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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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아침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전 중에 '대선 불출마'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가 '단독'이라는 꼭지가 붙은 채로 인터넷에 떴다. '설마' 하면서도 '혹시' 싶어 이곳저곳 전화를 돌렸다. 역시 한국 정치에서 더 이상 '설마'는 효용을 상실한 단어였다. 주변에서 말리는 이도 적지 않았지만 시장 본인의 결심이 굳었다고 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그간 함께 했던 의원들과 몇몇 지지자들을 곁에 두고 불출마 발표가 결국 이뤄졌다. 그간 몇 차례 '사실상' 출마선언이 있었지만 출마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힌 최초이자 최후의 기자회견이 '불출마 선언'이 된 셈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시청으로 돌아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사실 서울시장을 어렵지 않게 됐기 때문에 정치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밝혔고, "그동안 확인된 민심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작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서울시장'으로서 달성할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물론 '정권교체를 위한
"I'm your father."(내가 네 아버지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가운데 하나다. 1980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을 'SF(공상과학)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털어놓은 비밀에 전세계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뺨치는 반전이었다. 그저 그런 SF 영화에 그칠 수도 있었던 스타워즈는 이 대사를 계기로 한 가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우주 대서사시'로 탈바꿈했다. 스타워즈는 기본적으로 스카이워커 가문의 죄와 구원을 그린 영화다. 엄청난 '포스'(힘)를 타고나 우주를 구할 영웅으로 지목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 기사'가 돼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 그러나 결국 '어둠의 힘'에 사로잡혀 '악의 결정체'인 다스베이더가 되고 만다. 이후 버려진 그의 아들 루크도 제다이 기사가 돼 다스베이더를 상대로 싸우게 된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
24. 충신은 간신에게 밀리게 되어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에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정치에도 적용된다. 나는 MB인수위 초기에 ‘아, 이들은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 내가 막을 재간이 없으니 같이 있다가는 나도 같이 쓸려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나왔다. 쫓겨 나왔다 해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권력을 잡아서 이권을 누리겠는 측면이고, 또 하나는 권력을 잡아서 국정을 잘 운영하고 나라를 바로 잡아보겠다는 측면이다. 충신은 국정을 어떻게 잘 운영할까에 관심이 많고, 간신은 권력을 어떻게 잘 누려볼까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반드시 전자가 후자에게 밀리게 돼 있다. 왜냐하면 후자는 항상 밀어내고 음해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반면 전자는 일만 하다가 당해내지 못하고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도자는 나라를 바로잡겠다는 부류의 사람들을 애써 등용해서 힘을
23. 대선캠프는 외양보다 실무역량이 중요.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시절의 얘기다. 자료 전달차 아침 일찍 여의도 캠프에 갈 일이 있었다. 자료를 요구한 의원이 회의중이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회의는 오전 내내 계속되더니 점심 때가 되어서야 끝났다. 자료는 전달했지만,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인가 궁금했다. 알고보니 이회창 총재가 새로 책을 내는데 그 책 제목을 정하는 회의였다 한다. 헐! 소위 이회창 캠프의 핵심 7인방 의원들이 모여서 몇 시간 동안 한다는 회의가 고작 그거라니. 더구나 그날 결정도 못했다고 했다.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고 처음 찾아간 사람은 당시 약관 29세의 선거전략가 스테파노폴루스였다. 그는 클린턴의 요청에 응하면서 요구한 첫 번째 조건이 ‘당신의 약점을 내게 다 털어놓세요’였다고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 선거를 총괄한 사람도 무슨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아닌 당대의 선거전략가 칼 로브였다. 칼 로브는 일관되고 과감한 집토끼 전략으로 어려
#출마선언은 대통령선거 정국의 주요 변곡점 중 하나다. 우선 명분 측면에서 그렇다. 스스로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이 대선후보 자격으로 이런저런 행보를 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내용 면에서도 후보의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주는 기회다. 자신의 현재 위상, 지향점, 정치철학과 공약의 얼개까지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고민이 따라온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면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장소는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리는 묘수다. 가장 강렬하고 압축적으로 수많은 메시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대선출마선언은 '무엇(What)을 할 것인가'보다 '어디서'(Where)가 중요했다. # 2012년 대선의 각 정당 경선 기간에 이런 장소 경쟁이 치열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골라 출마를 선언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 서민과 동떨어져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을 불식하는 목적이 컸다.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였다. 문
22. 풍수지리에 약하지 않은 위인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여유를 찾은 MB(이명박 대통령)는 안국포럼 준비에 들어갔다.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이었다. 안국포럼 사무실은 조계사 앞 안국동에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사무실을 구하는데 풍수지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풍수지리는 종교가 무엇이든 신앙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당시에 풍수가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정병국, 정태근, 최시중 등이 제 각각 풍수가를 데려와 사무실 자리를 두고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 갑론을박했다. 나중에 이노근까지 등장했다. 그때 이노근은 종로구 부구청장을 하고 쉬고 있었다. 이노근은 자신이 풍수지리를 많이 공부했다며 북악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인왕산이 있고 왼쪽에는 낙산이 있는데 풍수적으로 봤을 때 인왕산은 바위산이라 기가 세고 낙산 쪽은 온유하고 부드럽다고 했다. 북악산에서 남쪽으로 봤을 때 오른쪽에 살던 최형우, 김현철, 이종찬,
