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구지초등학교 정문 앞 왕복 2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이곳에서 하교 도우미 정영순씨(70대·여)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안전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보행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고 정씨가 학생들을 보내려던 찰나 검은 색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운전자가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향해 질주했다. 이를 보고 놀란 정씨는 경광봉을 위아래로 급하게 흔들며 학생들이 횡단보도로 걸어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갔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정씨는 "오늘처럼 오토바이가 신호와 하교 지도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굉장히 겁나고 아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13일 구치초 앞 횡단보도 위에 '양방향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를 알리는 경찰청 현수막도 걸었다. 이 단속장비는 차량의 전·후면 번호판 둘다 찍어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뒤에 부착되기 때문에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아 이 장비가 도입됐다.
경찰은 이 장비가 도입되면 오토바이 등 이륜차의 과속과 신호위반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서울 중랑구 등 3곳에서 후면 무인 단속 장비를 운용한 결과 설치 전보다 이륜차의 법규 위반 행위가 18.9% 감소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호 위반이 32.6%, 과속이 17.0%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오토바이 5대 중 1대는 신호를 위반하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15일 오전 10시30분~오전 11시10분, 오후 1시30분~오후 2시 총 1시간1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장비 설치 지점을 통과한 오토바이 22대 중 5대(22.7%)가 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했다. 다만 버스·택시·승용차는 모두 속도를 줄이고 신호를 지켰다.
인창동 주민 이모씨는(40대·여)는 "학교 앞에 양방향 카메라 단속 안내 현수막이 2개나 걸려있는데 여전히 이를 무시하고 쌩쌩 달리거나 신호위반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있다"며 "단속도 중요하지만 범칙금 자체가 낮으니까 배달업 종사자들이나 운전자들이 경각심 없이 이전처럼 다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속률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형법 교수는 "한국은 형벌에 대한 무감각이 있다"며 "너그럽게 대처하니까 단속 카메라 있다고 해도 신호 위반하는 오토바이가 있는 것처럼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싱가포르의 경우 교통 위반 관련 범칙금이 몇십만원 수준인데 한국은 6~7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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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양방향 카메라가 기술적으로는 이전의 방법보다 한 단계 나아갔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은 단속 시스템이 수동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우 스쿨존 인근 골목에 경찰이 숨어있다가 단속하기도 한다"며 "범칙금을 비롯해 공격적으로 단속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준법의식 등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벌금 고지서가 나가지 않아서 본인이 위반 고지서를 받고 범칙금을 내는 시점까지는 이륜차 운전자가 경계심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계도 기간 없이 바로 단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의 계도기간은 필요하다"며 "양방향 단속장비가 도입됐으니 번호판이 뒤에 부착된 이륜차의 과속과 신호위반 행위가 단속에 걸리는 횟수가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범칙금을 내고 경계심이 많아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제도가 연착륙하기까지 기다린다면 위반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반응이었다. 구지초의 학교 안전지킴이인 최모씨(70대·여)는 "양방향 카메라 설치된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어 학교 앞이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민 송배자씨(60대)도 "손주를 학교나 학원에 자가용으로 데려다줄 때 운전 속도에 신경쓸 것 같다"며 "학교 앞이니까 안전은 두번세번 강화되어도 좋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