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총 164 건
에르메스(Hermes)는 1837년 창업한 프랑스의 명품 제조회사다. 제품 중에는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의 이름을 딴 ‘켈리’ 핸드백이 가장 유명하다. 1000만원이 넘는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전 총리 부인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 284개를 압수한 적이 있다. 대략 견적이 나온다. 에르메스는 1993년 기업을 공개했는데 당시 청약경쟁률이 34대1이었다. 이 패밀리도 다른 유복한 집안과 마찬가지로 가족 간에 돈 문제로 갈등이 심했다. 기업공개로 일부 가족 구성원이 공정한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수 있어 분쟁이 순화되었다고 한다. 기업공개가 특이한 기능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0년 10월 에르메스 CEO 패트릭 토머스는 알프스에서 사이클링을 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건 전화였다. 2시간 후 지분 17%를 취득했다고 발표하겠다는 내용이다. 그후 2014년까지 무려 4년간 이어진 법정공방과 프랑스 정부의 조사가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바람직한 차기 서울대 총장상에 대한 의견(관련기사 : 美하버드대의 두 총장, 엘리엇과 서머스)에 이어서 화제와 논란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한 대학 총장을 소개한다. 미국의 한 매체(The Best Schools)가 미국에서 가장 '흥미 있는' 대학 총장 20명을 뽑아 본 적이 있다. 그중 우리 눈으로 보아도 매우 흥미 있어 보이는 총장은 단연 웨스트버지니아대 고든 지(E. Gordon Gee) 총장이다. 지 총장은 웨스트버지니아대 두 번(연임은 아니다), 오하이오주립대 두 번, 콜로라도대, 브라운대, 밴더빌트대 총장을 지냈다. 어찌 된 셈인지 첫 번째 외에는 그 어떤 대학에서 다른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 오직 총장만 했다. 미국이라고 해서 외부인을 언제나 흔쾌히 받아주는 것은 아닐 터인데 능력과 인품이 받쳐주는 모양이다. 가는 대학마다 돈을 들여 총장 공관을 리노베이션하기로도 유명했다. 인기가 좋으니 사람들이 후임자를 위
알프스는 세계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애물이었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은 얘기가 상징이다. 필자는 차를 몰고 알프스의 모든 고개를 넘어보았는데 겨울철만 아니면 걸어서도 넘을 만했다. 이제는 터널이 많아 관광할 게 아니라면 금방 넘는다. 스위스의 알프스 터널들은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지만 독일 남부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의미도 있어 유럽의 남북을 잇는 혈맥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잘하는 농담이 하나 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 알프스에 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세 나라 업체가 입찰에 나섰다. 터널은 양쪽에서 파 들어와 가운데서 만나는 방식으로 만든다. 먼저 독일업체가 말하기를 자기들은 가운데서 정확히 만나는 오차가 1미터 이내다. 스위스업체가 말하기를 자기들은 가운데서 정확히 만나는 오차가 1센티미터 이내다(스위스 퍼펙트). 그러자 이탈리아업체가 말하기를 자기들은 중간에 만난다는 보장은 못 하지만 중간에 못 만나게 되면 하나 값으로 두 개를 뚫어주겠다. 경
타임(Time, Inc.)은 2014년 6월 타임워너에서 분리됐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을 필두로 96종의 잡지를 발행하는 타임은 독립해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고 워너는 워너미디어로서 순수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남았다. 타임은 1923년 헨리 루스와 브리튼 헤이든이 같이 창업했다. 두 사람은 코네티컷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같이 공부했다. 거기서부터 학교신문을 같이 편집했고 예일대학도 같이 다녔는데 두 사람은 예일대학 신문도 같이 편집했다. 졸업 후 두 사람은 볼티모어뉴스에서 다시 같이 일했다. 루스와 헤이든은 성격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랐지만 줄곧 ‘한 조직처럼’ 같이했다. 타임 창간 때 둘 다 24세였다. 헤이든은 31세에 병으로 요절했다. 유언장에는 상속인들이 타임 주식을 49년 동안 팔지 못하게 돼 있었다. 루스는 68세까지 살았다. ‘당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인’으로 불렸다. 내가 대학생 때는 누구나 별로 읽지도 않으면서 타임을 둘둘 말아 한 손에
