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가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사회가 위기에 처할수록 공통된 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사채로 인한 피해 급증과 여자들이 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지금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사채로 인해 인생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젊은이들이 진정한 학업보다는 좋은 스펙을 쌓아 남에게 잘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사회가 위기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는 듯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97년 IMF경제위기’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알려진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치고 있다는 비판적 평론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인천지방중소기업청장으로 부임하면서 기업의 애로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자 하는 마음에 일주일에 2~4군데의 중소기업을 방문하였다. 큰 기업부터 작은 기업, 오래된 기업부터 창업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방문하면서 체감 경기를 모니터링 해 온 것을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경영과 관련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기업의 고저 변화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이다. 20~30년간 인천지역에서 잘 나간다고 했던 중소기업이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것을 보기도 했고, 시대적 조류를 잘 만나 매출액이 급성장하는 기업도 보았다.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은 상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답하던 기업들도 하반기에 “힘들다”고 표현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경제위기의 주기가 너무나도 짧아지고 있고, 우리 중소기업에도 기업의 명함이 나누어지는 경제양극화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인천지역과 관련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았다. 9월 조사된 인천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대내외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수출여건 등이 악화되면서 전월(72) 대비 3p가 하락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제조업체의 경영애로사항을 조사하여 보니 내수부진(33.5%), 불확실한 경제상황(22.5%), 원자재가격 상승(11.7%) 등의 순서로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단시간에 해결되지는 않고 기업이 외부 환경에 대응과 관련한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예전에는 정부에서 환율을 조정하여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최근에는 환율이 오히려 떨어져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기에 내수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위기상황을 감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을 느낀다. 3/4분기중 인천지역의 전반적인 기업자금사정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수요가 감소한데다 대출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일부 개선(2/4분기 68 → 3/4분기 76)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국내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등의 공격적 경영을 하지 않은 결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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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성숙할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의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된다. 우리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습득하였지만 이제는 미리 그 위기를 대응하고 체력을 길러 놓는데 집중하여야 한다. 겨울이 오기전에 독감 주사를 맞는 것처럼 지금 당장 아프더라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우리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이 세계경제의 단기 변동성에 견딜 수 있는 체력 유지를 위하여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운영하였다.
이 사업의 시작점은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한계를 공감하면서 출발하였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은 중앙정부?지자체?유관기관 등 이름이 비슷한 기관들이 다양한 일들을 지원하고 있어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분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중기청?중진공?중앙회 등 줄임말로 불리워지는 기관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긴 이유는 14개 부처?130여개 기관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 201개를 시행하다 보니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개편한 것이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지원제도의 접수 창구 일원화를 통하여 기업에서는 중소기업청에 찾아가서 애로를 이야기하면 된다. 그 이후 우리청에서는 기업에 적합한 전문가를 활용하여 기업 진단을 한 후 맞춤형 치유 사업을 매칭해주는 형태로 동 사업이 진행된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일부 사업의 경우 8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 되는 등 기업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내년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건강관리시스템과 연계된 자금?보증?R&D 등 많은 사업들의 예산이 증액되어 지원할 예정에 있다.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시기일수록 미래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하여야 한다. 바로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이 중소기업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를 점검하고 기업의 단점을 보강한 후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활용하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돌파구라 생각된다. 올해가 처음 시행되는 원년이라 홍보 및 맞춤형 치유 등의 다소 미진한 점은 없지 않지만 사업의 안정이 이루어지는 내년부터는 기업에 맞는 지원제도가 보강되는 등 중소기업의 서포터로서의 최고 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상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적시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기 위한 應形無窮(응형무궁)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