력을 가한 다음 날이면 이씨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애걸복걸했다.

김씨는 가해자가 변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고, 만남과 결별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김씨는 친구에게 "이씨가 너무 무섭고 폭력적이어서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 살고 싶다"며 극심한 공포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극은 김씨가 취업을 확정 짓고 이 씨에게 최종적인 결별을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2015년 5월 2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오피스텔에서 김씨가 이씨에게 확실하게 이별을 고했다. 이에 이씨는 격분해 김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치밀하고 잔혹했던 사체유기와 은폐…법정에서 돌변한 살인범

살인을 저지른 이씨는 이틀 동안 시신을 오피스텔에 방치한 채 구체적인 은폐 방법을 구상했다. 시신이 결코 발견되지 않도록 시멘트를 이용한 암매장을 계획했다. 과거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시멘트 배합 방식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이씨는 렌터카 업체에서 승합차를 예약하고, 시신을 담을 대형 여행용 캐리어 등을 구매했다.

범행 5일 뒤인 7일 오전 이씨는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암매장 장소로 물색해 둔 충북 제천시의 한 야산으로 향했다. 인근 모텔에 투숙하며 야산을 오르내린 이씨는 깊이 약 1m의 구덩이를 파고 캐리어를 묻은 뒤, 시멘트를 붓고 석쇠를 대어 흙으로 완전히 덮는 방식으로 시신을 암매장했다. 범행을 완료한 후에는 무덤 주위에 소주를 뿌려 제사를 지내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서 김씨의 시신이 시멘트에 암매장 된 채 발견됐다./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화면 갈무리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서 김씨의 시신이 시멘트에 암매장 된 채 발견됐다./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화면 갈무리

그 후 2주 동안 이씨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일상적으로 출근하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활했다. 범행을 완벽히 은폐하기 위해 김씨의 휴대전화를 직접 소지하며 피해자의 주변인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김씨의 아버지와 남동생, 학원 후배 등에게 피해자의 평소 말투를 흉내 내며 50여 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송신했다. 어버이날에 못 간다는 메시지 역시 유족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씨의 범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러났다. 5월 중순 김씨의 본가로 입사 예정이었던 회사의 내용증명이 배달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로 인해 교육 과정을 중단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의 아버지가 회사에 확인한 결과 김씨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했으니 퇴사하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잠적했다. 이씨가 김씨의 휴대전화로 보낸 문자였다.

이상함을 느낀 김씨의 아버지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5월 18일 이씨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자해를 시도한 뒤 스스로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하지만 자수마저도 재판과 양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란 정황이 있다. 이씨가 묵었던 호텔 방 안에는 김씨의 사진이 보란 듯이 걸려 있었고, 스스로 112와 119에 전화를 걸어 "왜 이렇게 구조대가 늦게 오느냐"고 독촉했다. 당시 상처의 깊이는 매우 얕았으며 이미 지혈이 완료된 상태였다.

유족들은 이 모든 과정이 감형을 받기 위한 철저한 위장 전술이라고 분노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딸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법정에서 선고 공판을 지켜봤다. 특히 피해자의 유족들은 형이 선고되자 오열하며 법정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피해자 김씨의 시신이 암매장된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서 이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SBS 궁금한Y 화면 갈무리.
피해자 김씨의 시신이 암매장된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서 이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SBS 궁금한Y 화면 갈무리.

자수한 이씨는 검찰 수사 단계까지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가 급변했다. 국선 변호인을 쓰겠다던 이씨는 유명 법무법인 변호인을 선임했다. 그리고 법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의 사망 원인은 목 졸림이 아니라 평소 앓고 있던 지병 때문이며 자신은 그저 두려운 마음에 사체를 유기했을 뿐이란 변명을 늘어놓았다. 감형을 위한 반성문도 36차례나 제출했다.

사법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인의 범행 과정이 구체적이고 치밀하며 사체 유기 방법이 극도로 잔혹한 점, 피해자의 유족들을 장기간 기만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양형 기준(징역 9~13년)을 넘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이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을 확정해 이씨의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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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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