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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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동묘공원 인근에서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서울 혜화경찰서에 접수됐다. 당시 혜화서 교통범죄수사팀의 팀장이었던 김동수 경감(56)은 현장 주변에 있던 CCTV(폐쇄회로TV) 영상부터 확인했다. 김 경감은 영상을 보자마자 보험사기라는 점을 알아챘다. A씨(68)가 지나가는 차량에 팔을 슬쩍 대는 모습을 포착한 것. 전형적인 '팔치기 수법'이었다. 김 경감은 보험사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A씨와 관련된 교통사고 보험 접수 내역부터 확인했다. 보험사 조사팀장들과 연락하며 A씨 관련 사고의 보험 서류 등 자료를 확보했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란 김 경감의 직감은 적중했다. 그는 자료 분석을 통해 2022~2024년 총 9건의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특정했다.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A씨의 신종 사기 수법도 밝혀냈다. A씨는 서행하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일부러 팔을 부딪친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는 있을까.' 2018년 처음으로 엘살바도르를 찾은 정환우 부천오정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장(사진·58)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정 계장은 엘살바도르의 첫인상을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실제로 집마다 쇠창살이 세워져 있고 조그마한 구멍가게에도 총을 든 경비원들이 배치됐다"며 "해외여행 갈 때마다 흔하게 들르던 시장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도 갱단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있었던 만큼 긴장을 많이 하고 입국했다"고 했다. 정 계장은 2018년 4월부터 경찰청 국제치안협력 치안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1989년 12월 경찰에 입직한 뒤 18년간 112치안상황실에서 근무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이런 경험을 활용해 엘살바도르, 앙골라,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112시스템 전수를 돕고 있다. 정 계장이 처음으로 파견된 엘살바도르의 긴급 신고 시스템은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없었다. '어떤
"불이야! 불이야!" 지난달 13일 새벽 1시쯤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소방의 공동 대응 요청이 접수됐다. 순찰3팀 소속 여지은 순경(사진)은 동료들과 신속히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6층 건물 옥탑이 전소될 정도로 화재가 컸다. 여 순경은 진화 직후 건물 거주자들을 상대로 화재 경위 파악에 나섰다. 발화 지점은 6층, 그런데 해당 층 거주자가 보이지 않았다. 여 순경이 집주인에게 6층 거주자의 인적 사항을 묻던 중 대피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 50대 남성(A씨)이 자신이라며 손을 들었다. 여 순경이 화재 경위를 묻자 A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횡설수설했다. 그는 "누군가 창고를 통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 "집으로 가스를 계속 주입하고 있다"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수상한 느낌이 들었던 여 순경은 A씨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천천히 시선을 옮기던 중 A씨가 입고 있던 코트 오른쪽 주머니에 칼 손잡
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다. 사이버 도박에 빠져 게임 아이템 사기를 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부모와 대화는 단절됐고, 학교에서도 A군을 포기한 상태였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A군은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A군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서울 마포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 김경근 경위(사진)다. A군을 만나기 위해 집앞으로 찾아가고, 1주일 한 번 함께 밥을 먹었다. A군의 거칠고 부정적인 반응에도 김 경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구애가 3개월을 넘어가던 시점 A군에게 먼저 문자가 왔다. '도박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경위의 일관된 믿음에 A군이 마음을 열었다. 김 경위는 A군이 도박중독치료기관에서 지속해서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 신입생이 된 A군에게 꿈이 생겼다. A군은 김 경위에게 "나중에 경찰이 되고 나서 찾아가겠다"고 약속했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이진근 경사(47)는 광진구 한 공유형 숙박 시설 문을 연신 두들겼다. 가출 여중생 김모양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남성 이모씨(가명·36)와 보름간 함께 지내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서다. 같은 팀 유원재 경위(46)는 이씨가 도주할 수 있는 경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30분간 실랑이가 이어졌을 무렵 실종수사팀은 숙소로 진입했고 곳곳을 수색했다. 잠시 후 숙소에 있던 의류 관리기에서 숨어있던 김양을 발견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던 이씨는 금세 태세를 전환하며 무릎을 꿇었다. 당초 이씨는 김양과 성적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씨는 실종아동법 위반뿐 아니라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지난 1월24일 검찰에 넘겨졌다. 실종아동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가출 청소년 등 실종 아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게 되면 위법 행위로 처벌받는다. 경력 15년 이 경사는 10년 정도 강력 및 형사
'아빠 저 휴대전화가 깨졌어요. 지금 바꿔야 하는데, 이 앱 좀 깔아주세요.' '자녀 사칭' 메신저 피싱에 70대 노인 A씨가 당했다. 앱을 깔자마자 통장에서 순식간에 은행 계좌에서 수천만원이 빠져나갔다. 2022년 8월 노후 자금을 모두 보이스피싱으로 빼앗긴 A씨는 울면서 서울 마포경찰서로 달려왔다. 사건을 맡은 이치영 마포서 수사1과 통합수사1팀 경사(사진)는 약 3년간의 수사 끝에 최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 2명을 검거했다. 피의자 2명은 아르바이트 알선 등으로 계좌 제공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전국 돌며 숨었던 통장모집책 추적… 또다른 피의자도 검거━이 경사는 피의자 검거를 위해 계좌 기록 분석에만 1년을 쏟았다.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중 범죄 수익금이 담긴 대포통장 계좌에서 5만원이 B씨에게로 빠져나가는 정황을 포착했다. B씨는 경찰에 "친한 친구로부터 '통장을 빌려주면 돈을 주는 간단한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소개를 받
