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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최근 외교 안보 논쟁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포퍼는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를 언급한다. 요약하자면 열린 사회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있어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하고, 개개인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닫힌 사회는 '특수한 역사법칙'이나 '진화적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역사주의에 입각한다. 따라서 일정한 법칙을 따르고 사회에 전제된 법칙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보다는 전체가 의미를 갖는다. 즉, 집단적인 사회가 중심이 되는 사회다. 이런 면에서 전체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열린 사회일까 닫힌 사회일까.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 속 비약적 성장을 해왔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특정 프레임’을 볼 때 닫힌 사회에 가까운 듯 하다. ‘미국 프레임’이 작동하면 개개인의 선택보다 전체주의적인 집단의식을 강요당한다. 아(我)와 피아(彼我)가 명확하다. 다름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야권은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19일 “국회 운영에 당분간 냉각기를 갖겠다”며 “오늘부터 당분간 상임위 활동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엔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고 향후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의 처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표결 등과 연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야당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채 강 장관을 임명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강 장관은 △딸 위장전입 △세금 탈루 △박사학위 논문표절, △배우자 거제도 땅 투기 의혹 등 문 대통령의 5대 인사배제 원칙 중에 4개 부문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그런 흠결을 덮을 만한 실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야당의 반대 이유다.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한 청와대에 1차 책임이 있다. ‘자진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청와대가 검증하지 못한 의혹과 사실들이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청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종 인사 검증논란에 정치권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조 수석도 취임 초엔 언론과 접촉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이란 자리의 무게가 강조되면서 청와대 내부서 이내 '함구령'을 내렸다. 그 후 브리핑 등 청와대 담당기자들과 대면은 물론이고 전화통화도 쉽지 않다. 야권이 조 수석을 겨냥, 맹공을 퍼붓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묻는다. 조 수석은 '그날밤' 무얼 했으며 민정수석의 세가지 역할을 알고 있느냐고. 민정수석의 첫째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검증'이다. 대통령은 수많은 자리를 인선해야 한다. 추천은 인사수석이 하지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 사람이 적합한지 따지는 것은 민정의 역할이다. 민정라인에서 검증하지 못하면 속칭 '구멍'이 뚫린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도 민정수석실의 일이다. 두번째는 "아니오"라고 '말하기'다. 인사추천위원회 등 청와대 인사 프로세스에서 민정수석은 늘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다. 인사수석실의 '추천
얼마 전 지인의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다가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같은 반 친구에게 팔뚝을 물린 사진을 보고 놀란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래 친구가 물어서 생긴 상처였다. 구체적인 사건의 인과 관계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겨우 주변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아이의 의사표현만으로 상황을 판가름하기도 어려웠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그 또래의 아이는 엄마조차 아이의 손을 잡으면 부서질까 겁날 정도로 살결이 부드럽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또래 친구가 다치게 했다면? 선생님이 혹시라도 다치게 했다면? 부모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하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선생님한테 항의할 수도 없는 것이 어린이집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다. 이러한 연유로 피해 아동의 학부모인 지인은 아이의 아픈 팔에 그저 약을 발라주며 쓰라린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되었다. 왜 선생님은 자리를 비웠고 아이가 다칠 동안 선생님은 뭘 하고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직후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게 "기사 쓸 내용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방송이 좋아할 법한 내용인데…, 가야사(伽倻史)"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당시엔 '가야사'가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잘못 들은 것인 줄 알았다. 정세와 무관하고 현안과 동떨어진 주제였기 때문이다. 이후 공식 청와대 브리핑 때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주문했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야 '가야사'가 고대 국가인 가야(伽倻)의 역사(史)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이해는 안 갔다.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왜?"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들었다. 문 대통령 본인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가야의 유적이 경남 일대뿐만 아니라 섬진강·금강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것을 연구하면 지역통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가야가 그렇게 광활한 지역을 포괄하는 영토를
