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진's 종소리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당, 사회적 논란, 시대 변화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전달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당, 사회적 논란, 시대 변화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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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 그때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전만 남겨놓고 있었다. 2002년 6월 13일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두 여중생은 주한미군의 궤도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4강 신화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이 이 사건은 5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조명받는다. 재판에서 장갑차를 몰았던 미군들에게 무죄판결이 나왔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해 11월 26일 거리에 촛불이 모였다. 이게 우리나라 대규모 촛불집회의 시작이다. 거리 응원을 펼쳤던 시민들은 광장 문화의 일대 전환을 이뤘다. 꼭 20년이 지났다. 지금 촛불은 '윤석열 퇴진'을 전면에 내걸었다. 최근 계기는 이태원 참사다. '퇴진이 추모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민이 투표로 세운 지 6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꽃다운'이란 수식조차 가슴이 아려오는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촛불에 담겼던 비폭력과 성숙, 순수와 간절함은 없다. '정치적 이용'이란 말조차 무색케 하는 선동마저 눈에 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건 국가정보원 말고 또 있다. 포르노다. 어디에나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부정한다. 흔히 '포르노를 본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10%쯤 '없다'고 답한다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10%라는 얘기다. 배우 이순재가 '야동 순재'로 사랑을 받는 등 금기가 깨지는 조짐은 이어졌지만 여전히 불경스럽다. 강렬하지만 거리를 두고 싶은 포르노, 그만큼 활용하기 좋은 이런 이미지를 정치권이 놔둘 리가 없다. 포르노그래피적 소재를 놓고 벌이는 공방은 끊이지 않았다. 거센 논란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표창원 전 의원의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누드화 파문이 그랬고 대북 전단 등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대외 공식 호칭) 얼굴을 포르노 배우 신체에 합성해서 북한을 자극했던 사례가 그랬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격동의 시기에는 더 기승을 부린다. 선동을 위해 이만한 거리가 없다. 가까이는 탄핵 촛불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온갖 카더라식 추문이 그랬다. 멀리는 1793년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씌워졌던 온갖 음란의 죄악(그러나 입증은 안 된)이 그랬다.
# "'우리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차이를 아느냐" 한 대통령실 직원이 물었다. 자기가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어공(정치권 등 비직업공무원 출신)들은 '우리 정부'라는 표현을 잘 쓰고 늘공(직업공무원)들은 '윤석열정부'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치열한 과정을 거쳐 정권교체를 일궈낸 이들의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엘리트 관료들의 객관화와 냉철함이 각각 묻어나는 셈이다. 현재 용산의 주도권은 검찰과 부처 출신의 '늘공'들이 잡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통상 정권 초반에는 실세 어공들의 장악력이 센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나타난 특징일 수도 있다. # 늘공이든 어공이든 열심이다. 밤늦도록 환한 불빛은 용산 청사의 상징이다. 대부분이 각 분야 최고의 능력자라는데 이견도 없다. 성품도 훌륭한 사람이 많다. 누가 봐도 '슈퍼 갑'인 한 고위 인사는 누가 봐도 '을'인 손님이 방에 찾아오더라도 고개를 돌려 음료수를 마실 정도로 겸손하다. 조건은 열악하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마다 스타일은 다 다르다. 여러 정권을 거쳐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특색이 뚜렷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원고대로 읽던 관행을 깼다. 대통령이 예상되지 않은 발언을 즉석에서 한다는 건 당시 참모들에게는 충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젊었다. 수행해야 할 일정이 대폭 늘어난 통에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히 알려진 대로 새벽형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더 심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열공' 모드였다. 중요한 외교무대를 앞두고는 직접 요약 노트를 만들고 주말에도 보고서를 붙잡고 수시로 참모에게 전화했다. 현직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이 특징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건물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과거 청와대와 공간 자체가 다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점심, 저녁 '벙개'는 일상이다. 때로 버럭 하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혼쭐도 내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는 게 참모들의 평가다. #낮 12시35분. 대통령실 A행정관은 아직 점심시간이 한창인데 자꾸 시계를 쳐다본다.
