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유전자가위 기술을 바탕으로 혈우병과 암, 지중해빈혈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유전자가위는 정식 학술용어는 아니다. Zinc Finger Nuclease(ZFN)을 의미한다. ZFN은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을 일으키도록 고안된 인공 제한효소로 인간세포를 포함한 모든 동물·식물세포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유전자에 맞춤형 돌연변이를 도입하는데 쓰이는 생명공학 신기술이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팀은 인간염색체의 일부가 뒤집어지기도 하고 중복되기도 하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재현하는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이용하면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단백질 생성을 못하는 중증 혈우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같은 치료법의 개발은 평생 혈액응고인자와 단백질을 투여받아야 했던 혈우병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고 4000여명의 국내 혈우병환자들에게 투입되는 연간 수백억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김 교수팀의 이번 기술은 뒤집어진 혈우병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잘라내 유전자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이용한 유전체 재배열 방법을 도입하면 최소 수백 개에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염기쌍이 서로 다른 경우인 '구조변이'에 의해 초래되는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김 교수팀은 "실제 뒤집어진 유전자에 작용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인간배양세포에 도입한 결과 14만개 염기쌍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뒤집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세포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환자 맞춤형 분화만능 줄기세포를 만들고 여기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염색체를 복구시키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그 자체는 돌연변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로는 바로 사용할 수 없고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 교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기록한 연구팀의 논문 'Targeted Chromosomal Duplications and Inversions in the Human Genome Using Zinc Finger Nucleases'는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지놈리서치(Genome Research) 12월19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