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콘트롤 타워...'정치정보'수집 논란
민간인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사찰 문제로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권위주의 통치의 대명사인 '사찰 공화국' 망령이 되살아났다. 여·야에 이어 청와대까지 폭로전에 가세했다. 합법 감찰이냐 불법 사찰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사찰과 감찰을 섞어 쓰면서 의미를 혼동케 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자들의 위법·비위를 감시하는 감찰활동은 어느 나라에서건 존재한다. 정보기관 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범죄첩보 수집 등의 활동도 법령에 근거해 허용된다. 하지만 '나에 대한 뒷조사'가 은밀히 이뤄진다는 것이 불쾌한 일임엔 틀림없다.
수사기관의 정보활동은 국가안보나 범죄예방 등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에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수사기관의 정보활동은 어떻게 이뤄질까. 검찰의 경우 자체적으로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경찰의 정보체계와 달리 검찰 정보체계의 최상부는 검찰총장이 된다. 검찰이 정부 조직이지만 준사법기관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검찰 범죄정보의 '컨트롤타워'는 대검찰청에 설치된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이다. 범정 외에도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 있는 범죄정보과를 운영하고 있다. 범정은 1999년 2월 대검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가 검찰총장 직속으로 확대 개편돼 범죄정보와 동향정보 등을 수집한다.
2개 담당관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범정은 지검 차장검사급 범죄정보기획관과 부장검사급 담당관 2명, 과장급 2명 등 모두 5명의 검사가 배속돼 있다. 각 담당관실 소속 수사관 수십명이 공직자/기업비리 및 공안 관련 정보수집을 한다.
각종 정보를 쥐고 있는 범정은 검찰 내에서 요직으로 통한다. 범죄 첩보를 수집·분석해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등에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 구실을 한다. 범정 소속 수사관들은 1~2개월에 한건씩 첩보문건을 작성해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부서에 비해 업무강도가 센 편은 아니지만 첩보 보고서 작성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검찰의 정보활동은 경찰에 비해 규모 면에서는 크게 뒤진다. 거악척결이라는 검찰 본연임무를 위해서도 정보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검찰총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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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전 총장은 2009년 취임 직후 일선 검찰청에 '정보담당자' 지정해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정보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활동 체계를 모델로 우리 검찰의 정보수집 체계를 효율화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도 한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다 보니 범정의 기구 축소나 폐지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1999년 국정감사에서 한 여당 의원은 "범정실의 최근 활동내역이 업무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검찰 내에 '제2의 정보부'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치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씨가 정치정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범정실의 정확한 인원규모와 예산 사용내역 등을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순용 당시 검찰총장은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05년 국감에서도 또 다른 한 의원은 ""대검찰청의 범죄정보기획관실이 범죄정보가 아닌 정치정보까지 수집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기구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범죄정보 외 일반동향정보, 신원정보 수집방지 대책을 촉구하면서 "과거처럼 범죄정보만 수집하는 중수부 내 범죄정보과로 축소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나 `감찰위원회'의 사전·사후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