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설 연휴 직후 발생한 '익산 중학생 사망 사건'의 법적 판단이 항소심에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한 40대 계부를 살해범으로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친형이 진범이라고 판단했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이날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원심과 같이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1월31일 익산시 자택에서 의붓아들 B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비행을 일삼았던 B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B군 머리를 손으로 때리고, 복부를 발로 걷어차는 등 수십여차례 폭행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재판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A씨가 자신이 B군을 때렸다는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A씨는 자리를 비운 사이 B군의 친형인 C군이 B군을 때렸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가 법정에서 했던 자백은 가정을 지키기 위한 허위 자백"이라며 "A씨는 당일 B군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 진범은 C군이다"라고 주장했다. A씨 친형이 증언대에 나와 C군이 자신에게 "내가 동생을 때려서 죽게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C군도 증인으로 나왔는데, C군은 "먼저 아빠가 동생을 때린 뒤 저를 보고 동생을 때리라고 시켰다. 그러다 이제 그만하라고 해 쉬고 있었는데, 동생이 계속 아프다고 하다 어느순간 의식을 잃어서 아빠가 병원으로 옮겼다"며 "처음에 경찰 조사나 큰아빠(A씨 친형)에게 한 자백은 아빠가 잡혀가면 돌볼 사람이 없어 차라리 제가 잡혀가야겠다고 생각해 거짓으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진범으로 C군을 지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폭행은 큰아들 C군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 C군은 경찰조사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이 수차례 번복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며 "또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발로 밟았다거나 C군에게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지시했다는 점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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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폭행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보호자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큰아들의 폭행을 목격하거나 최소한 폭행을 인식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방치했으며, 따라서 피고인의 묵인·방치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평소 학대를 받던 큰아들이 피고인의 반복적인 지시와 훈육 속에서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벌여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피고인이 과거 자녀들을 상대로 장기간 신체·정서적 학대를 지속한 점, 결국 14세 아동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실을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인 10년 7개월을 초과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