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진's 종소리]
2025년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200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투톱 회사를 보유한 덕분에 AI(인공지능) 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국면에서 그야말로 '단군이래 최대' 기회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익 숫자만큼이나 낯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행사를 계기로 4800조원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초대형 투자 계획이 발표되고 총수들을 향한 대통령의 '90도 폴더' 인사가 신문 1면을 휩쓸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현지에서 우리 대통령이 내로라 하는 빅테크 기업 대표들과 맥주잔을 부딪혔다. 청와대가 삼성 등의 특정 빅테크에 대한 장기공급계약 금액까지 추정할 수 있는 수치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대체불가한 대한민국"의 화려한 장면과 별개로 재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별로 철저히 전략적으로 운용·공개돼야 할 투자 협력 계획이 정치 이벤트로 소모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너무 뛰어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렸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대놓고 불만을 말하는 이는 없다. 재계 관계자들은 "유구무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시켜서 억지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수익성이 정점에 달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와 달리 기업이 체감하는 수요 폭발은 상상 이상이고 실제 삼성과 SK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비롯해 전세계 각지를 대상으로 신규 팹(공장) 건설 검토 작업을 이미 해왔다. 무엇보다 총수들의 '사업보국' 의지가 확실하다. 사석에서 물어보면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배웠다"고 답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뒷받침해 국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인으로서 마땅한 도리라는 마음가짐을 어려서부터 가져왔다. 정권의 성향과는 무관하다.
물론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국가적 결단"이라며 전례 없는 자리를 만드는 대통령의 진정성도 의심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진정성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이 시점에 물, 전력 등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제도 개선도 절실하다. 현장에서 가장 원하는 건 52시간제 예외다. 현재 특구 내에서만 예외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된 R&D(연구개발) 조직의 특성상 모든 사업장에서 규제를 풀어줘야한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밤새워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미국과 비슷한 조건이라도 만들어달라는 호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