"우리 딸이 혼자 일본 여행을 갔다 산 정상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 2월4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파출소로 일본으로 여행 간 딸을 구해달라는 중년 남성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구의파출소 1팀장이었던 최학렬 경감(57)은 긴박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신고 내용을 파악한 최 경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최모씨(19·여)가 한겨울 일본 고베시 마야산 정상에서 홀로 길을 잃었다는 해외 실종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마야산에서 약 800㎞ 떨어진 한국 파출소에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파출소로 달려온 최씨의 아버지는 딸 걱정에 불안해했다. 주고베 대한민국 총영사관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최씨의 휴대폰 배터리 용량은 30%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급속도로 떨어지는 산속 기온을 고려하면 서둘러야 했다. ━문득 떠오른 9년 전 의경… 일본 경찰에 신고해 조난자 구조━순간 최 경감은 일본에 사는 지인 이모씨를 떠올렸다. 이씨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연결해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서울 마포경찰서 현관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박모씨(60대)는 신체장애인이다. 서울 경찰 최초의 장애인 현관 근무자다. 손이 불편해 의수를 사용하지만, 민원인과의 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아이디어는 한상훈 마포경찰서 치안정보계장(56)에게서 나왔다. 그는 일과 중 1시간 단위로 현관 근무를 교대로 하던 직원들의 수고로움을 덜면서,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완기 마포경찰서장에게 직접 제안했다. 김 서장도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 마포구청과 함께 즉각 도입하기로 했다. 박씨가 현관 안내데스크에 배치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특별히 없다고 한다. 종종 일반 민원인들이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방문하기도 하는데, 경찰 대신 일반인 근무자가 있으니 직접 항의하는 일도 줄었다. 직원들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열흘에 한 번꼴로 1시간씩 현관 근무를 서야 했지만, 지금
지난해 서울 관악경찰서의 112 신고 건수가 2023년 대비 약 2만건 줄었다. 각종 사건·사고와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그 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같은 기간 5대 범죄(살인·강도·절도·성폭력·폭력) 건수도 279건(5.9%) 줄었다. 관악서 범죄예방진단팀(CPO, Crime Prevention Officer)이 불철주야 노력한 덕이다. CPO는 지역 내 범죄특성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는 업무에 주력한다. 지역범죄 취약요인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치안 시설과 생활 불편 사항도 개선한다. 2018년 경찰 생활을 시작한 이종덕 경위(36)는 2020년부터 6년째 관악서 CPO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해 4월 서울경찰청은 이 경위가 이끄는 관악서 CPO를 'BEST CPO'로 선정했다. CPO 중 최초 수상팀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3월 다시 BEST CPO로 선정되며 처음으로 재선정된 사례가 됐다. ━지자체·지역사회 협력해 즉각 조치… 싱크홀 찾고, 주차장
지난 6월16일 오전 8시30분 인천 미추홀구 한 건물 옥상. 박주형 인천 미추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경위(37) 등 경찰관 2명이 몸을 낮추고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이들은 발소리를 죽인 채 난간에 걸터 앉은 20대 여성 A씨에게 다가가 빠르게 구조했다. 이날 비극을 암시하는 짧은 112신고 하나로 A씨를 구조한 박 경위는 평소 동료들로부터 '범인 잡는 귀신'으로 불린다. 박 경위는 지난 2월 발생한 '쌍둥이 영아 사망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죽었어요'…수상한 신고에 출동, 모텔서 부모 긴급체포━ 지난 2월1일 오전 경찰에 '아이들이 죽은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장소는 미추홀구 한 모텔이었다. 박 경위와 팀원들이 객실에 도착했을 땐 생후 49일 된 쌍둥이가 숨진 채 누워있었다. 객실에는 어머니 B씨와 아버지 C씨 뿐이었다. B씨는 몸을 심하게 떨어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신고자는 C씨였다. 그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들이
"게임머니를 환전해주던데요." 지난 3월 서울 관악경찰서에 한 건의 첩보가 접수됐다. 신상철 관악서 범죄예방질서계장(경위)은 곧바로 팀원 10명을 소집했다. 짧은 회의 후 신고가 접수된 유흥가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옷을 바꿔 입고 시선이 느껴지면 전화를 하는 척 했다. 연인으로도 위장했다. 잠복 두달째. 신 계장은 마침내 용의자를 특정하고 현장을 덮치기로 했다. 불법 환전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였다. 신 경위는 발소리를 죽인 채 불법 환전상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단 2시간만에 환전한 금액은 400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곧바로 불법 도박장 내부로 진입해 업주와 환전상 등 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업장에서는 아케이드 형식의 게임기 70여대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년간 이 곳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성매매업소, 옷장 안 비밀 통로 발견한 경찰관━ 신 계장은 "두달간 동선을 짜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현장을 덮쳤다"며 "꼭
마약 수법이 '진화한다'. 거래는 증거가 남지 않는 텔레그램으로 하고 결제는 가상자산으로 한다. 투약범을 잡아도 판매책, 운반책, 유통책, 밀수책, 총책에 이르는 '마약사범 피라미드' 전반으로 수사망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 자수한 투약자 수사를 시작으로 이틀만에 수도권 운반책과 전국구 유통책을 잇따라 잡은 후 가족여행을 가장해 35억원 상당 마약을 들여온 밀수책까지 검거한 경찰관이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2과 김성기 마약2팀장(경감)이 주인공이다. ━투약범 자수 받고 이틀만에 '운반책' '유통책' '밀수책' 검거━ 지난 9월10일 김 팀장이 이끄는 마약2팀 앞으로 필로폰 투약 자진 신고가 도착했다. 강남구 유흥업소 접객원 A씨(24·여)의 자수였다. A씨는 단약 이후 몸무게가 20㎏ 늘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며칠 전 성동구 자택 복도에서 '드랍' 형식으로 필로폰 1g을 받았다고 했다. CCTV(폐쇄회로TV)에서 마약을 놓고 간 운반책 B씨(21·남)의 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