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건의 집현전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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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들어보지 못한 신조어가 횡행하는 요즘입니다. 과거에 쓰이던 단어들도 MZ세대가 쓰는 '특정한 용법'에 맞춰서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재탄생합니다. 그러한 의미 부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기성세대로서는 모든 말뜻을 다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어설프게 따라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드릉드릉'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원래 코 고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인데, 최근에는 '뭔가를 하고싶어 안달이 난 상태'를 가리킵니다. 주로 여성 회원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극단적인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남성들은 언제나 발정 났다'며 이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드릉드릉'이라는 단어를 쓰면 그 자체로 여초 커뮤니티 회원→남성 혐오자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 단어지만, 남성 혐오에 활용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사용이 금지되는 꼴입니다. 비슷한 탄압을 받았던 용어로 '허버허버'가 있습니다. 원래는 뭔가 급하게 먹는 소
최근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빙판길과 추위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오랜만에 펑펑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재미를 찾기도 합니다. 눈사람을 만들며 가족과 친구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밋밋한 눈사람에 목도리와 장갑을 씌워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눈사람을 '테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취객도 아닌데 눈사람에 달려들어 사커킥, 니킥 가리지 않고 날립니다. 이처럼 남들의 노력을 비웃듯 파괴적인 행동을 하며 희열을 느끼는 이들의 행동 원인을 배덕감으로 보기도 합니다. 배덕감은 원래 우리말에는 없는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말 그대로 도덕을 어기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죄책감과 다른 점은, 배덕감은 '희열'을 동반하는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덕감은 원래 일본에서도 서브컬처(오타쿠) 문화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였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트롤(Troll)은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에 자주 등장하는 괴물의 일종입니다. 모양새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을 괴롭히고 악행을 저지르는 걸 즐긴다는 설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팀플레이가 필요한 게임 속에서 팀원들을 괴롭게 하는 이들을 '트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팀에 해가 되는 행위를 '일부러' 하고 팀원들의 분노를 보면서 즐기는 이들에게 이런 표현을 씁니다. 이들의 행동을 '트롤링' 내지는 '트롤짓(거리)'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진짜 실력이 부족해서 의도와 무관하게 팀에 민폐를 끼치는 플레이어에게도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트롤이라는 오명을 덮어씌우고는 합니다. 트롤링이 게임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아닙니다. 동일한 목적이나 목표를 가진 집단 안에 들어와서 일부러 분탕질을 치거나, 구성원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악의적인 소문을 내는 이들도 트롤이라 불립니다. 일부러 업무를 엉터리로 진행해 다른 사람들 골탕 먹이는 짓도 트롤링이라 불립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상한 소리는 한두번만 반복해도 짜증이 나는데, 셀 수 없이 이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썰렁한 개그에 예의상 한번 웃어주면, 그게 통하는 줄 알고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반복하는 사람들. 보통은 "1절만 하라"고 제지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슈도 여러번 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남들의 피드백은 신경도 안쓰고 반복해서 해당 이슈를 끊임 없이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이런 사람들을 표현할 때 "뇌절이 심하다"고 합니다. 뇌절의 어원을 두고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우선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등장하는 닌자 '카카시'의 기술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입니다. 애니에선 말 그대로 번개를 잘라내는 술법으로 나옵니다. 디씨인사이드 만화갤러리 등에서 카카시를 이용한 밈이 지나치게 많이 반복 생성되면서 "1절, 2절에 그치지 않고 뇌절까지 한다"는 식으로 유행어가 만들어졌습니
혼외자 논란이 터진 배우 정우성이 아이의 생모인 모델 문가비 외에도 다른 일반 여성들과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주고 받으며 '플러팅'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플러팅이 뭔지 몰라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봐도 저마다 다른 뉘앙스의 해석이 나옵니다. 이는 플러팅이 신조어가 아닌, 기존에 있던 단어이지만 MZ세대에게서는 특정 상황에서만 쓰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플러팅(flirting)은 장난스럽게 추파를 던지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만 최근에 쓰이는 플러팅의 의미는 가볍게 친밀감을 표시하며 관심 있는 이성에게 '친분 마일리지'를 쌓는 식으로 쓰입니다. 요즘 쓰이는 플러팅과 비슷한 의미로 과거에 쓰이던 말 중에는 '끼 부린다'거나 '작업을 건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만남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대시하며 "난 널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거친 언행과는 다릅니다. 넌지시 눈을 자주 마주치며 웃어주거나, 가볍게 어깨나 손에 스킨십을 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하며 호기심을 보이거나
최근 동덕여대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격렬하게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대학생 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에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학교별 게시판마다 동덕여대 시위를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삽시간에 도배됐는데, 대표적인 '남초' 학교인 카이스트 등의 게시판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용자들은 일부 동덕 시위 지지자들이 에브리타임의 재학생 인증 시스템을 우회해 각 학교 게시판에 '작업'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각 게시판마다 유사한 글들이 올라오고 댓글로 논쟁이 한창 붙었습니다. 그 중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작업자'들이 주로 달아놓은 댓글 중 하나가 "무토바 금지"입니다. 이 표현은 주로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것이기에, MZ 남학생들 조차 이해하지 못해 한동안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토바는 '무료 토킹 바'의 줄임말입니다. '토킹 바'는 여성 접객원이 바 또는 테이블에서 말 상대를 해주며 술을 마시는 종류의 가게입니다. 여초 커뮤
