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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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가득 메운 거인의 그림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졌다. 프랑스의 국민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속 장면을 묘사하는 거대한 삽화가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댔다. 기괴하지만 신비롭고 환상적인 그림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스마트폰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유럽의 가장 위대한 삽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귀스타브 도레가 인천 송도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찾았다. 문자와 삽화를 연결한 색다른 구성으로 유럽의 고전 명작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도레가 직접 작업한 진본을 프랑스 박물관에서 직접 옮겨와 문자와 삽화가 함께 빚어낸 이야기에 몰입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동적인 삽화다. 음식을 먹는 거인 가르강튀아의 모습이나 '노수부의 노래' 속 늙은 수부(선원)가 타던 배가 바다에 휩쓸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 실제 크기의 '장화 신은 고양이' 그림은 삽화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지난 22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HSR(하이스피드레일)을 타고 30여분을 달리자 신주역이 나왔다. 신주과학공원에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의 본사와 팹(Fab, 공장)이 있다. 1987년 2월 당시 모리스창 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이 신주과학공원에 '팹 1'을 지으면서 매출 132조원(2024년)의 TSMC가 시작됐다. TSMC의 본사와 R&D 센터 등이 있는 '기가팹 12'의 건너편에는 '팹 20' 공사가 마무리 중이었다. 건물 건설은 대부분 끝났고, 내부 장비 세팅에 한창인 듯 했다. 팹 20은 TSMC의 새로운 먹거리인 2nm 공정 반도체의 생산 거점이 될 곳이다. 팹 20은 '마더 팩토리'로서 대만 가오슝과 미국 애리조나 등에 짓고 있는 2nm 팹의 롤모델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고객사는 2nm 칩 설계를 완료하고 검증을 시작한 단계다. 신주과학공원은 대만을 넘어,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의 중심으로 거듭난
"많은 전시회를 다녀 봤지만, 이 전시는 남다릅니다. 한국에서 이런 전시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을 찾은 블레어씨(56)는 전시회의 감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캐나다 국적의 블레어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자신을 보러 캐나다에서 방문한 아내와 함께 샤갈 특별전을 찾았다. 블레어씨는 "전시회의 구성이나 공간 배치가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며 "캐나다의 미술관과도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 샤갈 특별전에는 오전 10시 개막 직후부터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도슨트(해설사)의 해설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작품 앞에서 귀를 기울이는 관객 수십여명도 눈에 띄었다. 한가람미술관의 넓은 공간을 활용한 대형 전시관이었지만 관람객들이 집중되면서 수 분 이상 기다려야 관람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된 것은 샤갈의 미공개 원화 7점
지난 21일 오전 공군 오산기지. 보안 누설 시 처벌 조항이 담긴 문서에 서명하고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물론 메모지 반입도 불허하는 지하벙커에 들어서자 삼엄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하벙커 내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선 공군과 주한미군 병력이 항적 데이터 등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KAOC는 한반도 영공과 우주영역에서 진행되는 작전을 총괄하는 곳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가장 먼저 탐지하고 군사적 결심과 대응을 결정하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공군은 KAOC의 전투지휘소(Top Dais)에서 북한의 도발 상황 등을 가정한 '스크램블'(Scramble·비상출격) 훈련을 진행했다. 전투지휘소에서 "○○(임무코드) 훈련 배틀 41분(오전 10시41분)"이라고 전파하자 공군 서산기지에 위치한 제20전투비행단 비상대기실에 앉아 있던 전투기 조종사들이 본능적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비상대기실에서 전투 준비까지 마치고, 이글루(전투기 격납고)에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남성이 네모난 철제 박스 앞에 설치된 액정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설문지가 나타난다. 음성 안내에 따라 상단의 카메라를 향해 입을 벌리자 자동으로 구강 촬영이 진행된다. 이를 지켜보던 기자에게 전시 관계자는 "집에서도 구강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일본 오사카 서쪽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열린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을 주제로, 첨단 과학기술과 혁신 스타트업들의 기술 향연이 펼쳐지는 자리였다. ━바둑두는 로봇부터 섬세한 로봇손까지…중국 스타트업의 기술 공세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중국관은 입구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엔 딥테크(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중국 스타트업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 기대돼서 왔어요." 20일 서울 성수동 '펍지 성수'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의 7주년 생일파티가 열렸다. 크래프톤이 배그 모바일 출시 7주년을 기념해 팝업스토어를 개최한 것. 29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에도 많은 유저(이용자)가 현장을 방문했다. 뚝섬역 7번 출구에서 내려 5분가량 걸어가자 배그 모바일에서 넘어본 듯한 회색 울타리가 먼발치에서 나타났다. 울타리 위로는 은색 철조망이 얹어져 배그 모바일 팝업스토어 현장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울타리가 새 것인지, 매일같이 청소를 하는지, 닳지 않아 햇빛에 반짝이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낮 2시부터 수십명이 인포메이션 앞에서 줄을 서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뜨거운 햇빛 아래 이마에 땀이 맺히는 데도 팝업 스토어 행사를 기대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서는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저 인증, 모배 명사수 체험
