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석해균 선장 쏜 해적 가려낼까

[법조25시]석해균 선장 쏜 해적 가려낼까

배혜림 기자
2011.02.01 09:06

국내로 이송된 해적에 대한 정부의 첫 사법권 행사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생포한 해적을 자국으로 데려와 처벌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우리 정부가 해적을 어떻게 처벌하느냐는 향후 국제적 기준을 세우는 데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사법대응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은 모두 5명. 앞서 정부는 해적을 국내로 이송할 경우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해 인접국에 인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소말리아 인접국인 오만 등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정부는 결국 이들을 국내로 이송했다. 정부는 해적에 대한 수사를 남해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본부에 맡기고 부산지검이 지휘하도록 했다.

해적에 대한 사법기관의 대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검 공안부는 지난 29일 해적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부산지법은 즉시 구인장을 발부했다.

해적들은 30일 오전 4시18분 김해공항 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돼 부산지법으로 압송됐다. 부산지법은 휴일임에도 이례적으로 당직판사 대신 선임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오전 8시 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영장 발부는 3시간여만에 이뤄졌다.

◇해적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들 해적에게 적용된 혐의는 해상 강도죄와 살인미수죄 등이다. 국내 형법상 해상 강도죄는 해상에서 선박을 강제로 빼앗거나 선박에 침입해 타인의 재물을 빼앗은 경우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해상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던 중 상해를 입히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최대 사형 선고도 가능하다.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선박위해법) 제6조에 규정된 선박 납치죄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적용됐다. 선박 납치죄는 폭행 또는 협박 등의 방법으로 운항중인 선박을 강탈한 자에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생포된 해적들 모두 총기를 가지고 인질을 위협했고 석해균(58) 선장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하려 했기 때문에 이들 해적들에게 포괄적으로 살인미수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에게는 살인미수 외에 해상강도치상죄가 추가돼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받게 된다.

◇"누가 석 선장 쐈나" 범죄자 특정될까

석 선장에 총격을 가한 해적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것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특별수사본부는 해적들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선원들의 진술과 구출작전 영상 등을 토대로 해적들로부터 선박납치 모의 및 실행, 선원에 대한 가혹행위 등의 진술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석 선장을 쏜 인물로 군 출신의 모하메드 아라이가 지목됨에 따라 해경은 그에게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라이는 한 때 "내가 석 선장을 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이 아라이에게 결정적인 주변인 진술 혹은 물증을 제시해 자백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생포된 해적들이 모두 동료 혹은 구출작전 당시 사망한 해적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가려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다.

한국어와 영어, 소말리아어로 3단계 통역을 거쳐 피의자 신문 과정이 지체된다면 범죄자와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선박 납치를 주도한 해적과 배후 세력을 규명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거액의 몸값을 주고 일단락된 삼호드림호 사건 이후 2개월만에 또 다시 삼호해운 소속 선박이 납치된 것이다. 표적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후 세력을 추적하려면 삼호주얼리호 납치 경위를 밝히는 일이 급선무다.

해경은 지난해 피랍된 원양어선 금미305호 등 과거 납치사건과의 연관성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적들이 주동자가 따로 있고 자신들은 시키는 대로 납치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수사는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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