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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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법학 분야가 있다면 누가 수상할까라는 질문은 법학교수들 사이에서는 좋은 담론거리다. 답은 바로 나온다. 미국의 리처드 포스너 판사다. 그다음은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다.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와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분야에서 주어진다. 여기서 같은 사회과학인 경제학상이 있는데 법학상이 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제일 많다. 또 경제학상은 앨프리드 노벨의 1895년 유지에 따라 만들어진 상이 아니고 1969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이란 다소 특이한 이유로 제정됐다. 법학이 인류문명의 발달에 공헌하기 때문에 법학상을 제정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들 한다. 논지는 이렇다. 우선 법학은 실용학문이고 이론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법학자를 학자로 볼 수 없다. 다음으로 법학은 독자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갖추지 못해 ‘과학’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법학의 연구대상인 법률은 속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부 기업들이 일본기업으로 오해받아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이 일어났다. 단순한 오해는 해명해서 불식시키면 되는데 사실 복잡한 경우가 없지 않다. 한 회사가 어느 나라 회사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서구에는 이 문제만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고 학위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정도다. 글로벌 대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납세를 하고, 여러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투자자를 유치하게 되면 그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활동이 주로 국내에 국한되어도 외국인 주주가 더 많은 경우가 있다. KB금융은 외국인 주주 비율이 67%다. KB금융은 외국은행인가. 흔히 주주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큰 회사에는 주주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는 어떤가. 이른바 ‘오너’가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이라면 회사 사업상의 중대한 결정을 일본사람이 내리는 셈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회사의 국적에 관해 “기업의 활동에 필
미국의 한 기업경영 전문지가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원 판결 10개를 선정했다. 1919년 2월7일자로 미시간주 대법원이 내린 포드자동차(Dodge v. Ford Motor Company) 사건 판결이 1위에 뽑혔다. 원고 닷지(Dodge Brothers)는 포드에 부품을 공급하던 회사인 동시에 포드의 10% 소수주주였다. 그런데 닷지는 1913년 돌연 독자적인 자동차회사를 설립해 포드의 경쟁사로 나섰다. 그러자 닷지의 사업자금 조달을 방해하기 위해 포드는 주주들에 대한 특별배당금 지불을 중지해버렸다. 당시 회사가 너무 잘돼 정기배당 외에 특별배당을 실시하고 있었다. 닷지도 연 100만달러를 받고 있었다. 나아가 포드는 희대의 베스트셀러 ‘Model T’ 가격을 인하했다. 1916년이 되자 ‘Model T’ 가격은 한때 825달러였던 것이 345달러까지 내려갔다. 포드는 가격결정력이 막강했는데 1915년 한 해만 해도 39만대를 생산해
지금 국내에서 두 회사가 경영권 승계 문제로 특별히 주목받는다. 대한항공이 있는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비상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KT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진행된다. 두 사례 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비상시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 최고경영자가 회사 운영이나 실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사임 등으로 회사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회사가 비상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은 ①최고경영자 승계 담당조직의 구성·운영·권한·책임 ②당해 조직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자체평가 ③고위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 ④비상 시 혹은 퇴임 시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⑤임원 및 후보자 교육제도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종합적인 최고경영자 승계방안을 이사회가
독일 다임러를 13년간 이끈 디터 제체 회장이 지난주 퇴임했다. 경쟁사 BMW가 특별히 축하광고를 제작했는데 제체가 직접 출연했다. 퇴임하고 돌아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BMW 스포츠카를 몰고 집을 나선다는 내용이다. BMW는 그간의 경쟁에 감사한다는 말로 광고를 마무리한다. 멋지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Daimler BMW’로 검색하면 바로 뜬다. 제체는 다임러 역사에서 가장 존재감이 컸던 전임자 위르겐 슈렘프를 2006년 승계했다. 슈렘프는 1998년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합병을 주도한 인물이다. 승용차와 상용차, 고급과 중간층, 독일과 미국시장을 결합해 ‘천국에서의 결혼’으로 불린 다임러크라이슬러(DCX)가 탄생했다. 그러나 DCX는 합병 후 독일과 미국 출신 경영진간 불화와 실적저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양사 직원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포드와 혼다가 신속히 크라이슬러 시장을 잠식했다. 제체는 두 회사의 합병을 되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인구가 300만명이 채 안 되고 면적은 한반도의 20분의1 정도지만 러시아와 이란에 이은 세계 3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6만6000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와 달리 카타르는 3면이 바다여서 비싼 파이프라인이 아닌 선박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한다. 가스는 배로 운송하기 위해 영하 162도로 냉각해 600분의1 부피의 LNG(액화천연가스)로 만든다. 국영 카타르석유가 최대주주인 카타르가스는 세계 최대 LNG 회사다. 환경규제 강화로 클린에너지인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세에 있다. 중국이 석탄사용을 줄여가고 국내에서도 탈원전과 석탄화력 축소정책 때문에 가스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에는 시간이 필요해서 LNG열병합발전소가 다시 주목받는다. 석탄발전이 LNG발전보다 미세먼지를 116배 더 생성한다는 환경부 자료도 있다. 친환경 선박의 수요증가로 원유운반선도 LNG로 추진되는 것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삼호
