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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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강의에서 습득한 것을 평가한 후에 학점이 나간다. 대학의 현대적 학점제도는 이론은 있지만 19세기 말에 하버드대 엘리엇 총장이 도입한 것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수업을 듣고 가는 것보다는 평가해서 등급을 부여하면 훨씬 학습효과가 좋아진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학점 인플레가 심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에서 학부 전공과목 성적이 A가 55.2%라는 조사도 나왔다. 성적이 지나치게 후하면 학업성취 기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열심히 공부해도 그렇지 못한 경우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우수한 학생들의 성취동기를 감소시킨다. 학점 인플레는 학점경쟁의 결과다. 나는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대거 수강을 취소하거나 휴학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내 수업에 실망해서 떠난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중간고사 전후해서 자기 학점의 ‘견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재수강
‘혁신’이라는 말처럼 인기 있고 자주 사용되는 말이 없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세어보니 2011년 한 해 미국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3만3528회 나왔다. 구글의 에릭 슈밋과 조너선 로젠버그는 혁신을 ‘새로운 큰 거 한 방’(Next Big Thing)이라고 부른다. 구글 자체가 혁신의 산물이다. 래리 페이지는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인터넷 전체를 다운로드하고 링크만 보관하면 어떨까.’ 잠에서 깬 페이지는 펜을 들고 그게 가능할지를 종이에 끄적거렸다. 검색엔진 구글이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슈밋과 로젠버그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할 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혁신은 고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혁신은 새로운 기능성을 내포해야 한다. 나아가 ‘과격한’ 유용성을 구현해야 한다. 즉, 혁신은 새롭고 놀랄 만하고 과격하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그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실제로 사용되게 하는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
대한항공 사건으로 통행세 징수 관행이 또 드러났다. 오너일가가 회사를 차려 기내 면세점 구입에 통행세를 받은 모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기업이 어떤 일을 할 때 직접 할 것인지, 외주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판단이다. 따라서 가격이나 거래조건이 공정하다면 원칙적으로 법률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와 거래하는가는 계약자유의 원칙 적용 범위 내에 있는 일이다. 계약자유는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도 포함한다. 그 상대방이 총수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도 마찬가지다. 법률은 부모 잘 만난 사람이나 운 좋은 사람을 단순히 그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을 넘어섰다. 통행세나 일감 몰아주기는 모든 국민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에는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윤리의식과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기대 같은 것이 반영되어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법률이 허용하
리랜드 스탠퍼드는 스탠퍼드대 설립자로 알려졌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골드러시 시대의 철도 부호였다.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처럼 주지사를 지냈고 당시 가장 부자였던 스탠퍼드가 남루한 행색으로 약속도 없이 하버드대 총장을 찾아갔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총장이 결국 만나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스탠퍼드대 도서관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실에 따르면 아들을 잃은 후 스탠퍼드 부부는 차세대를 맡길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유럽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버드, 코넬, MIT를 방문해 총장들과 협의했다. 여기에 하버드대 엘리엇 총장이 포함된 것이다. 엘리엇은 종합대학 설립을 권유했고 500만달러를 기금 액수로 제안했다. 스탠퍼드 부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본 뒤 그 액수는 자기들이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스탠퍼드는 1885년 아들의 이름을 붙인 종합대학을 따로 설립했고 스탠퍼드 부부는 지금 가치로 약 1조원 넘는 돈을 학교에 출연했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시대적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하버드대의 두 총장을 비교해 보면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된다. 21대 찰스 엘리엇 총장은 1869년부터 40년간 재직한 최장수 총장이다. 취임 당시 평범했던 하버드를 세계적인 대학교로 변모시킨 위대한 총장이다. 엘리엇은 하버드 졸업 후에 화학부 정교수가 되는데 실패하고 유럽으로 떠난다. 유럽에서 엘리엇은 유럽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깊이 연구했다. 여러 학교를 방문하면서 커리큘럼, 교수법, 교육의 국가적 의미를 탐구하고 특히 교육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관심을 쏟았다. 독일에서는 대학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발견이 독일의 화학산업에 미친 영향에 깊은 인상을 받아 교육과 산업 발달의 관계를 공부했다. 엘리엇은 당시 신흥국가였던 미국이 학문과 산업, 통상을 통해 발전할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당시 미국 대학들은 급속한 산업화를 교육과 지식으로 뒷받침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성직자들이 고전 위주로 수업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돌아다닌 적이 있다. 1880년대에 하버드를 다니다 사고로 죽은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스탠퍼드(Leland Stanford) 부부가 하버드에 거액을 기부하려고 찾아왔다. 그런데 당시 엘리어트 총장이 부부의 행색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다. 부부는 할 수 없이 따로 스탠퍼드대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 얘기는 누가 꾸며낸(왜곡한) 것이다. 재미있기 때문에 절찬리에 퍼져나갔다. 그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홈페이지에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입증자료를 올렸다. 이 이야기는 한때 하버드에 대한 가장 잦은 질문(FAQ) 리스트에 올라 있었을 정도다. 스탠퍼드대도 홈페이지에 이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상세한 설명을 올려놓았다. 하버드를 ‘동부의 스탠퍼드’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스탠퍼드가 신흥 명문대학으로 자리잡은 데 비춰보면 이 가짜뉴스는 하버드 입장에서 매우 곤란한 것이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하버드는 세계 최고 교육기관으로 타의 추종을
= 미국 버클리대 교정에는 파란색으로 ‘노벨상 수상자 전용’이라고 표시된 주차공간들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만 주차할 수 있고 아닌 사람이 주차하면 딱지를 뗀다. 캠퍼스에 모두 8개가 있다. 물리학과 건물에 다섯 개, 화학과에 두 개, 경제학과에 한 개다. 198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체슬라브 밀로즈가 처음 학교에 요청했고 학교는 수락했다. 인근 스탠포드대에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열 받았다고 한다. 교수직이 그렇듯이 전용주차도 평생이다. 그것도 무료다. 보통 미국 대학 캠퍼스에 전용주차하려면 1년에 1500달러를 내야 한다. 그것도 매년 갱신해야 한다고 한다.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만료다. 기간 만료된 주차증을 붙이고 주차하면 어김없이 딱지를 떼인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윌리암슨 경제학과 교수가 주차증을 힘들게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수상자들은 대개 노교수들이다) 총장이 부랴부랴 직접 손으로 쓴 임시 주차증을 발급한 일도 있다.