21. 권력놀음으로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도이전 위헌 판결 후 노무현 정부는 수도이전의 편법으로 행복도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오히려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행복도시법을 주도했다. 이 와중에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나도 행복도시 특위에 들어가서 계속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때 특위에서 만든 1, 2, 3안이 뭐냐면, 만약에 이전 대상 부처 기관이 20곳이라면 ①다 가야 한다, ②15곳 가야 한다, ③10곳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코미디 같은 대안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내가 대정부질문에서 다시 얘기를 했다. "어느 학교에 빵을 주는데 20개 줄까요, 15개 줄까요, 10개 줄까요 그러면 당연히 다 달라고 하지 않겠냐. 그게 무슨 대안이냐. 대안이라면 이래야 대안이다. 행복도시가 50만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는 것 아니냐. 20개 정부기관이 전부 가는 것 1안, 15개 정부 기관이 갔을 때, 그 대신 여기에 기업 등 무엇을 몇 개 넣겠다가 2
20. 현 야권은 원래가 하나가 아니었다. JP(김종필) 총리를 재등장시킨 김대중 정부의 탄생은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19나 5·16 등 정변이나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서 여야가 교체된 최초의 경우였기 때문이다. YS는 평생을 야당 정치인으로 컸으나 막판에 3당합당을 통하여 여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위업’을 DJ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YS와 DJ는 둘 다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름이야 수없이 바뀌긴 했지만) 출신이었으나 1987년 대선과정에서 서로 분열하여 그 이후 계속 대립하게 되었다. 그러다 YS는 그의 말대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여권에 합류하여 대권을 쟁취했다. DJ는 본의 아니게 홀로 정통야당의 깃발을 들고 버티다가 결국 대망을 이루게 된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YS와 DJ의 분열이 각각의 대권욕때문
19. 광주항쟁으로 지역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병폐 중 1위가 무엇인가? 지역감정이 정답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이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서 그런지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사실 모두가 그냥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역감정이 왜 나쁜지 얘기하자면 논문 한편으로도 모자라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지역감정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불가사리 같은 괴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가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어야 제가 잘 될 수 있어요. 이회창이 안 되면 저 직장에서 잘릴지도 몰라요’ 했더니, ‘네가 잘리든 말든 상관없다. 난 김대중이다!’ 하셨다. 세상에! 우리 아버지에게는 자식 잘되는 것보다 지역감정이 더 중요하셨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지역감정은 분명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괴물이다. 그런 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대구시민들은 반 전총장이 차에서 내리자 태극기를 흔들며 그를 환영했다. 일부 시민은 “대통령 반기문”을 연호했다. 약 100여명의 시민이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였다. 봉하마을, 진도 팽목항, 조선대 등에서 안 좋은 민심을 연이어 접한 반기문 선거준비팀 사람들도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보수층의 민심을 확인한 게 자신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일까. 반 전총장은 이날 저녁 작심한 듯 그동안 참아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는 논란에 대해 반 전총장은 "위안부 문제는 그분(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의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2·28 합의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기틀은 잡혀간 것이라고 한 것이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이곳저곳 사랑의 화살이 날아다닌다. "우리와 함께 하시죠." 대선 잠룡들에 대한 각 정당의 '러브콜'이다. 19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출판기념회는 러브콜의 성찬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드시 정 이사장이 국민의당에 오셔서 한번 (대선후보 경선에)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천정배 전 대표는 "다른 곳 가실 것 없고, 제가 몸담은 국민의당으로 오셔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운찬보다 러브콜을 더많이 받은 이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다. 12일 입국 전후로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워낙 영입경쟁이 뜨겁다보니 반 전 총장은 귀국만 하면 온갖 정치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빅텐트'를 이루는 그림을 상상했을 법하다. # 러브콜의 유래를 알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언제부턴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유통업계에서 태어난 말이다. 백화점이 일부 단골 VIP 고객에게 세일기간 전에 연락, 즉 '콜'(call)
"우리를 버리면 박근혜 대통령을 버리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더라." 대구‧경북(TK) 지역의 새누리당 소속 A의원이 전한 말이다. 이 의원은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우리’란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3인방'을 뜻한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인적청산 대상으로 꼽은 이들이다. A의원은 "당내 의원들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문제가 제기된 초반에 스스로 물러났으면 그분들께도 '다음'이라는 게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친박인 A의원이 말한 ‘당심의 변화’는 대구 민심을 볼모로 한 이들의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신들이 축출되면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TK지역 민심이 당에 등을 돌릴 것으로 ‘친박 3인방’은 생각한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TK지역의 민심이 탄핵정국 초반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일부 연민으로 바뀌었다고 새누리당은 물론 일부 탈당파 의원도 말한다. 전통적 친박의원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