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간 딸 위해 만든 '도희체', 전시회 작품으로 재탄생

하늘 간 딸 위해 만든 '도희체', 전시회 작품으로 재탄생

양정민 기자
2012.11.02 14:14
도희가 아빠 김정환씨와 지난해 2월 집에서 찍은 사진. (사진=김정환씨 제공)
도희가 아빠 김정환씨와 지난해 2월 집에서 찍은 사진. (사진=김정환씨 제공)

유난히 사람들과 얘기하길 좋아했던 도희를 사람들은 '쫑알공주'라고 불렀다. 지난 4월, 도희는 열한 살의 나이에 골수이형성 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MDS)이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기장 속 도희의 글씨는 아빠 김정환씨의 노력 끝에 스마트폰·PC용 글꼴 ‘쫑알공주 도희체’로 태어났다. ☞본지 9월27일 23면 "세상 떠난 딸 위해 ‘글꼴’ 만든 아빠" 참조

그리고 지난 1일, ‘도희체’는 전시장 벽에 걸린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도희체 제작을 맡았던 모은영 디자이너가 자신이 속한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에 도희체를 출품한 것이다.

지난 2010년 10월 7일, 도희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야기를 읽고 쓴 일기가 대형 포스터로 제작돼 전시장에 걸렸다. 모 디자이너가 도희의 일기장을 전부 읽어본 뒤 고른 글이다. “군데 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아이다운 순수함과 기발함이 살아 있는 글”이라고 모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도희가 이 일기를 쓴 2010년 10월은 제대혈 이식 수술을 마치고 불면증 등 거부반응이 나타나 한창 힘들었을 때에요. 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웃는 사진이 몇 장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도 도희는 일기장에 힘들고 아픈 이야기는 남기지 않으려 했어요.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나이였지만, 항상 재미있고 밝은 것을 좋아했어요.” 도희 아빠 김씨도 작품을 보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에 전시된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한글 글꼴 디자인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에 전시된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앞에는 태블릿 PC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도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앞에는 태블릿 PC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도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일기 내용에 맞게 모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려 넣고, 작품 바로 앞쪽에는 태블릿 PC를 설치해 관람객이 도희체와 함께 도희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김씨가 지난 9월부터 블로그(http://dohhee.tistory.com)에 도희를 추억하며 올린 글과 사진을 엮은 영상이다. 관람객을 위한 안내도 작품 아래 덧붙였다.

“앞쪽으로 기울어진 글자형태가 큰 특징이며, 크고 동그란 초성과 받침을 재미있게 배치한 필체에서 여자아이의 발랄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며 활기가 넘치는 11살 쫑알공주 도희는 병마와 용감히 싸우다 하늘나라로 떠났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도희 공주의 손글씨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작업되었다. (‘쫑알공주 도희체’ 작품 설명 중)”

전시장에서 만난 모 디자이너와 김씨는 입을 모아 “도희체가 좀 더 널리 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이 도희체를 쓰면서 도희처럼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사람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최근에는 산돌 폰트클럽, 문자동맹, 케이머그 등 글꼴 전문 웹사이트에 도희체가 등록돼 더 많은 이들이 도희체를 내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웹툰 작가와 애플리케이션 연구원이 도희체를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김씨는 “앞으로 어린이를 돕는 비영리 자선행사 등에서 도희체 사용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글꼴미학 탐구전’에는 모 디자이너를 비롯해 이호 닥터폰트 대표, 석상호 기아디자인센터 연구원 등 현직 디자이너 13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도희체’ 외에도 ‘1990년대 추억의 노래체(이희윤)’, ‘둥글한글(류양희)’ 등 독창적인 한글 글꼴이 선을 보인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무료로 열린다.

한글 글꼴 디자이너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의 포스터. 포스터 중 ㅁ자가 모은영 디자이너가 제작한 쫑알공주 도희체다.
한글 글꼴 디자이너 연구모임 '한글미'의 첫 전시회 '글꼴미학 탐구전'의 포스터. 포스터 중 ㅁ자가 모은영 디자이너가 제작한 쫑알공주 도희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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