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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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거 없다. 누가 범죄를 세련되게 물리치나? 최근 한 시인이 이제 육십을 바라보면서 옛날 이야기로 JTBC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남자들 참 저급하다" 상습 성추행·희롱. 그것도 모자라서 ‘세련되지 못하게 거절하면’ 보복을 한단다. 한둘이 아니라니. 다른 데도 아니고 그 우아한 문단에서. 고대 로마 시대 성추행에 관한 연구논문이 있다. 인류의 오래된 불치병이다. 그런데 마음대로 잘 안되면 보복을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직장 내의 규칙과 내부적 사회규율에 의해 사후적으로 나마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밀도 있는 공동체가 아닌 느슨한 사회적 집단이나 대개 일회성인 손님·고객 관계 같은 계약관계가 지배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행과 희롱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물론 위법행위다. 그러나 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민사적 구제 방법밖에는 없어서 그냥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다. 유사 이래로 남자
할리우드 정상의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열세 살에 ‘레옹’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얼마 전 포트먼은 ‘미투’(Me Too) 맥락에서, ‘레옹’이 개봉된 직후 팬레터를 가장한 추행, 폭행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 받은 그 충격 때문에 그후 항상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배우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포트먼은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전원 남성인 후보들’이라는 말을 붙여 소개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소개받은 후보들이 다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같이 겸연쩍은 표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시상식에서 한 명연설에서도 지적했듯이 ‘미투’와 양성평등의 실현은 양식 있는 많은 남성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남자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보거나 무안하게 할 일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남자는 아내의 남편이거나 한 여자의 연인이며 딸의 아빠다. 얼마 전 미국에서 30년간 체조선수 156명을 추행, 폭행한 자에게 징역 175
지난해 1월 미국 언론은 당시 아직 현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법학 학술논문을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짜뉴스인가 했으나 사실이었다. 찾아보니 바락 오바마라는 필자가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이하 리뷰)에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에 있어서 대통령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각주 317개가 붙은 56페이지짜리 정식 학술논문을 발표했고 그 아래에는 ‘미합중국 대통령’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세간의 즉각적인 반응은 “퇴임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 중 하나를 특별한 방식으로 부각시키는 것 아닌가?”였다. 그러나 이 논문은 백악관이 기획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 논문이 탄생한 경위는 이렇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학계와 법조계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혁이 큰 논의거리였다. 법학 학술지가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주커만이라는 이름의 편집장은 뭔가 강력한 작품이 없을까를 고심하다 대통령에게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오바마행정부
지난 8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세실 B 더밀 평생공로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 오프라 윈프리의 수상 소감 때문이다. 이건 수상 소감이 아니라 전투를 앞둔 병사들의 공포를 줄이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지휘관이 격정적으로 토하는 열변 같았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 윈프리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연설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약 9분 걸린 연설의 핵심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미투'(Mee Too)와 관련된 것이다. 우월한 지위에서 마음대로 여성들을 희롱하고 추행한 남성들에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Time's Up)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피해 입은 사람들이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주문을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즉각 윈프리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본인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실 마이클 무어 감독 같은 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성폭력, 성추행 고발 움직임인 ‘미투’(Me Too)는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것이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웨인스타인이 줄줄이 터져나오는 성추행 문제로 퇴출되고 케빈 스페이시 같은 거물급 배우에게도 같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에서 하차했고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2017년)에서 스페이시가 찍은 분량은 모두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다시 찍는 소동이 벌어졌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남성들이 장악했고 여성들은 취약한 지위에 있다. 취약한 지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입지로 이어진다. 성폭력, 성추행은 범죄이기 때문에 그냥 범죄로 취급하면 되지만 사실 그 근원은 차별에서 나오는 여성의 약자적 지위다. 할리우드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리천장’에 빗대 ‘셀룰로이드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정상급 남자배우는 정상급 여배우에 비해 2배 이상 보수를 받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등이 심해지는데
지난 14일 국내외 언론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찍은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다. 루스벨트, 니미츠, 레이건 등 미국 항공모함 3척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편대가 동해상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훈련 광경이다. 남의 나라 군사력이 한반도 인근에 일제히 동원된 이 훈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안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장공비 침투사건, ‘북괴의 남침 위험’ 얘기에 이골이 났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진 건 요즈음이 처음이다. 내 주위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불안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가공할 화력이 유사시 우군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보통 큰 위안이 아니다. 그런데 저게 다 돈이다. 한 장의 사진에 나오는 전략자산의 가치와 운용비용이 어지간한 나라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니미츠급 항모는 탑재한 전투기를 제외하고도 1년에 약 5조원의 운용비용