제 21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해외에서부터 시작된 가운데 20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베이징 주중대한민국대사관 투표소엔 투표가 개시되기 전 이른 아침부터 교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8시 가장 먼저 투표장에 입장한 사람은 서만교 북경한인회장이다. 서 회장은 투표를 마친 후 "새롭고 안정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투표했다"며 "나라가 빨리 정상화하기를 바라고, 미국과 관계 등 여러가지 경제 현안도 빨리 풀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특히 "한중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빠르게 개선돼서 중국에 사는 교민들의 생업과 기업 운영이 지금보다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둘러 나와 첫 번째로 투표소에 들어섰다"며 "내가 1번으로 했으니 많은 분들께 투표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투표소엔 교민과 유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자진해 나서 교민 유권자들의 투표를 도왔다. 한산하던 투표장은 교민을 태운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며 붐비기 시작했다. 베이징 시내는 물론 톈진(천진) 등 인근 도시에서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구 징둥(JD.com)물류의 베이징 물류센터는 쉴새없이 입고되는 트레일러들로 문전성시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창문을 넘어 천장에 닿을 듯 쌓여있는 택배물량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5일 방문한 현장서 취재진을 만난 징둥 관계자는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인 '618'(6월18일 전후 쇼핑축제)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택배물량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대비 처리물량이 급증했다. 한국선 최근의 인상적 활약으로 알리바바나 쉬인, 테무 등이 중국산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택배 천국 중국 현지엔 터줏대감 징둥이 있다. 한국에서 징둥을 잘 모르는 건 징둥이 내수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만 약 3011억위안(약 58조원)의 매출을 올린 징둥은 해외 수출 비중이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자타공인 내수 공룡이다. 이런 구조는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징둥을 미국에 대응하는 중국 '내수전략' 최선봉으로 만들었다. 수출길
"그 어려운 데를 사람이 올라가게 해야겠어요?" 조선업은 노동집약 산업이다. 평소에는 배 안에서, 강판 뒤에서 일하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점심시간이면 식당으로 향하는 수천대의 자전거 행렬이 이 말을 실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작업은 결코 노동자 친화적이지 않다. 최소 단위인 철판 하나가 사람보다 수십배는 크고 수백배는 무겁다. 배의 골격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 수행되는 '외업'은 고층 빌딩 높이에 매달려 작업해야 한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사람이 귀한 조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용접로봇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HD현대삼호 조선소에는 80여대의 용접로봇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천장이 갖춰진 쉘터 안에서 수행하는 '내업'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평블록이 적용되는 가공부와 판넬조립부에서 주로 쓰인다. 현장에서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공정기일 단축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개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조선업의 노동 강
지난 13일 낮 울산 일산항 인근 해역. 무인수상정 해양누리호에 무전 한 통이 날아왔다. "자폭드론 이륙, 해상표적 A(알파)·B(브라보) 공격." 해양누리호에 탑승하고 있던 해군 관계자가 응답했다. "수신 완료." 드론업체 관계자가 곧이어 드론을 손으로 표적 방향에 날려 보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드론은 이날 순간풍속 초속 15m가 넘는 강풍을 견디며 해상 표적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시속 100㎞의 속도로 날아간 골판지 드론은 가상의 표적인 3t(톤)급 무인수상정 아우라(AURA) 바로 옆에 자폭하는 데 성공했다. 자폭한 드론과 아우라와의 거리는 단 50㎝. 곧바로 해군의 임시 무인체계 지휘통제소(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에 무전이 도착했다. "자폭드론, 해상표적 알파·브라보 공격 완료." 지휘통제소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안전을 고려해 표적 옆에 자폭했지만, 전시(戰時)였다면 아우라에 탑승하고 있던 5명은 중상을 입거나
"이제는 집에서도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가면 고춧가루부터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을 생각입니다." 14일 일본 오사카의 인공섬 유메시마 만국박람회장에서 만난 유코씨(48)는 인상적인 전시를 묻는 질문에 한국 요리 강좌를 첫번째로 꼽았다. 이날 스웨덴 국왕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각국 전시관의 다채로운 공연 등 여러 행사가 열렸지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한국 음식을 먹거나 한국 상품을 손에 들고 있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박람회를 찾은 일본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 음식이다. AI(인공지능)나 K-팝을 주제로 한 전시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다양한 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험관은 줄을 서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일본의 유명 방송사나 인플루언서들이 체험관을 직접 찾아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복을 입은 모델과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음식은 '카라이'(매운) 음식이다. 최
"건담과 피카츄, 도라에몽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14일 오사카 만국박람회(엑스포)가 열리는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만난 일본 파빌리온(전시관) 관계자는 이와 같이 말했다. 박람회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의 IP(지식재산)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자신감이다. IP 경쟁력을 마중물로 박람회는 물론 일본 관광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놨다. 일본 전시관은 '만박'(일본에서 만국박람회를 부르는 말)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사전 허가를 받아야 내부 취재가 가능한데다 하루 1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전시관이다 보니 해외 언론은 접근이 어려울 정도다. 전시관 관계자는 "다른 국가의 정상이나 유명인 등 VIP를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너무 사람이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의 유명 IP를 활용한 전시다. 고양이 캐릭터인 '키티'를 활용해 해조류 에너지 생산 방법을 설명하거나 인기 만화 도라에몽의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