보법(步法)은 보통 무술에서 기본이 되는 기술입니다. 내딛는 발의 위치와 힘의 조절에 따라 몸으로 펼치는 무예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복싱에서 강조하는 풋워크와도 유사합니다. 무협지 장르에서는 상대방의 기량을 파악할 때 '보법만 봐도 알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오곤 합니다. 절세 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보법에서부터 티가 난다는 뜻이죠. 그래서 "보법이 남다르다"고 할 때는 '남들보다 출중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제일 큽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보법'의 의미가 확장돼 쓰입니다. 특정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이들의 출중한 기본기를 칭찬하며 "보법부터 다르다"고 표현합니다. 한 축구게임 스트리머의 팬카페에서는 호나우두 선수의 캐릭터 카드를 추천하면서 "저 선수는 보법부터 다르다"고 하는 식입니다. 최근 개미지옥으로 변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수익을 내는 현상을 바라볼 때도 "보법이 다른 외국인들의 행보"라고 칭합니다. '보법'이 항상 칭찬에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범죄도시2'의 초롱이 여자친구, 최근 쿠팡플레이 SNL에서 열연을 하고 있는 배우 지예은의 별명 중 하나는 '대가리 꽃밭'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맑게 자기 할 말만 하는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연기해 붙여진 별명입니다. 실제로는 주변 사람들 의견도 잘 듣고 챙기는 성격으로, 연기 캐릭터와는 다른 성품을 지녔다고 알려졌습니다. 대가리 꽃밭은 머릿속에 꽃밭이 펼쳐진 것처럼 매사를 낙천적으로'만' 보는 사람들 뜻합니다. 여기서 맹점은, 자신의 머릿속 구상에만 집중할 뿐 그 외의 다른 조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주변인을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닙니다. 주어진 상황이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받아들이는 단편적인 부분만 파악해 가볍게 반응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는 지예은의 연기에 잘 나타납니다. 사내 감사팀의 감사를 받는 동료 직원에게 "좋은 일 많이 해서 감사하다고 오셨나보다"며 웃어제끼거나, 보고서 마감이 늦
온라인 기사 댓글에 종종 등장하는 '나거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남녀갈등을 소재로 한 기사에 많이 나타납니다. 풀어 쓰자면 '나라 전체가 거대한 한녀(한국여자)다'는 뜻인데, 댓글을 다는 이들의 99.9%는 남성으로 추정됩니다. 원래 이 말은 1~2년 전부터 대한민국과 한국 여성을 동시에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디씨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 시초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둔 한국이, 자체적인 힘으로 이를 이뤘다기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의 일방적인 지원을 요구해서 성과를 냈다는 게 글의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한국인들의 노력과 재능을 폄하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글의 전제로 쓰인 "한국 여자는 스스로 성취할 생각은 안하고, 남성들에게 뭔가 요구하기만 한다"는 식의 마인드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최근에 쓰이는 '나거한'은 최초의 의미와 좀 달라졌습니다. 남녀 갈등을 소재로 한 이혼이나 차별적 복지 등을 다룬 기사에
'현자(賢者)'는 말 그대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무언가에 대해 오묘한 이치를 깨달았거나,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닌 이를 일컫습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현자 타임'이라는 말의 유래는 다소 남사스럽습니다. 일본 누리꾼들이 만든 말인데, 성관계나 자위행위 직후에 성욕으로부터 벗어나 차분해진 심리상태를 가리킵니다. 다만 미디어 등에서는 이러한 본래의 의미를 그대로 드러내기 난감한지라 어원의 의미를 희석시키기 위해 '현실 타임'이나 '현실 자각 타임' 등으로 바꿔놓기도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에서도 통용됩니다. 미국 주식시장을 다룬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매튜 캐머너히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성공하려면 한번도 아닌, 두 번의 자위를 한 이후에 판단하라"는 충고를 건넬 정도입니다. 현자타임에는 잡다한 생각이 다 사라지고 순수히 이성에 기반해 가장 냉철하게 사고할 수 있다는 믿음
살다 보면 팀플레이가 필요한 일이 참 많습니다. 학생들의 조별 과제부터 회사 내 협업, 그리고 짝을 지어 상대방과 경쟁하는 게임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비슷하게 기여하는 '이상적인'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타고난 능력과 책임감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게임에서는 주로 이러한 플레이어에 대해 "하드캐리(Hard Carry)했다"고 합니다. 팀원들의 트롤링(민폐를 끼칠 정도로 수준 낮은 플레이)과 같은 어려움을 딛고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간다는 뜻입니다. FPS(1인칭슈팅) 게임에서 아군이 모두 죽은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로 이끈다거나, RPG(역할수행게임)에서 파티원들을 끝까지 살려내며 던전을 돌파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표현을 많이 씁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버스를 태워준다'는 게 있습니다. 실력이 일천한 플레이어들이 '하드캐리'와 만나서 손쉽게 레벨을 클리어하거나 적들을 물리쳐 승리를 쟁취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별다른 기여도 없이 승
연극이나 뮤지컬 관계자들은 최근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울상입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오프라인 활동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극성 팬이 과도하게 다른 관객을 통제하며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시체 관극'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 다른 관객이 내는 숨소리, 조그마한 움직임이나 귓속말에도 병적으로 반응하는 극성팬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다른 관객들에게 바라는 자세는 '시체처럼 숨도 쉬지 않는 부동자세'라는 비아냥이 나오면서, 이를 '시체 관극'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시체 관극을 경험한 사람은 이 같이 전합니다. "연극을 보다 내용이 어려워 옆자리 친구에게 귓속말로 잠깐 말을 걸었다. 앞에 앉아있던 관객이 부릅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사과했는데, 연극이 끝날 때까지 그 관객은 무대는 보지 않고 나만 노려보며 다시 소음을 내는 걸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 연극 관객의 주류라면, 다시는 연극을 보러 가지 못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