# '8. 1(월)~5(금) 국정운영 구상'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되는 주간 일정에 이렇게 적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휴가다. 지난해 6월 정치선언 이후부터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왔다. 휴가라고 해도 온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보고체계는 가동된다. 필수적인 보고는 상시 받고 비상 상황에는 평일과 다름없이 대응하도록 준비돼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가장 신경 쓰는 지적은 '한가해 보일까봐'다. 시국이 어려운데 대통령이 휴가나 간다는 인식은 늘 부담이다. 역대 대통령의 휴가 수난사가 다 그랬다. 경제 때문에 수해 때문에 전염병 때문에, 각종 이유로 재임 기간 휴가를 매년 챙긴 대통령이 없을 정도다.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길게는 보름씩 훌쩍 휴가를 떠나는(심지어 타국 휴양지로) 게 여전히 낯설다. # 대통령 휴가의 다른 말 '국정운영 구상'은 빈말이 아니다. 얽히고설킨 최고지도자의 머릿속은 리셋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스타일도 한몫한다. 윤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청년 시절부터 다독가였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는 지하철 출퇴근을 포기했다. 용산 청사까지 몇 정거장 안 되지만 관용차를 탄다. 수시로 걸려오는 대통령의 전화를 지하철 안에서 받기가 어려워서다. 취임 한 달 반쯤 된 윤석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이 이렇다. 참모들을 수시로 찾고 만난다. 혼술 혼밥 수식이 따라붙고 고위인사조차 대면보고 기회를 잘 얻지 못했다는 역대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 핵심 참모는 "오찬 중에도 필요하면 전화하신다"고 했다. #대통령의 화통한 성품은 익히 알려졌다. 의리를 중시하고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간다. 흔히 보스 스타일로 부른다. '윤석열 사단'이란 말과 함께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도 따라 붙어왔다. 뒤집으면 자기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2021년 6월29일)한 지 여전히 1년이 안 된 대통령이다. 그 짧은 시간에 대통령이 된 건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반사효과만도 아니다. 선거 때 단적으로 드러났다. 살인적인 유세 일정 속에서도 밤늦도록 한팀이라도 더 만났다. 타고난 체력도 있겠지만 사람과 어울리는 걸 즐긴다.
#"인당수 뛰어든 심청이에요" 4월8일 당시 김은혜 의원은 특유의 털털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났다. 인수위에서 당선인 대변인, '윤석열의 입'으로 맹활약하다 전격 경기지사 출마를 밝힌 직후였다. 김은혜 후보는 당선된다는 확신보다는 죽을 각오로 뛴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험지인 경기를 위해 뛰라는 당의 요구에 순응했다. 경쟁 후보 누구보다 경기도는 가장 잘 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심청이 비유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를 던져 희생하되 왕자님의 키스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전면에 나서 행동했다. 국회의원직도 내려놨다. 다름 아닌 성남 분당갑이다. 제20대 총선에서 김병관(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제외하면 지금의 여당이 항상 이겼던 곳이다. 김은혜 후보는 밤샘 진땀 승부 끝에 2일 아침에 졌다. 개표율 97%에서 역전을 허용하는 진풍경이었다. 0. 15%포인트 차이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경기에서 부족했던 5%포인트가량을 거의 만회했다. #"솔직히 누가 이해할까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난 민주당 쪽 사람들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이 사고쳤다" 25일 오전 귓전을 파고드는 정치부장의 목소리가 잠이 덜 깬 머릿속을 때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윤희숙 의원이 진짜 의원직을 던졌다. 몇 시간 전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집권 여당이 밤을 새워가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봤던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사퇴의 변은 한마디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 염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보다도 못한 도덕성과 자질을 가진 정치인을 국민들이 '정치인들은 다 그러려니' 하면서 포기하고 있는데 자기라도 그런 대상이 돼 선 안 되겠다는 의지다. 윤 의원은 "지금 여당 대선후보를 보라. 