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사람들과 얘기하길 좋아했던 도희를 사람들은 '쫑알공주'라고 불렀다. 지난 4월, 도희는 열한 살의 나이에 골수이형성 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MDS)이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기장 속 도희의 글씨는 아빠 김정환씨의 노력 끝에 스마트폰·PC용 글꼴 ‘쫑알공주 도희체’로 태어났다. ☞본지 9월27일 23면 "세상 떠난 딸 위해 ‘글꼴’ 만든 아빠" 참조
그리고 지난 1일, ‘도희체’는 전시장 벽에 걸린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도희체 제작을 맡았던 모은영 디자이너가 자신이 속한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에 도희체를 출품한 것이다.
지난 2010년 10월 7일, 도희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야기를 읽고 쓴 일기가 대형 포스터로 제작돼 전시장에 걸렸다. 모 디자이너가 도희의 일기장을 전부 읽어본 뒤 고른 글이다. “군데 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아이다운 순수함과 기발함이 살아 있는 글”이라고 모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도희가 이 일기를 쓴 2010년 10월은 제대혈 이식 수술을 마치고 불면증 등 거부반응이 나타나 한창 힘들었을 때에요. 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웃는 사진이 몇 장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도 도희는 일기장에 힘들고 아픈 이야기는 남기지 않으려 했어요.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나이였지만, 항상 재미있고 밝은 것을 좋아했어요.” 도희 아빠 김씨도 작품을 보며 당시를 회상했다.


일기 내용에 맞게 모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려 넣고, 작품 바로 앞쪽에는 태블릿 PC를 설치해 관람객이 도희체와 함께 도희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김씨가 지난 9월부터 블로그(http://dohhee.tistory.com)에 도희를 추억하며 올린 글과 사진을 엮은 영상이다. 관람객을 위한 안내도 작품 아래 덧붙였다.
“앞쪽으로 기울어진 글자형태가 큰 특징이며, 크고 동그란 초성과 받침을 재미있게 배치한 필체에서 여자아이의 발랄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며 활기가 넘치는 11살 쫑알공주 도희는 병마와 용감히 싸우다 하늘나라로 떠났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도희 공주의 손글씨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작업되었다.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설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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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만난 모 디자이너와 김씨는 입을 모아 “도희체가 좀 더 널리 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이 도희체를 쓰면서 도희처럼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사람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최근에는 산돌 폰트클럽, 문자동맹, 케이머그 등 글꼴 전문 웹사이트에 도희체가 등록돼 더 많은 이들이 도희체를 내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웹툰 작가와 애플리케이션 연구원이 도희체를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김씨는 “앞으로 어린이를 돕는 비영리 자선행사 등에서 도희체 사용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글꼴미학 탐구전’에는 모 디자이너를 비롯해 이호 닥터폰트 대표, 석상호 기아디자인센터 연구원 등 현직 디자이너 13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도희체’ 외에도 ‘1990년대 추억의 노래체(이희윤)’, ‘둥글한글(류양희)’ 등 독창적인 한글 글꼴이 선을 보인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무료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