총장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던 인사가 성추행 문제로 사퇴한 후 우여곡절 끝에 총장선거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하고 서울대가 지난 6일 후보 공모공고를 냈다. 총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생긴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먼저, 사퇴한 후보 자신이 문제였다. 본인도 사죄하고 물러났다. 그런데 그게 다라면 차순위 순서로 총장을 뽑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 후보를 선출한 결정 과정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아예 선출 제도 자체가 잘못 되었던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비중이 컸던 후보 2인이 빠지고,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실시하는 재선거이기 때문에 ‘리메이크’ 수준이 될 것 같다. 잠재적 후보들에 대해서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고 교수, 직원, 학생, 이사회,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 모두 구성원 변동이 거의 없어 기이한 선거가 진행되게 된다. 같은 수험생이 같은 규칙에 따라 지난번 시험문제로 재시험을
세계 대학들의 랭킹표를 보면 특이한 대학이 눈에 띈다. 캘리포니아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칼텍)이다. 칼텍은 종합대학교가 아니고 학부에서는 과학, 대학원에서는 공학에 특성화한 대학이다. 학생이 2200명 남짓에 교수가 300명 정도니 유수 대학들의 10분의1 규모다(하버드는 각각 2만2000명과 4600명이다). 그런데 칼텍은 어떤 랭킹에서도 모두 10위 안에 든다. 심지어 최근 영국 타임스랭킹은 칼텍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이어 스탠퍼드와 공동 세계 3위에 올려놓았다. 사립인 칼텍은 1891년 세워졌다. 스탠퍼드와 버클리가 정치권에 방해 로비를 펼쳐 주립 종합대학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며 원자폭탄 개발에서 중추 역할을 한 리처드 파인만이 재직한 학교로 유명하다. NASA와도 종종 같이 일한다. 소재지 파사데나 북쪽에 NASA의 R&D부문인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있다. 대중적으로도 유명하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본부 건물은 ‘유럽의 펜타곤’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장대한 건물이다. 1950년대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업무용 빌딩이었다. 2차 대전 후 연합군 점령군사령부 건물로 쓰였고 마셜플랜이 집행되었던 곳이다. CIA와 미군이 계속 사용하다가 독일통일 후 미군 철수 과정에서 1995년에 독일 정부에 이양되었다. 리노베이션 후 프랑크푸르트대가 쓰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프랑크푸르트가 거의 완파되었지만 아이젠하워가 나중에 사령부로 쓸 요량으로 이 빌딩은 폭격하지 못하게 했다는 설이 있고 가까운 곳에 미군 포로수용소가 있어 폭격을 면했다는 설도 있는데 어쨋거나 이 건물은 원형 그대로 보전되었다. 이 건물의 명칭은 ‘IG 파르벤 빌딩’이다. IG 파르벤(IG Farben, 1925~1952)의 본사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파르벤은 2차 대전 이전 세계 4대, 유럽 최대의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화학·제약기업이었다. 2차 대전 직전인 1938년에 종업원 수가 약 2
교통체증으로 차가 많이 막히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공중으로 쑥 떠올라 저 아래 차들을 내려다보며 목적지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장거리 해외여행 때도 비행 외에 드는 시간이 너무 많다. 공항까지 가야 하고 탑승절차, 보안검사, 그리고 대기. 도착해서 짐 찾기, 줄 서서 기다리기, 호텔까지 한참 걸려 가기. 내집 앞에 비행기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 호텔 앞에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버가 202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에어택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도심항공산업이 탄생하게 된다. 도심과 공항을 이어주기도 할 것이다. 지난 5월에 공개된 에어택시 프로토타입은 꼭 드론같이 생겼고 동체는 헬기보다는 경비행기같이 생겼다. 전기로 구동해 헬기보다 조용하고 경제적이다. 지금 우리가 해외에서 쓰는 우버 앱(애플리케이션)처럼 에어택시 앱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항공산업과 항공운송산업이 문자 그대로 날아오르고 있다. 에어택시가 대표하는 항공기술적 혁신이 M&A(인수·
