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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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다. 사이버 도박에 빠져 게임 아이템 사기를 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부모와 대화는 단절됐고, 학교에서도 A군을 포기한 상태였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A군은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A군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서울 마포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 김경근 경위(사진)다. A군을 만나기 위해 집앞으로 찾아가고, 1주일 한 번 함께 밥을 먹었다. A군의 거칠고 부정적인 반응에도 김 경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구애가 3개월을 넘어가던 시점 A군에게 먼저 문자가 왔다. '도박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경위의 일관된 믿음에 A군이 마음을 열었다. 김 경위는 A군이 도박중독치료기관에서 지속해서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 신입생이 된 A군에게 꿈이 생겼다. A군은 김 경위에게 "나중에 경찰이 되고 나서 찾아가겠다"고 약속했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이진근 경사(47)는 광진구 한 공유형 숙박 시설 문을 연신 두들겼다. 가출 여중생 김모양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남성 이모씨(가명·36)와 보름간 함께 지내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서다. 같은 팀 유원재 경위(46)는 이씨가 도주할 수 있는 경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30분간 실랑이가 이어졌을 무렵 실종수사팀은 숙소로 진입했고 곳곳을 수색했다. 잠시 후 숙소에 있던 의류 관리기에서 숨어있던 김양을 발견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던 이씨는 금세 태세를 전환하며 무릎을 꿇었다. 당초 이씨는 김양과 성적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씨는 실종아동법 위반뿐 아니라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지난 1월24일 검찰에 넘겨졌다. 실종아동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가출 청소년 등 실종 아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게 되면 위법 행위로 처벌받는다. 경력 15년 이 경사는 10년 정도 강력 및 형사
'아빠 저 휴대전화가 깨졌어요. 지금 바꿔야 하는데, 이 앱 좀 깔아주세요.' '자녀 사칭' 메신저 피싱에 70대 노인 A씨가 당했다. 앱을 깔자마자 통장에서 순식간에 은행 계좌에서 수천만원이 빠져나갔다. 2022년 8월 노후 자금을 모두 보이스피싱으로 빼앗긴 A씨는 울면서 서울 마포경찰서로 달려왔다. 사건을 맡은 이치영 마포서 수사1과 통합수사1팀 경사(사진)는 약 3년간의 수사 끝에 최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 2명을 검거했다. 피의자 2명은 아르바이트 알선 등으로 계좌 제공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전국 돌며 숨었던 통장모집책 추적… 또다른 피의자도 검거━이 경사는 피의자 검거를 위해 계좌 기록 분석에만 1년을 쏟았다.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중 범죄 수익금이 담긴 대포통장 계좌에서 5만원이 B씨에게로 빠져나가는 정황을 포착했다. B씨는 경찰에 "친한 친구로부터 '통장을 빌려주면 돈을 주는 간단한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소개를 받
"우리 딸이 혼자 일본 여행을 갔다 산 정상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 2월4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파출소로 일본으로 여행 간 딸을 구해달라는 중년 남성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구의파출소 1팀장이었던 최학렬 경감(57)은 긴박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신고 내용을 파악한 최 경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최모씨(19·여)가 한겨울 일본 고베시 마야산 정상에서 홀로 길을 잃었다는 해외 실종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마야산에서 약 800㎞ 떨어진 한국 파출소에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파출소로 달려온 최씨의 아버지는 딸 걱정에 불안해했다. 주고베 대한민국 총영사관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최씨의 휴대폰 배터리 용량은 30%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급속도로 떨어지는 산속 기온을 고려하면 서둘러야 했다. ━문득 떠오른 9년 전 의경… 일본 경찰에 신고해 조난자 구조━순간 최 경감은 일본에 사는 지인 이모씨를 떠올렸다. 이씨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연결해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서울 마포경찰서 현관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박모씨(60대)는 신체장애인이다. 서울 경찰 최초의 장애인 현관 근무자다. 손이 불편해 의수를 사용하지만, 민원인과의 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아이디어는 한상훈 마포경찰서 치안정보계장(56)에게서 나왔다. 그는 일과 중 1시간 단위로 현관 근무를 교대로 하던 직원들의 수고로움을 덜면서,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완기 마포경찰서장에게 직접 제안했다. 김 서장도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 마포구청과 함께 즉각 도입하기로 했다. 박씨가 현관 안내데스크에 배치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특별히 없다고 한다. 종종 일반 민원인들이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방문하기도 하는데, 경찰 대신 일반인 근무자가 있으니 직접 항의하는 일도 줄었다. 직원들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열흘에 한 번꼴로 1시간씩 현관 근무를 서야 했지만, 지금
지난해 서울 관악경찰서의 112 신고 건수가 2023년 대비 약 2만건 줄었다. 각종 사건·사고와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그 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같은 기간 5대 범죄(살인·강도·절도·성폭력·폭력) 건수도 279건(5.9%) 줄었다. 관악서 범죄예방진단팀(CPO, Crime Prevention Officer)이 불철주야 노력한 덕이다. CPO는 지역 내 범죄특성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는 업무에 주력한다. 지역범죄 취약요인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치안 시설과 생활 불편 사항도 개선한다. 2018년 경찰 생활을 시작한 이종덕 경위(36)는 2020년부터 6년째 관악서 CPO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 4월 서울경찰청은 이 경위가 이끄는 관악서 CPO를 'BEST CPO'로 선정했다. CPO 중 최초 수상팀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3월 다시 BEST CPO로 선정되며 처음으로 재선정된 사례가 됐다. ━지자체·지역사회 협력해 즉각 조치… 싱크홀 찾고, 주차장