국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도덕성 수준, 쌍욕에 음주운전에 사이코 먹방까지…그런 것을 용인하는 게 국민들이 포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본인과 무관한 아버지의 일, 당에서도 소명을 듣고 책임을 묻지 않은 점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친정아버지를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에 흠집 내려는 의도"라면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끼워 맞추기 조사를 비판했지만 스스로 정권교체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글 검색창에 '586'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쓰레기'가 뜬다. 조국 사태를 정점으로 86세대를 향한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별다른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니 비판은 혐오로, 쇄신 촉구는 퇴출 요구로 번진다. 국민 70%가 586세대 퇴장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과거에 갇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86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판하면서 '전두환 정권에서 판사된 사람'이라고 했다. 투기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났던 김의겸 의원은 최 전 원장을 향해 '서울대 법대' '독실한 기독교인' 등을 언급하며 '구주류의 총아'라고 규정했다. 역시 전두환 정권에서 판사된 추미애 전 장관에 의문의 1패나 특정 종교를 구세력으로 몰아버리는 무도함도 놀랍지만 그 바탕에 깔린 '변함없는' 인식이 충격적이다. #송 대표는 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86들의 뿌리 깊은 사고를 친절히 다시 한번 설명한다.
민심은 무서웠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가 다시 한 번 각인됐다. 4년 전 탄핵으로 보수야당을 침몰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띄워준 민심이, 1년 전 만해도 민주당에 180석의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이번에는 뒤집혔다. 11년 만에 수도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 무려 18%포인트(p) 격차다. 시민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투표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주문을 외듯 ‘샤이 진보'를 외치고 ‘바닥 민심이 달라졌다‘고 했지만, 결과는 여당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붕괴된 공정의 가치, 무너진 K방역, 참담한 부동산 문제 등 원인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핵심은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극성 지지자들만 쳐다보며 감성팔이 하는 사이 국민들의 감성과는 완전히 멀어졌다. 분노를 읽었다면 10만원씩 돈 봉투 돌리는 수준의 공약을 냈을 리 없다. 일자리만 생각하면 가슴부터 막혀오는 청년들에게 달래듯 5기가바이트 무료 데이터를 주겠다는 발상도 할 수가 없다.
━진보가 샤이? '형용 모순'…지지자 부끄럽게 만든 민주당━4. 7 보궐선거에서 나온 단어 중 압권은 ‘샤이 진보‘다. 작년 제21대 총선에서 ’샤이 보수‘가 회자된 이후 고작 1년 만에 양 진영이 정반대 처지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주문을 외듯 숨은(혹은 숨어 있다고 믿고 싶은) 지지층을 애타게 부른다. 샤이 진보는 말 그대로 여당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보수, 진보만큼 본래 개념이 ‘오염’된 단어가 또 있겠냐마는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국민의힘이 보수를 참칭해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니 여당=진보, 야당=보수라는 도식 자체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렇다고 해도 샤이 진보는 칠순의 하루살이와 같은 형용 모순이다. 진보는 기본적으로 개혁적 의제를 앞세워 공동체를 유토피아적 사회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초한다. 공동체 보호에 방점을 찍는 보수와 달리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진보는 '드러내는 행위'가 본래 성격이다. 그런 진보 지지자가 부끄러워졌다는 표현은 자기 부정이다.
40대만 희한하다.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요동치는데 40대는 굳건하다.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만 튄다. ━여기도 저기도 '40대만' 거꾸로 나오는 여론조사━최근 공표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렇다. 이달 19~20일 전국 유권자 1007명을 조사(오차범위 ±3. 1%p)해 21일 공표된 TBS-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는 부정 63%, 긍정 34%였다. 전 연령층에서 부정평가가 60~70%대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40대만 긍정평가가 50. 2%로 부정평가(48. 8%)를 앞섰다. 같은 시기 서울거주 유권자 1002명을 조사(오차범위 ±3. 1%p)한 중앙일보-입소스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36. 8%,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50. 6%로 모든 연령층에서 오 후보가 우세했지만 유독 40대만 박 후보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