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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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23년 장사했는데 이제 너무 휑합니다. 나가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겁니다." (컴퓨터 도매업 사장 A씨) 20일 오후 찾아간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상가 앞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고, 대다수 점포 출입문에는 녹이 슨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PC방', '스타크래프트' 등 2000년대 인터넷 게임 인기와 함께 떠오른 용산전자상가가 올해 말로 사라진다. 일부 상인은 내년 8월까지 임차 계약이 남았지만 이미 3분의 2 이상의 점포가 폐점한 상태다. 과거 용산전자상가는 이른바 '전자제품 마니아의 성지'였다. 전자랜드, 원효상가, 나진상가 등 단지 내 상가 건물만 22개 동이다. 상가 별 점포 수는 수천개에 달한다.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상가에서 조립품을 사거나 전자제품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제 모두 옛일이 됐다. 이날 나진상가 17동 2층에는 100개 점포 중 3개만 영업 중이었다. 취재하는 동안 물건을 사거나 구경하는 손님은 단 한명도
충북 오송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스페이스빔 연구실. 이곳에 들어서자 가로 약 90센티미터(cm), 세로, 높이가 각각 50cm 정도인 검정색 안테나 모양의 기기(레이저 통신 수신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에 있는 일반 천체망원경으로 공중에 뜬 드론(무인기)을 바라보던 오상훈 박사(스페이스빔 부설연구소 소장)가 말했다. "저기 산중턱에 빨간불 보이죠. 거리가 약 3km 정도 되는 데 저기서 지금 적외선 레이저 통신을 쏘고 있습니다." 이날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드론에 부착한 레이저 통신 송신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무실로 전송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강원석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사무실 중앙테이블에 놓인 노트북과 옆에 계측기를 주시하며 "마이너스 26, 마이너스 24"라며 수시로 바뀌는 수치를 읊었다. 숫자는 수신기에 감지된 레이저 신호 세기를 뜻한다. 그는 "숫자가 마이너스 27 이하로 떨어질 때 통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옆에서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김정훈 CEO
"한국의 건설기술과 문화가 있어 하노이 신도시 중에서도 스타레이크 시티가 돋보이죠" 베트남에서 대우건설은 최선두에서 한국형 건축·건설 문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형 신도시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개발 사업은 1단계를 마치고 2단계에 들어갔다. 주거지 분양이 이뤄졌고, 베트남 상류층의 주거 만족도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입한 빌라 단지는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엄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와 상반되게 신도시 주민들은 한껏 가뿐한 걸음으로 지역 곳곳을 오갔다. 비가 내리는 베트남 하노이는 새로운 시대로 부푼 기대감이 가득했다. ━"여기가 베트남맞아?" 먼 곳에서 익숙한 편리함을 느끼다━지난 6일 더위를 식혀줄 반가운 비가 내리던 베트남 하노이. 미세먼지가 걷힌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지 일대는 성공적인 사업 성과와 새로운 개발을 기다리는 너른 부지가 촉촉한 공기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입주를 마친 빌라엔 입주민들의 여유로운 걸음이 이어졌고, 예비
20일 오전 5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거리. 아직 동트지 않아 사방이 어두운데도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환경공무원(옛 환경미화원)들의 움직임은 바빴다. 이들은 허리를 숙여 빗자루와 넉가래로 낙엽을 쓸어 담았다. 거리엔 발을 디디면 신발이 가려질 정도로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환경공무원들이 200~300ℓ짜리 마대자루에 낙엽을 담으니 10포대가 넘게 나왔다. 한창 작업을 하던 환경공무원이 마대자루 안에 얼굴을 집어넣고 낙엽을 휘적 휘적 살폈다. 그러자 각종 담뱃갑과 담배꽁초, 일회용 컵, 스티로폼들이 빠져나왔다. 그는 "낙엽들을 퍼담다보면 각종 생활 쓰레기들도 담긴다"며 "이런 것들을 분류하지 않으면 소각할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하나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기 환경공무원들은 낙엽과 전쟁을 치른다. 낙엽을 치우다보면 하루 최대 스무개 포대자루가 나올 때도 있다. 하루 8시간을 일하다 보면 3만보는 족히 걷는다. 낙엽은 제 때 치우지 않으면 안전 사고로도