지난 6월16일 오전 8시30분 인천 미추홀구 한 건물 옥상. 박주형 인천 미추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경위(37) 등 경찰관 2명이 몸을 낮추고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이들은 발소리를 죽인 채 난간에 걸터 앉은 20대 여성 A씨에게 다가가 빠르게 구조했다. 이날 비극을 암시하는 짧은 112신고 하나로 A씨를 구조한 박 경위는 평소 동료들로부터 '범인 잡는 귀신'으로 불린다. 박 경위는 지난 2월 발생한 '쌍둥이 영아 사망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죽었어요'…수상한 신고에 출동, 모텔서 부모 긴급체포━ 지난 2월1일 오전 경찰에 '아이들이 죽은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장소는 미추홀구 한 모텔이었다. 박 경위와 팀원들이 객실에 도착했을 땐 생후 49일 된 쌍둥이가 숨진 채 누워있었다. 객실에는 어머니 B씨와 아버지 C씨 뿐이었다. B씨는 몸을 심하게 떨어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신고자는 C씨였다. 그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들이
"게임머니를 환전해주던데요." 지난 3월 서울 관악경찰서에 한 건의 첩보가 접수됐다. 신상철 관악서 범죄예방질서계장(경위)은 곧바로 팀원 10명을 소집했다. 짧은 회의 후 신고가 접수된 유흥가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옷을 바꿔 입고 시선이 느껴지면 전화를 하는 척 했다. 연인으로도 위장했다. 잠복 두달째. 신 계장은 마침내 용의자를 특정하고 현장을 덮치기로 했다. 불법 환전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였다. 신 경위는 발소리를 죽인 채 불법 환전상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단 2시간만에 환전한 금액은 400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곧바로 불법 도박장 내부로 진입해 업주와 환전상 등 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업장에서는 아케이드 형식의 게임기 70여대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년간 이 곳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성매매업소, 옷장 안 비밀 통로 발견한 경찰관━ 신 계장은 "두달간 동선을 짜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현장을 덮쳤다"며 "꼭
마약 수법이 '진화한다'. 거래는 증거가 남지 않는 텔레그램으로 하고 결제는 가상자산으로 한다. 투약범을 잡아도 판매책, 운반책, 유통책, 밀수책, 총책에 이르는 '마약사범 피라미드' 전반으로 수사망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 자수한 투약자 수사를 시작으로 이틀만에 수도권 운반책과 전국구 유통책을 잇따라 잡은 후 가족여행을 가장해 35억원 상당 마약을 들여온 밀수책까지 검거한 경찰관이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2과 김성기 마약2팀장(경감)이 주인공이다. ━투약범 자수 받고 이틀만에 '운반책' '유통책' '밀수책' 검거━ 지난 9월10일 김 팀장이 이끄는 마약2팀 앞으로 필로폰 투약 자진 신고가 도착했다. 강남구 유흥업소 접객원 A씨(24·여)의 자수였다. A씨는 단약 이후 몸무게가 20㎏ 늘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며칠 전 성동구 자택 복도에서 '드랍' 형식으로 필로폰 1g을 받았다고 했다. CCTV(폐쇄회로TV)에서 마약을 놓고 간 운반책 B씨(21·남)의 실루
"국내 거주 한국인들에게 단기 상용비자 서류 위조를 지시해 비자 장사를 하는 브로커가 파키스탄에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 소속 문진혁 경위(43)는 지난 3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했다. 파키스탄 현지에 있는 브로커와 국내 문서 위조책들이 공모해 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뒤 수수료를 받고 이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증면제협정 효력이 2002년 1월 정지되면서 파키스탄인들은 무비자로 국내에 입국할 수 없다. 현지 브로커와 국내 문서 위조책들은 '단기 상용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를 위조했다. 단기 상용비자는 최대 90일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목적의 초청 비자로 발급을 위해서는 기업 명의의 초청장 등이 필요하다. 해당 서류로 불법으로 국내에 입국한 파키스탄인 3명은 특정했지만 비자 서류를 위조한 문서 위조책들의 행방은 묘연했다. 문 경위는 같은 팀 소속 김주민 경사와 팀을 이뤄 이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먼저 주파키스탄 대사
"제 얼굴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녀요."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위치한 서울경찰청에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여성은 자신의 얼굴이 타인의 나체 사진과 합성이 돼 온라인 상에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이 여성은 주변 지인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유출된 것을 알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5팀 소속 김인 경위는 팀원 6명과 2개월간 집중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30대 남성으로, 피해자의 지인이었다. 평소 조용했던 그가 이런 엄청난 일을 꾸몄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은 깜짝 놀랐다.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24명의 지인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허위 영상물 128개를 만들었다. 이중에는 미성년자 1명도 있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교환방도 운영했다. 직접 만든 허위영상물 3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51개를 유포했다. A씨는 참여자들과 돈 거래도 따로 하지 않았다.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텔레그램 인공지능(AI) 합성 봇으로 가짜 영상물을 만들었다
"다음주 결혼식 있다길래 눌렀는데… 다 빠져나갔어요." 지난해 7월 40대 여성이 경북 칠곡경찰서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결혼식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링크를 누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순식간에 주민등록등본이 발급됐다는 알림과 함께 통장에서 1900만원이 빠져나갔다. 피해자만 230명, 피해금 1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스미싱(문자 피싱)'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서명재 경위는 수사 초기 검거한 피의자의 텔레그램을 통해 배후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파악된 것만 86명 규모였다. 이 중 8명은 해외에서 범행에서 가담했으며 사용된 계좌는 70여개, 거래 횟수는 30만여건에 달했다. 이들은 청첩장과 부고장, 택배 문자, 주민등록증 발급 등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들이 문자 속 링크를 누르면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해 돈을 빼냈다. 피해금은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세탁'했다. 피해 규모를 파악한 서 경위는 '한 명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