내 아이를 기르면서 아침의 풍경이 달라졌다. 출근 준비는 아이를 기관에 보낼 준비를 마치고서야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뜬 후에는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준비물을 챙기고 하루의 일과를 체크하는 것부터 내 일상은 시작이 되었고 항상 마음에 짐을 안은 채 집 밖을 나섰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기 직전에야 집에 도착하여 우왕좌왕하는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면 나오는 긴 한숨. 무사히 하루 일과 완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자들은 여성과 아동을 위한 정책을 복지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특히나 이번 새 정부에서는 칼퇴근법과 아동수당이 도입 될 예정이고 국공립어린이집도 현재보다 상당히 확대될 조짐이다.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보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국가적 아젠다의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 마냥 기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 것일까. 0-2세 영아 열 명 중 여섯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2015년 기준). 조부모에게 부탁하거나 베이비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25일 개봉했다.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다룬 점, 그의 기일 5월23일을 막 지났다는 점, 무엇보다 그의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덕에 화제다. 저예산 영화치곤 개봉관 숫자가 적잖다. 문 대통령이 직접 관람할지도 관심이다. 영화는 암흑 속 굉음으로 시작해 '노무현'을 주제로 현대사를 관통, 109분을 달린다. 내러티브의 뼈대는 이화춘씨의 인터뷰다. 이씨는 1980년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골치 아픈' 노무현 변호사 담당이었다. 안기부 요원이었지만 '노변'(노무현 변호사 별명)이 건네준 5·18 기록영상 등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노변과 심정적으로 가까워진 극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 전 장관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노 전 대통령 오랜 참모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서갑원 전 의원 등의 증언이 차례로 더해지며 이야기를 풍성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출범 다음날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1층 기자실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 201개를 100개로 추린다”며 향후 업무 방향을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 참석을 포기하고 기자들을 직접 만날 만큼 중요한 얘기였다. 김 위원장은 ‘과제별 그룹핑‘이란 표현을 썼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실현 가능한 공약, 체감할 수 있는 공약 위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얘기다. 반응은 좋았다. 전직 부총리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정부는 아무 것도 안한다는 얘기”라며 김 위원장과 국정기획위를 치켜 세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주. 문 정부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인사에 대한 평이 좋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적인 모습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무엇보다 소통하는 정부에 국민이 환호한다. 문 정부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하지만 국민은
‘IT강국’을 자신해온 대한민국이 실제는 ‘속도’를 빼곤 허점투성이라는 현실이 반복되는 사이버 테러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포털, 통신사, 은행, 방송사, 원전시설 그리고 최근의 랜섬웨어 사태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터지는 사이버 보안 사고에 이제는 무덤덤해질 정도다. 문제는 사고가 점점 대형화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랜섬웨어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월 4일 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방문하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화될수록 물리적 공격 보다는 사이버테러 가능성 무게를 두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동시에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해킹을 통한 금전요구 가능성에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데 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는 사이버테러가 국가주요기반시설 공격은 물론이고 랜섬웨어와 같이 외화벌이 수단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다. 양산 사저에서 하루 휴가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상주이자 참여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그가 대통령이 됐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의 2탄일까? 문 대통령의 개혁적이고 탈권위적 행보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여러모로 노무현정부와는 다르다. 차이점은 크게 3가지. △당청 관계 △검찰 개혁 방식 △언론관 등이다. 첫째,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청 분리'를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은 '당청 협력'을 내세운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정무수석 폐지였다. 참여정부 초대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1년만에 자리를 내놓자 노 전
5월 9일, 그러니까 대통령선거 당일 전까지, 여론조사를 신뢰하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필자는 시간이 빨리 흘러 5월 10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이 지나야만, ‘여론조사 불신’에 대한 여론이 잠재워지고 ‘누명(?)’을 벗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불신에 대한 여론은 다음의 3종세트, 즉 △20대 총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당선 예측실패 때문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할 말이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이들 3종 세트 때문에 2위 이하의 열세후보들은 ‘여론조사 기관을 없애겠다’고 하거나,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후보들의 지지층들은 여론조사 관련 기사에 ‘악플’로 화답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지만서도, 이번 대선 과정을 거치며 여론조사 기관 종사자들은 여론조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신뢰, 격려의 글보다는 불신, 평가절
대선주자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개혁의 목소리가 숨을 한번 고르는 날이기도 하다.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대선에 쏠려 있다. 그만큼 차기 대통령,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히 남북 긴장 고조, 북미 대립, 미중 갈등 등 급박한 외교 안보 현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하지만 군(軍)의 현재는 안타깝다. 국방부는 대선 한달여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들을 '퉁'치듯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국방부는 개의치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독한 싸움이었다면 그나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국방부의 ‘속도전’으로 불씨가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타오를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원칙없는 배치를 감행했다. 조기 대선전 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