3세트 내내 무표정이던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입꼬리를 올렸다. 찬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던 한 남학생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그가 못 참겠다는 듯 일어서자 500명가량이 덩달아 돗자리를 밟고 일어났다.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 팬들의 울부짖음이 빌딩에 부딪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메아리쳤다. 해설위원의 음성이 스피커 장비로 터져 나왔지만 목청에 비할 데가 못 됐다. T1이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5판 3선승제 결승전에서 LPL팀 웨이보게이밍(WBG)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페이커 선수에게는 롤드컵 4번째 우승으로, 그는 최다 우승자이자 사상 최연소·최고령(1996년생) 우승자가 됐다. ━중국 팬도 T1 응원했다…왜? "페이커는 페이커니까!"━이날 광화문 광장 중계 스크린은 경복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 세워졌다. 주중 직장인들로 가득한 이곳을 풋풋한 얼굴을
"띠링 띠링 띠링!" 17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 용두역 앞 고산자교(동대문구)부터 광화문 인근(종로구)까지 연결된 자전거 전용도로. 수많은 시민들이 이 길을 따라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가 긴 줄을 이뤄 20초에 한 번씩은 뒤를 돌아봐야 했다. 잠시라도 뒤처지면 뒷사람의 자전거 경적(벨)이 울렸다. 속도가 늦어지면 곧장 들려오는 경적에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자전거 전용도로 폭은 좁았고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위에 물웅덩이까지 생겨 피해다니기가 힘들었다. 도로는 미끄러웠고 갑작스런 추위에 군데군데 서리도 보였다. 대형 트럭이 자전거 옆을 빠르게 지나가면 자전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도 사이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넘어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대다수의 자전거 운전자들은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폭은 두 대의 자전거가 나란히 지나갈 수 없을
기저귀를 한팩, 한팩 만들 때마다 유한킴벌리에는 손해였다. 유한킴벌리는 두달에 한번 날을 정해 다른 제품 생산은 전부 중단하고, '이른둥이용 기저귀'를 생산한 뒤 이른둥이를 낳은 전국 부모들에게 기부한다. 하얀 비닐소재 포장재 앞면에 '병원용/비매품'이라 적혀 있다. 17일 세계 이른둥이의 날에 기부하는 수량까지 합치면 유한킴벌리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기부한 기저귀는 500만 패드를 넘고, 수혜받은 부모는 3만3000쌍이 넘는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이내에 태어나거나 생후 몸무게가 2.5kg보다 안 나가는 신생아를 말한다. '미숙아'란 말이 더 널리 쓰이지만, 이들을 미숙아라 부르면 어딘가 부족한 아기들로 비칠 수 있어 유한킴벌리는 이른둥이란 용어를 쓴다. 이른둥이는 몸집이 작다. 일반 기저귀가 몸에 맞지 않아 배설물을 받아내지 못하고, 가랑이가 벌어져 체형이 변할 수도 있다. 아기 피부는 안 그래도 예민한데 기저귀에 쓸려 다칠 수도 있다. 이른둥이가 머무는 신생아 집중 치료
"아들. 아빠한테 가방 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 시험이 끝난 직후인 16일 오후 4시45분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고에서 시험을 치른 황도혁군(18)이 나오자마자 부모는 황군을 끌어안고 "고생했다"며 연신 다독였다. 황군은 "아빠가 안아준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좋다"며 웃어보였다. 황군의 아버지는 쑥쓰러운지 아들의 가방을 둘러멨다. 이어 "뭐 먹고 싶냐"는 부모의 질문에 황군은 "갈비"라고 답했다. 2024학년도 수능이 이날 오후 5시45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교문 밖에서 마음 졸이던 가족, 친구들은 수험생을 맞이하며 따뜻한 포옹과 함께 격려를 건넸다. 수험생들의 얼굴에선 허탈감과 해방감이 교차했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비교적 한산했던 고사장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서 접수를 기준으로 이날 수능 응시자 50만 4588명 중 15.6%인 8만8849명이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까지
