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사회비용 범죄 이외로 확대하면 무려 19조 육박…주세 인상 등 필요
#지난 12일 새벽 1시15분. 건장한 체격의 30대 조모씨가 경찰관에게 붙들려 서울 신촌지구대로 들어왔다. 승차거부에다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에게도 물병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였다. 조씨는 처음에는 '무직'이라고 밝혔다가 한참 뒤에는 "내일 회사에 가야 하는데 풀어달라"고 소리치는 등 '난리'를 쳤다. 그 사이 신촌지구대에는 또다른 주취신고가 들어왔다. 택시 승객이 술에 취해 잠들어 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내용. 경찰이 승객을 깨우자 20대가량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경찰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었다.
#같은 날 밤 10시35분 서울 이태원지구대. 5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지구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 여성은 '많이 취한' 상태. 식당에서 접시 등을 깨고 물건을 던져 지구대로 왔다. 여성은 욕설을 하며 1시간가량 지구대를 휘젓고 다녔다.
'주취폭력자'(이하 '주폭')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선 파출소를 비롯한 지구대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주폭'이 난동을 부린다.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 산하 치안정책연구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주폭'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4조원으로 추산됐다.

◇'주폭'에 우리 사회 연간 4조원 부담
'주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차성민 한남대 법학과 교수는 14일 "정확한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사건당 인건비와 피해액, 의료비 등을 감안하면 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가 치안정책연구소와 함께 2007년 5대 범죄를 토대로 산출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13조1618억원(2009년 발표자료). 범죄유형별로 보면 △살인 2조4070억원 △강도 823억원 △강간 5958억원 △절도 2조3649억원 △폭행 7조7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GDP(국내총생산)의 0.8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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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서울에서 최근 3년간 살인 40%, 강도 13%, 강간이나 성추행 30%, 절도 9%, 폭행 36%가 음주 뒤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조사를 차 교수 연구에 적용하면 만취한 술꾼이 저지른 범행으로 우리 사회가 치른 비용은 △살인 9628억원 △강도 107억원 △강간 1795억원 △절도 2128억원 △폭행 2조7761억원으로 모두 4조1419억원으로 추정된다.
◇술꾼 때문에 민생치안서비스 부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돈도 돈이지만 만취한 술꾼 때문에 순찰 등 민생치안서비스가 부실해지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선에서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 벌어질 경우 경찰의 치안대처력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한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정모 경위는 "팀장을 포함해 9명 대부분이 당직 때마다 만취자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한 번 출동해서 경찰서에 보내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또 "늦은 밤 발생하는 범죄는 대부분 술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갑을 잃어버려도 술 때문이고, 절도를 해도 술 때문이고, 택시기사에게 돈을 안내도 술 때문이고, 사람을 때려도 술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찰관은 "최근 벌어진 오원춘 사건처럼 1분1초가 급한 데 '주폭' 처리에 경찰인력이 매달린다면 얼마나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되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무조건 형사처벌은 아니더라도 한두 차례 경고 뒤엔 처벌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런 시스템이 정착돼야 음주로 인한 범행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세 높이는 방법도 해결책
술로 인한 폭력범죄 외에도 우리나라의 관대한 술문화는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도한 음주로 도로와 병원 등에 버려지는 돈이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2007년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18조9753억원으로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연평균 8.9리터(2009년 OECD 34개 회원국돚6개 비회원 개발도상국가 15세 이상)였다. 이는 OECD 평균보다는 0.2리터 적고 전체 40개국 중 24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2007년의 8.0리터와 비교하면 1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율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세징수액은 총 2조5000억원으로 총 국세징수액 192조4000억원의 1.29%를 차지했다. 국세에서 주세징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대에서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이같은 하락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주량 자체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세율이 높은 주종에서 낮은 주종으로 소비가 옮겨간 탓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가장 세율이 낮은 탁주(세율 5%) 소비량이 증가한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주세제도를 세수확보보다는 소비억제에 목표를 두고 파격적으로 올려야 술 관련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술은 다른 소비재와 달리 남에게도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가격책정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 돼야 과음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도수가 높은 주종뿐 아니라 전체적인 주세율 인상을 통해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