2019년 주주총회 시즌이 마감됐다. 단일 주제로는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가장 비중이 컸다. 후보 추천절차 정비와 투명성, 다양성 제고, 경력과 역량평가, 독립성과 이해상충 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았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 발굴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진화한다는 증거다. 후보 발굴이 어려워질수록 재선임이 대안이다. 그래서 장기재임 사외이사 문제가 나온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21년 동안 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교수가 퇴임했고 삼성전자에서도 재선되면 10년을 넘긴다는 이유로 교체가 이루어진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 최초 사외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80대 한 사외이사는 재선임됐는데 24년 재직 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오너 회사’에선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서 회사를 속속들이 알고 경영진을 잘 이해하는 사외이사가 편하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는 모험과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임기 동안 사외이사 직무를 잘 수행한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
고려대 염재호 전 총장이 SK의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로 취임하게 된 것이 화제다. SK는 이번에 처음으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보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총장을 지낸 인사가 사기업의 사외이사로 가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우리와 문화가 다른 서구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버드대 파우스트 전 총장은 골드만삭스 사외이사고 스탠퍼드대 헤네시 전 총장은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전직이 아닌 현직 총장들이 사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8년 당시 미국 40개 대학의 총장 중 19인이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사실 파우스트 총장은 재직 시 스테이플스 사외이사를, 헤네시 총장은 구글을 포함해서 3개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프린스턴대 틸먼 총장도 나란히 구글 사외이사였다. 아이비리그 최초의 흑인 여성 총장 시몬스 브라운대 전 총장은 현직 때 골드만
지난달 서울대생들이 64년 만에 대선배들의 족적을 따라 미네소타주립대에 다녀왔다. 방학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 2~4주 가서 공부하고 현장체험도 하는 ‘SNU 인 더 월드 프로그램’(SNU in the World Program)의 일환이다. 트윈시티에 있는 미네소타대는 밥 딜런을 포함,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이다. 특히 서울대와 인연이 깊다. 서울대는 1955~62년 미네소타대로부터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의학, 보건학, 농학, 공학 등 분야에서 혁신적 성장을 이루는 기초가 된 큰 지원을 받았다. 6·25전쟁 직후인 1955년 9월 12인의 서울의대 교수가 미네소타행 비행기에 오른 이후 1년 단기연수부터 정규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가 모두 226명이다. 재원을 지원한 미국 정부가 미네소타대를 선정한 이유는 한국에서 전사한 미군 중 미네소타 출신들의 비율이 가장 높고 전쟁고아 입양도 가장 많을 정도로 미네소타가 한국과 인연이 깊어서였다.
롤스로이스(Rolls Royce)는 최고급 자동차의 대명사다. 해외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정상의 운동선수 등 돈 많고 남의 눈에 잘 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아이언 맨’(2008년)에서 토니 스타크가 타는 차도 롤스로이스다. 그런데 롤스로이스는 항공기엔진 회사이기도 하다. 미국의 GE, 프랫&휘트니와 더불어 업계를 선도한다. 롤스로이스는 1904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합작으로 창업했다. 그런데 창업 이전부터 열기구 비행에 열중한 롤스는 자동차보다 항공기에 더 천착했다. 회사 사업도 항공으로 확장하려 했는데 로이스와 이사회가 반대했다. 롤스는 라이트 형제와 친분을 쌓아 같이 비행도 많이 했다. 결국 영국 역사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첫 인물이 된다. 롤스는 1910년 라이트 형제가 제작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32세로 요절했다. 롤스 사후인 1915년 첫 롤스로이스 항공기엔진이 깜짝 선보였다. 1차 대전 발발에 즈음해 영국 정부가 요청한 것이다. 1960년대
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업계 1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1등이라는 사실 자체가 자산이고 브랜드다. 고객들은 싫증을 잘 내고 유행은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아야 1등을 유지한다. 그러려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 다 돈이 든다. 돈은 규모가 클수록 끌어들이기 쉽다. M&A가 방법이다. 사업확장 자금은 잘 안 빌려주는 금융기관들도 M&A 금융에는 반색한다.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들의 M&A를 용이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환영할 일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그동안 거의 주홍글씨처럼 여긴 관념이지만 그것을 이제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물려받은 사업 중에는 잘 경영할 수 없는 것이 반드시 있다. 현대의 대형 상장회사는 한 인간의 힘으로 경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머리를 합쳐야 한다. 창업자들은 자기도 많이 알 뿐 아니라 회사를 키워온 회사 안팎의 인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물려받은 사람들은 그 준
사모펀드를 부채상인(Merchant of Debt)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차입매수(LBO)를 통해 상장회사 주식 전부를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LBO는 타인자본의 저렴한 속성과 이자 지불에 대한 세금혜택이 요긴한 거래다. 그러나 빚을 가장 전문적으로 잘 다루는 이들조차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빚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사상 최대 바이아웃은 2007년 텍사스 전력회사 TXU에너지 바이아웃이다. 약 50조원이었다(포스코가 시총 30조원이다). 그런데 TXU는 사상 최대인 동시에 사모펀드 최대 실패작이다. 이 딜은 사모펀드계의 고수들인 KKR와 TPG, 골드만삭스의 클럽 딜이었다. 아폴로와 블랙스톤도 채무인수로 참여했다. 그러나 TXU는 2014년 채무 약 45조원으로 도산했다. 미국 역사상 여덟 번째 규모의 도산이다. 사모펀드업계 최고수들이 모여 클럽 딜을 했는데 왜 실패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시장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노련한 투자자인 이들의 시야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