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아들에게 선거를 뭐라고 가르칠까

[광화문] 아들에게 선거를 뭐라고 가르칠까

박영암 부장
2011.09.21 06:00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2년 전 학급회장에 선출됐다. 담임 심부름 잘하고 활기찬 학급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매우 평범한(!) 공약이 급우들에게 받아들여져 3학년 2학기 회장을 맡았다. 민주적인 선거절차로 회장을 선출한 학생들과 예상치 못한 당선 선물을 안겨준 아들 모두 대견했다.

 아들의 회장선거는 최근 어른들의 선거양상과 대비되면서 더욱 소중하게 기억된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후보자 간에 2억원이 오간 것을 놓고 곽노현 교육감과 검찰이 벌이는 법률공방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담스럽다. 2억원의 성격과 자금출처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동기 여부를 떠나 후보자 간에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초등학생 자녀에게 설명하기가 매우 곤혹스럽다.

 검찰은 지난해 치른 교육감선거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사퇴를 전제로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곽노현 교육감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동료 교수를 도와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곽 교육감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시련이 닥친다고 해서 진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며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다. 심지어 검찰이 21일 기소할 경우 35억원을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 재무적 위험을 감내할 정도로 박 교수에게 건넨 돈의 '선의'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교수에게 준 돈에 대해 떳떳해서인지 곽 교육감은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넘어가기 전까지 구치소로 서울교육청 간부들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는 등 교육감직 수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확신과 달리 상대 후보자에게 돈을 준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심지어 진보진영에서조차 곽 교육감의 처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위 '강남좌파'의 대명사인 조 국 서울대 교수조차 "진보개혁 진영은 큰 정치적·도덕적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학부모로서 더 걱정되는 대목은 교육현장이 정치투쟁터로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곽 교육감과 측근들은 이미 검찰 수사를 "진보진영 교육감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반발하며 정치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화답하듯 전교조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언론의 '여론재판'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곽 교육감 구속을 10월 서울시장선거를 비롯, 내년도 총선·대선 투쟁의 대형 호재로 삼을 태세다. 정치투쟁이 전면에 부상하면 △서울시장과 교육감 동반 출마 △간접선거 전환 △선거비용 절감방안 등 서울시교육감들의 잇단 구속에 따른 대안 모색 노력이 설자리를 찾지 못할까 심히 우려된다.

 지난 6월말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1주년 인터뷰차 만난 곽 교육감은 "교육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느리고 어눌한 말투지만 그의 말에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전면적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곽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의견을 달리했지만 그의 공약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혼선을 야기하고 교육현장에 정치구호가 울려퍼지게 하려는 모습에서 당시의 애정과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교육현장의 탈 정치화를 바라는 것은 보·혁이라는 낡은 시대의 이분법적 잣대가 아니다.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2011년 9월의 시대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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