문이 열리자마자 수백명의 사람들이 앞다퉈 뛰어들어간다. 저마다 설레는 표정으로 행사장 곳곳에 차려진 게임 부스들을 구경하고 시연을 위해 줄을 서면서도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곳곳에 있는 코스프레 모델들의 사진도 연신 찍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오프라인으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이 게이머들에게 매년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기대되는 신작을 출시 전에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인기 높은 스타 개발자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지스타 현장에 가득찼다. ━엔씨·넷마블·크래프톤 베일 속 신작 줄줄이 공개━가장 먼저 게이머들의 마음을 빼앗은 건 단연 시연회다. 엔씨소프트는 슈팅게임 'LLL', 난투형 대전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프로젝트 BSS'를 공개했다. 게이머들은 8년만에 지스타를 찾은 엔씨의 신작을 경험해보기 위해 수십분씩 줄을 서면서도 지치지 않는 기색이었다. 넷마블은 SF 배경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
15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구지초등학교 정문 앞 왕복 2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이곳에서 하교 도우미 정영순씨(70대·여)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안전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보행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고 정씨가 학생들을 보내려던 찰나 검은 색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운전자가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향해 질주했다. 이를 보고 놀란 정씨는 경광봉을 위아래로 급하게 흔들며 학생들이 횡단보도로 걸어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갔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정씨는 "오늘처럼 오토바이가 신호와 하교 지도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굉장히 겁나고 아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13일 구치초 앞 횡단보도 위에 '양방향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를 알리는 경찰청 현수막도 걸었다. 이 단속장비는
"끔찍하잖아요. 다들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 조합이 좋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칭다오 맥주를 찾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어요." 14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 양꼬치 골목에 위치한 A양꼬치 전문점에서 만난 점원 류모씨(35)는 최근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푸념하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 점심시간에도 네다섯 테이블은 찬다는 식당이지만 이날은 한두 테이블을 제외한 다른 좌석은 모두 비어있었다. 지난달 19일 칭다오 맥주 중국 현지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하역 작업 이후 트럭에 남은 맥주 원료에 방뇨를 하는 영상이 퍼진 것과 관련, 국내 양꼬치 업계가 매출 하락을 호소하고 있다. 양꼬치 전문점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칭다오 맥주 판매율이 줄어든 데 더해 양꼬치 수요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건대 양꼬치 골목에 위치한 B양꼬치 전문점은 입구에 칭다오 맥주 박스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B양꼬치 전문점에서 일하는 점원은 "하루 4박스씩 나가던 칭다오 맥주가 하루에 1박스도 안
"어제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했고 오늘은 불상에 빌러 왔습니다.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50대 이모씨는 "고3인 딸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초를 켜고 간절히 빌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아이가 편히 시험을 쳐서 얼른 홀가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이틀 앞둔 이날 오후 조계사는 '수능 대박'을 기원하려는 수험생 가족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불상 앞에 수차례 절을 하거나 합장한 채 절 내부를 돌아다니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도했다. 수험생을 위해 마련된 합격 기원 게시판과 기원 초를 올릴 수 있는 공양판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수백개 붙었다. 메모지에는 '수능 상위권 대학 진학', '수능 고득점', '고려대 합격' 등의 문구가 적혔다. 시민들은 양손을 모으고 재차 고개를 숙이며 소원을 빌었다. 사찰 매점에서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