벌써 한 20년쯤 된 것 같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초반에 항상 듣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자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여 기장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여조종사는 드물었다. 승객들이 왜 보이지도 않는 여 기장을 좋아했을까. 아마도 여성으로서 차별과 어려운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올랐으니 실력이 탁월할 것이고 따라서 내가 탄 비행기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2009년 1월 뉴욕의 라과르디아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서 엔진 두 개를 다 잃었다. 설렌버거 기장은 회항을 지시하는 관제탑의 지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착륙시킨다. 기적적으로 155명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 이 사건은 201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설렌버거 기장은 다시 미국의 영웅이 되었다. 설렌버거의 이미지가 우리가 가장 원하는 조종사다. 위기 상황에서 실력 있고, 판단력이 뛰어나고, 침착하고,
=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대학의 10대 총장을 선정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여성 총장이 포함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미시간대 메리 수 콜먼 전 총장이다. 콜먼 총장은 특히 발전기금 모금 실적 부문에서 최고의 총장으로 기록되었다. 콜먼 총장은 2002년에 취임했다. 당시 주 정부가 주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미시간대 예산의 10% 정도만 지원하고 있어서 학교 재정난이 심각했다. 콜먼 총장은 대대적인 기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해서 2008년까지 32억 달러를 모금한다. 매년 6천억 원 정도를 모금한 것이다. 이 숫자는 미국 주립대학 역사에서 최고 기록이다. 미시간대는 2008년에 연구비로 10억 달러를 지출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다. 미시간대는 작년 기준 세계에서 열 번째로 돈이 많은 대학이고(하버드 1위) 연구비 예산은 2위다(존스 홉킨스 1위). 역시 10대 총장에 포함된 존 섹스턴 전 뉴욕대 총장은 2002년에서 2015년까지 재직했는데 한 캠페인에서 30억
블랙록(BlackRock)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다. 운용자산(AUM)이 지난해 7월 기준 5조7000억달러다. 약 600조원인 국민연금기금의 10배 정도 자산을 운용한다. 따라서 블랙록은 세계 유수 대기업들의 대주주거나 주요주주다. 블랙록이 기업의 경영이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한마디하면 모든 회사는 경청해야 한다. 지난 1월16일자로 투자대상 회사들에 나간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편지가 화제다. 핑크 회장은 회사들이 ‘뚜렷한 목표 감각’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뚜렷한 목표 감각이란 매 분기 경영실적이 양호해야 할 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의 개선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겠다는 의식을 말한다고 한다. 블랙록이 이런 방식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인덱스투자펀드, 뮤추얼펀드 등 소극 투자자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최근의 강세장 기조에서 그 증가 속도가 가속화했다. 그 결과 미국 자본시장의(따라서 회사 주주총회 의결권의) 3분의1
서울대에서는 차기 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번까지는 교수들의 경우 총장선거에 좀 무심했다. 총장이 누구인지가 내 일과 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울대가 어떻게 되지는 않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위기의식, 책임의식이다. 모든 후보가 공통적인 생각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 같은 주제도 공통이다. 다 필요하지만 지금 서울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 필요한 것이 대학의 운영과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연구에 필요한 재원이다. 특히 서울대는 교수 처우가 사립대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어 처우개선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서울대 교수는 학교에서 대우가 박해도 사회적 성가를 활용해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은 틀리기도 하려니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소장 교수들은 생활과 자녀교육 같은 문제에서 많이 취약하다. 그 문제로 시달리다 보면 자부심도 약간 사그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약이다.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기네스북에는 론 아카나라는 사람이 아메리칸항공에서 63년 동안 객실 승무원으로 일하고 2억 마일을 비행했다고 나온다. 참으로 비행을 좋아하고 승무원 일을 좋아했던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해외여행은 흔하지 않았고 제약이 많아 국제항공편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고학력 인재들이었다. 선망 받는 직업으로 자부심도 높았다. 보수도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서 자연스럽게 수준급의 외모와 체격조건을 갖추었다. 특히 조종사들 못지않게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요즘은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큰 도시는 하루에도 두 편씩 나가지만 옛날에는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이었고, 따라서 한 번 나가면 현지에서 오래 머물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견문이 넓어지고 국제적인 안목을 갖춘 인재가 되는 ‘특전’도 있었다. 여성 승무원의 경우 일등 배우자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부인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도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