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미리마트'대신 점령한 CU…이유는

'훼미리마트'대신 점령한 CU…이유는

박진영 기자
2012.09.20 16:54

500억원 들여 일본계와 손떼고 이름변경…기업 사명교체따른 명과 암은?

편의점 '훼미리마트(Familymart)'가 거리에서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편의점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패밀리마트 간판을 대체한 브랜드는 'CU(씨유)'. 브랜드 의미는 '만나서 반갑다' '다시보자'(Good to see you, See you again)는 뜻을 담고 있다. CU측은 자주찾는 편의점, 친근한 편의점을 강조했다.

훼미리마트가 CU로 브랜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한 '전략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CU가 추산한 브랜드 변경 비용은 500억원 상당. 브랜드를 바꾸는 데 상당한 금액이 사용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CU가 브랜드를 교체한 속내에 대해 일본계 기업인 훼미리마트에 내는 로열티를 절약하는 의미에서 '결단'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CU의 본사인 BGF리테일은 그동안 브랜드 로열티로 일본에 해마다 30억원 가량을 지급했다.

하지만 CU측은 로열티 지급이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CU 관계자는 "로열티 비용자체가 브랜드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우리 브랜드'로 승부를 던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편의점 사업이 성장할수록 일본 브랜드만 키우는 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각종 이유로 거액의 비용이 드는 사명변경을 시도한다. 일부는 기업 이미지 쇄신과 매출증대를 위해 단행하지만 일부는 '어쩔수 없이' 이름을 교체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변경은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사명을 바꾼 상장사는 44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79.5%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어 CI 통합(12개)과 사업 활성화(5개), 기업 합병(4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명 변경'의 예로는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둥지' 안철수 연구소를 들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안랩(AhnLab)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이유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 쇄신"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꾸는 기업들도 있다. 인수합병과 지분률 변화, 로열티 문제 등으로 교체 상황에 맞닥뜨린 상태다.

여주와 파주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첼시는 최근 '신세계사이먼'으로 사명을 교체키로 했다. 공동 투자사인 사이먼 프로퍼티그룹이 '첼시'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글로벌 브랜딩 차원에서 사명을 변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에릭슨-LG'는 지난 1일부터 'LG-에릭슨'에서 앞 뒤를 바꿨다. 지분 변화에 따른 결정. 지난 3월 에릭슨이 LG전자 주식 25%를 추가 인수해 75%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이후 '에릭슨'이 앞에 오도록 사명을 변경했다.

사명 변경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름을 교체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애경그룹은 2009년 3월2일 애경백화점과 삼성플라자, 삼성몰 등 유통부문 BI(Brand Identity·브랜드이미지 통합)를 AK로 통합했다. 애경백화점-삼성플라자는 AK플라자로 변경했다.

애경은 지난해 브랜드명 변경 후 1000일을 평가한 결과 변경 전 매출 1조2400억 원에 비해 37.1%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성공적이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반면 AIG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로 그룹 이미지가 타격을 받자 손해보험사업부문을 '차티스'로 통합했다. 한국 AIG손해보험도 2009년 9월 '차티스손해보험'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브랜드 변경 이후 실시된 소비자 상대 설문조사 결과 'AIG'라는 브랜드명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가 차티스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티스는 3년만에 AIG로 원상복귀를 결정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국명에서 영문명으로 사명, 브랜드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며 "글로벌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브랜드명 및 사명 변경은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주의했다. 서 교수는 "브랜드 BI와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통합)는 기업이 오랜 기간 쌓아온 무형의 자산"이라며 "그 자산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 인지도 등을 모두 잃게 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CI를 조금씩 세련된 디자인으로 수정하는 등의 대안도 생각할 만하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IBM과 스타벅스, MS 등도 대중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수차례 살짝 CI에 손을 대 왔다는 것.

서 교수는 "점점 더 비시장적인 가치에 소구하는 만큼 감성적인 CI, BI의 활용은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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