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지하철 9호선의 종착점

[MT시평]지하철 9호선의 종착점

원승연 기자
2012.04.25 16:30

금융위기 교훈의 하나는 파생상품 및 보증 등의 과도한 우발채무가 부실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발채무가 무서운 것은 당장에는 부채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이나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일부 경영자가 우발채무를 악용함으로써 기업을 파산으로 이끈 사례도 여럿 보아 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을 둘러싼 분쟁은 바로 이러한 문제가 정부 재정에도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민자사업이 정부 지출을 억제하고 효율적 경영을 제고함으로써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막상 지하철 9호선 사업 내용을 보면, 정부의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울시와 9호선 사업자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간 협약에 따르면, 서울시는 예상수익률 8.9%라는 전제하에 15년간 일정 수익을 보상해야 한다. 계약 당시인 2005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평균 5.0%였고 상장사 평균 ROA가 4.88%였음을 감안한다면, 동 사업이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혜 여부를 차치하고 필자가 정작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민자사업이 '조삼모사'식으로 정치인과 정부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다. 2005년 당시 서울시는 민자를 통해 시민 부담을 줄였다고 생색을 냈으나, 실은 수익률 보장으로 인하여 매년 적지 않은 시민의 세금이 지출된 것이니 시민들은 알지도 못하고 비용을 부담했던 셈이다. 더구나 요금까지 인상하겠다고 하니 왜 민자 유치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민은 알지도 못했던 우발채무의 부담을 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더구나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CEO 출신을 시장으로 선출한 탓이라고 넘기면 될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시민들이 보다 많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메트로 9호선의 재무구조를 볼 때, 동사는 창립 시부터 이미 부실화가 예견된 회사였다.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동사의 부채비율(납입자본금 대비 장기대출비율)은 297%이고, 현재 금리 적용 시 평균 7.8%의 조달금리를 이용하는 투자부적격 회사다. 그리고 2011년 466억원 적자 중 영업손실이 27억원인 반면 이자비용이 461억원이라는 사실은 동사의 적자 원인이 과도한 부채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동사의 주주들은 이미 상당 부분 원금을 회수했다. 건설 투자자들과 재무적 투자자들은 각각 사업이익과 이자수익을 통해 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를 감안하지 않고 회사 적자만을 운운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즉 회사 손실만을 이유로 요금을 인상하거나 아니면 서울시가 직접 회사를 인수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겠다.

그러면 서울시 지원 부족으로 동사가 부도 상태에 처해지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가? 통상 기업 부도가 발생할 경우 채무재조정을 거치게 된다. 채무재조정이 '메트로 9호선'에 적용된다는 것은 과도한 투자 조건이 스스로 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채무재조정은 과도한 확정 수익을 확약 받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요구를 재조정함으로써, 동 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지하철 운행 정지 사태를 우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도 상태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영업은 통상 지속된다. 더욱이 현재의 사업내용과 수입구조를 볼 때, 메트로 9호선의 영업은 이자비용만 없으면 충분히 지속될만하다. 따라서 서울시가 충실히 감독한다는 전제하에서 본다면, 운영사의 부도로 인하여 지하철 운행이 파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서울시가 시민을 볼모로 한 사업자의 요금 인상 요구에 조급히 대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요컨대 과도한 수익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당초 사업 출발의 기본 논리였던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스스로 구조조정 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의 적정한 해결 방향이라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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