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최학렬 서울 광진경찰서 구의파출소장

"우리 딸이 혼자 일본 여행을 갔다 산 정상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 2월4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파출소로 일본으로 여행 간 딸을 구해달라는 중년 남성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구의파출소 1팀장이었던 최학렬 경감(57)은 긴박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신고 내용을 파악한 최 경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최모씨(19·여)가 한겨울 일본 고베시 마야산 정상에서 홀로 길을 잃었다는 해외 실종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마야산에서 약 800㎞ 떨어진 한국 파출소에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파출소로 달려온 최씨의 아버지는 딸 걱정에 불안해했다. 주고베 대한민국 총영사관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최씨의 휴대폰 배터리 용량은 30%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급속도로 떨어지는 산속 기온을 고려하면 서둘러야 했다.
순간 최 경감은 일본에 사는 지인 이모씨를 떠올렸다. 이씨는 최 경감이 2016년 서울경찰청 5기동단 57중대 소속으로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근무할 당시 의무경찰이었다. 이씨와 계속 인연을 이어온 최 경감은 그가 현재 일본에서 보험회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 경감은 즉시 이씨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일본 경찰 신고 등 도움을 요청했다. 또 길을 잃은 최씨와 이씨가 카카오톡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최 경감과 이씨의 적극적인 노력 덕에 일본 경찰이 빠르게 최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신고 약 2시간30분 만에 구조가 이뤄졌다.
최 경감은 "한국 경찰-일본 지인-요구조자 최씨-일본 경찰로 이어지는 핫라인을 구축해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실종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공정하고 신속한 대처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로 경력 32년차가 된 최 경감에게 실종 사건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2003년 대전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사건의 범인을 직접 검거했다. 해당 사건은 피의자와 피해자 행방이 묘연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 했다. 최 경감은 첩보를 통해 사건 발생 1년 뒤 경기 성남시에 숨었던 피의자를 붙잡았다. 피의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피해자 유기 진술이 나왔고, 결국 피해자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 경감은 특진했지만 실종 피해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는 "실종 사건에서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라며 "그 때 끈질긴 추적으로 생명을 구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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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감은 이달 초 구의파출소장으로 발령받았다. 4년째 같은 파출소에서 일하면서 지역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구의동에선 연간 1만여건의 사건 접수가 이뤄진다. 특히 구의1동 먹자골목에서 주취,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주택가 밀집 지역에선 가정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구의파출소는 먹자골목 중심으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가정폭력 우려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최 경감은 "주민들이 체감하는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현장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경찰 선배가 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