버나드 쇼는 피아노가 가장 완벽한 악기며 피아노의 발명이 음악에 안겨준 의미는 활자출판기술의 등장이 문학에 안겨준 의미와 같다고 했다. 피아노는 표현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어떻게 보면 책상처럼 생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작곡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창작을 한다. 피아노 음악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악이 피아노를 거쳐 탄생하는 셈이다. 성악과 거의 모든 악기 연주의 반주에 피아노가 사용되는 데 다른 어떤 악기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다. 2014년 영화 ‘그랜드 피아노’ 반지 시리즈의 엘리야 우드가 라흐마니노프의 현신 톰 셀즈닉이라는 피아니스트로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라 신케트’(La Cinquette)라는 곡을 한 음도 틀리지 않고 연주한 후 마지막 네 음을 짚으면 뵈젠도르퍼 피아노(발렌티나 리시차와 마에 정명훈씨의 피아노다) 안에 설치된 복잡한 기계장치가 작동하고 그 결과로 피아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이제 본격적인 고령사회다. 고령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고령환자가 많다. 거의 집집마다 어른 요양원 문제가 있다. 연명의료 중단도 이제 합법이다. 유사 이래 인간은 무병장수를 꿈꾸어 왔는데 장수는 되고 있지만 무병이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병을 만드는 노화를 정복해야 할 순서다. 그런데 사람이 늙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화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 준다.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2015년). 여주인공은 우연한 사고 이후 더이상 늙지 않게 된다. 스물아홉 살로 지난 100년을 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주위 사람들과 경찰, FBI는 그녀를 그냥 두지 않는다. 평생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누군가가 더이상 늙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이 그 비결을 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죽기 싫은 억만장자 미치광이나 그 부인이 위험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라푼젤’(2011년)이 평생 탑에 갇혀 산 건 약과일 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
2017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이 벌어진 시상식이다. 반 세기 전인 1967년 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보니와 클라이드였던 페이 다너웨이와 워렌 비티가 시상자로 나와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라라랜드 팀 모두가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기뻐했다. 그러자 단상이 약간 어수선해지면서 놀랄 일이 일어났다. 수상자인 라라랜드 제작자가 마이크에 대고 ‘수상작은 문라이트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수상자가 적힌 봉투 안의 카드를 높이 흔들어 카메라에 보였다. 과연 거기에는 문라이트가 수상자로 적혀 있었다. 얼떨떨한 문라이트 팀이 단상으로 올라와 수상소감을 말하는 순서가 뒤 따랐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워렌 비티는 애초에 엉뚱한 봉투를 받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여우주연상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비티는 어리둥절해서 발표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다너웨이가 라라랜드가 눈에
북핵 문제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2007년 9월6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단행된 이스라엘의 시리아 군사용 원자로 공습 사건이 재조명된다. 시리아 타격에 미국이 동참하려 하지 않자 이스라엘은 단독 행동으로 원자로를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에도 이라크 원자로에 예방적 타격을 가한 일이 있다. 기습공격을 당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를 준비했으나 이스라엘의 핵 보복을 우려해 포기했다. 이스라엘은 1966년 프랑스의 협조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은 단숨에 10%포인트 상승했다. 이스라엘의 역량과 결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스라엘에 대한 흔한 이미지는 병영국가다. 거리에 자동소총을 휴대한 남녀 군인들이 항상 보인다. 모든 레스토랑, 슈퍼마켓, 학교에서 소지품을 검색한다. 사회 전체가 초긴장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즉시 벗어나라는 외교부 경고문자가 온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여러 번 들락거려보니 그런 이미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신사적’이라는 것이 많을 것이다. 법치와 정의, 인권을 워낙 강조하는 데다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이라 개개인은 대부분 낙천적이고 친절하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힘의 축적과 무력 사용을 기반으로 발전한 거친 나라다. 미국인의 원조인 색슨인과 앵글인은 성실하기는 했으나 성격이 포악했다. 특히 적에게는 매우 잔인했다. 이 때문에 난폭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영국에서 예의범절이 발달했다고 한다. 처음 신대륙에 건너간 사람들도 강인했기 때문에 절반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고 서부개척 시대에 천신만고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사람들은 나름 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어서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들을 상대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자경단이 필수였고 각자 호신을 위해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종종 대형 총기사고가 나지만 총기규제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세
1997년 국내에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20년이 지났는데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큰 진전이 없다. 특히 국내 상장회사들에서 여성 사외이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엘리엇은 15개 계열 상장사에 단 세 사람의 여성 사외이사만 있는 삼성에 이사회에 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주주제안을 내기도 했다. 우리 실정에서 인종 문제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이사회의 다양성 문제는 거의 여성 사외이사 수의 확대 문제다.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도 IBM에서 최초 여성 사외이사가 나온 것이 인류가 달에 착륙한 2년 뒤인 1971년이었으므로 여성 사외이사 문제는 반드시 우리나라에서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볼 것이다. 여성이 영리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는 것은 다양성 외에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에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증적인 연구가 없기는 해도 여성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는 이사회를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