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my LIFE!] 학습독서 공동체 이끄는 ETRI 박문호 박사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사색이 없는 독서는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제대로 새겨서 봐야 한다는 가르침.
학습독서 공동체인 ‘100권 독서클럽(100s book club)’을 이끌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문호(49) 박사는 이런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다.
# ‘파고 또 파고‘
박 박사는 100권 독서클럽의 특징에 대해 ‘쉽게 책 읽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설명했다.
“보통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보면 두 어 시간 시간을 내서 읽은 책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죠. 물론 그런 방식의 독서도 장점이 있겠지만, 저희들은 좀 더 ‘학습’ 하는 자세로 책을 읽습니다. 한번 `쓰윽` 읽고 마는 ‘취미독서’나 ‘여가독서’가 아니라 검증된 수백, 수천편의 논문의 집합체인 교과서를 공부하는 자세로 파고 또 파면서 심층 분석해 읽는 것이 우리 클럽의 독서법입니다.”
100권 독서클럽의 인터넷 회원은 4000명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천문우주탐구, 뇌과학 연구회, 창의성 디자인 등 전문적인 주제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다. 박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독서모임이 약 600개 정도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 100권 독서클럽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책과 주제를 정한 뒤 적당한 날을 정해 함께 모여 8시간 이상 발표와 토론을 이어 가기도 합니다. 일례로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솔루션은 우리 모임의 홈페이지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정리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요. 우리 클럽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의 과학 지식과 탐구심은 웬만한 과학자들 수준 이상이라고 자부합니다.”
# 리더가 되려면
박문호 박사의 전공분야는 전자공학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전공 외에도 천문우주학과 뇌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십 수년간 관련 전문 서적을 3000여권 이상 독파했다. 그 덕분에 각 방송이나 대학에서 우주와 뇌를 주제로 한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
“과학자들은 통상 수 십 년간 한우물만 파는데, 그러다 보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지금은 숙달된 전문가 보다는 종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독서가 필수”라며 “특히 자연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과학을 아는 오피니언 리더가 많아야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융합(convergence)'의 시대에는 인문과 철학, 자연과학이 통합된 사고가 중요합니다. 시와 문학, 종교, 예술을 통합하는 사회적 프레임으로서 과학을 주목해야 합니다.”
포부를 물었다. “책읽기 운동을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승화시켜 인류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독서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과학이 우리 삶의 철학으로 승화돼 과학주의가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