=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 팀이 선전했다. 브라질을 2:1로 눌렀다. 준결승에서 우승팀 프랑스에 1:0으로 졌지만 3-4위전에서 잉글랜드를 2:0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FIFA 랭킹도 독일, 브라질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1830년에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이 작은 나라는 인구가 1100만을 조금 넘고 1인당 GDP가 5만 달러 정도 된다. 약 30개의 대학이 있다. ‘조용히’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벨기에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들 살까. 일단 벨기에 하면 와플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스타일의 와플이 벨기에에서 유래했다.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이 가장 유명하고 미국에서는 딸기와 백색 파우더 설탕을 곁들인 브뤼셀 와플을 아예 벨기에 와플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와 로마조차 구별 못 하는 미국인들이 많은데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벨기에와 브뤼셀은 더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수 없이 그런 이름을 붙였다. 놀랍게도 벨기에는 세계 최대의 맥주 제
= 미국 하버드대학교에는 공대가 없다고 아는 사람들도 있고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하버드 공대라고 아는 경우도 있다. MIT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겠다. 왜냐하면 MIT는 9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종합대학교이고 이름과 달리 경영대학, 인문학부, 사회과학부도 있으며 최근 QS랭킹에서 스탠퍼드와 하버드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부분적으로는 두 학교가 지리적으로 거의 붙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다. "하버드에 공대가 있나?"라는 질문은 하버드 공대 스스로도 홈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을 정도다. 답: 하버드에도 공대가 있다. 다만 대학 전체에 비해 아직 존재감이 작다. 정식 명칭은 ‘존 폴슨 공학 및 응용과학대학’이다. 2007년에 출범했다. 응용수학과 응용물리학을 포함해서 9개 과가 있다. 공대 홈페이지에는 빌 게이츠와 저커버그가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하버드 공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다소 자랑스럽게 올려져 있다. 공대
= 오는 20일에 취임할 예정이었던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가 자진사퇴했다.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서는 나를 포함한 서울대 교수들 전체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급한 문제를 서둘러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총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총장 없이도 교육과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3만 2천명, 8천억원 살림살이는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이 먼 서울대의 개혁과 혁신은 늦어진다. 서울대 이사회는 지난달 18일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최종 추천한 3인의 후보들 중 1인을 총장후보로 선정하는 의안을 놓고 심의한 후에 이번에 사퇴한 후보를 최종후보로 선정하기로 결의했다. 선정된 후보는 총추위 평가에서 1위를 했었다. 일단 이 결의는 절차상의 흠이 있거나 그 내용이 위법 또는 현저히 불공정해서 효력을 의심받을 만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보의 사퇴 이유가 된 성희롱, 성추행, 논문표절 등의 문제들이 이사회에서 모두 거론되었고 조사 자료와 함께 논의되고 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다음달 퇴임하는 3인의 대법관들 후임이 임명 제청되었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중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난리’가 났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갑자기 오는 7월31일 자로 종신직인 대법관직에서 퇴임하겠다고 한 것이다. 케네디는 1987년에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했다. 오코너 대법관 퇴임 후 지난 12년간 대법원에서 5:4 판결의 이른바 ‘스윙보트’(균형추)였다. 81세 고령 대법관이 퇴임할 수도 있다. 그런데 타이밍이 논란이다. 공석을 트럼프 대통령이 채우게 되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의석 분포가 변하게 되면 트럼프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후임자를 임명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케네디의 사임이 정치적 행동은 아니라 해도 대법원 구성과 판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면 좀 더 신중하고 중립적으로 처신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케네디는 중도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