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세금빼먹는 '세도의(稅盜醫)'

곳곳에서 세금빼먹는 '세도의(稅盜醫)'

성세희 기성훈 박소연 김평화 기자
2013.01.21 06:20

['증세 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1>여전한 고소득자 탈루 실태

[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문제는 항상 '돈'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하는데만 5년간 적게는 135조원, 많게는 270조원까지도 들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인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똑바로 걷는' 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다. 아직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금누수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본다.

- 현금영수증·신용카드 대신 무자료 거래로 탈세 다반사

- 고급외제차·주택거주 불구, 당국 조사에 '돈 없다' 배짱

 의사 등 전문직의 탈세·탈루는 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결제를 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성형외과는 물론 피부과와 비뇨기과 등 서울시내 병원에선 '현금 결제 시 할인' 수법으로 소득을 낮춰 세금을 빼먹는 '세도의'(稅盜醫)들이 곳곳에 넘쳐났다.

 ◇"현금 주시면 할인해 드려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형외과가 밀집한 이 지역은 큰길가 곳곳에 '성형외과'란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곳곳에 피부과와 치과 등도 함께 눈에 띄었다.

 성형 상담을 받으려면 전화로 예약 시간을 잡아야했다. 성형 상담비용을 받는 병원과 받지 않는 병원이 따로 있었다. 대기하는 환자가 없으면 바로 상담 받을 수 있었다.

 신사동 소재 C성형외과 원장은 콧대와 콧방울 모양 교정 방법을 설명했다. 비용은 상담실장이 따로 알려줬다. 상담실장은 "코 성형 비용은 300만원에 부가세 10% 포함해 330만원이지만 현금으로 결제한다면 수수료는 빼주겠다"며 "수수료 제외하면 310만원으로 맞춰주겠다"고 말했다. 실장은 현금영수증을 끊지 않으면 300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인근 H성형외과도 사정은 비슷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원래 제안한 금액과 정확히 30만원 차이가 났다. H성형외과 관계자는 코 성형을 의뢰한 결과 "자가진피(수술 당사자 피부 표피 아래 진피를 뜻함)로 시술할 경우 380만원이고 실리콘은 280만원"이라면서도 "현금가는 각각 350만원과 250만원으로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

 성형외과가 아닌 피부과 등에서 미용 시술을 받을 때도 현금 할인이 빈번했다. 지난해 8월 공모씨(25·여)는 중구 명동 O클리닉에서 피부미백시술을 받았다. 처음 병원에서는 19만원을 제시했지만 현금 결제를 하면서 16만원으로 계산했다.

 공씨는 O클리닉 측에 현금영수증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병원 측은 "(현금 결제할 때) 할인했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된다"며 거부했다.

 박모씨(28·여)는 지난해 9월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H클리닉에서 이마와 미간에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 박씨는 당시 추석 무렵 이벤트 할인기간에 시술을 받았다.

 원래 보톡스 1회 시술가격은 이마 10만원, 미간 5만원. 박씨는 모두 합쳐 13만원을 내고 시술받았다. 하지만 H클리닉 역시 '현금결제가격'이 따로 존재했다. 카드 결제는 물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당했다.

 일부 비뇨기과에서도 미용 시술을 목적으로 현금할인을 권유했다. 이모씨(23)는 지난해 8월 강남구 삼성동 소재 Y비뇨기과의원에 포경수술을 의뢰했다. 병원측은 검사를 받던 이씨에게 실리콘 보형물 삽입 시술을 권유했다.

 '기왕 하는 김에 손해 볼 일 없겠다' 싶어 시술을 받았다. 정가는 23만원. 하지만 이씨는 현금 결제를 전제로 6만원을 깎아 17만원에 포경수술과 보형물 시술을 함께 받았다.

 ◇의사들 세무당국에는 "돈 없다. 배 째라"

 의사는 '현금박치기' 무자료 거래를 일삼지만 정작 세무당국의 조사에서는 "돈 없다"며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서울시 38세금징수 기동팀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아내 강모씨는 본인 소유 병원 건물을 매각하고 부과된 양도소득세 1억9400만원을 "돈이 없다"며 내지 않았다.

 서울시 조사 결과 강씨는 지인의 집으로 주소지를 위장전입하고 실제론 경기도 고양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대형 평수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재산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강씨 가족들은 여러 대의 고급 외제차량을 타고 있다.

 서울시는 강씨 자녀 명의 주택에 체납자 소유 동산 압류를 실시했다. 자녀 명의 부동산과 고급 차량 운행 자금 출처 조사 후 검찰 고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안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씨도 2010년과 2011년도에 부과된 종합소득세분 지방소득세 2건 등 세금 2100만원을 체납했다.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윤씨는 2010년 4월부터 보증금 1600만원에 월 220만원을 내고 외제 승용차를 빌려서 몰았다.

 서울시가 차량 리스 회사에 확인한 결과 윤씨는 대여료를 연체 없이 꼬박꼬박 납부했다. 서울시는 윤씨의 리스 차량 보증금 1600만원을 압류하고 세금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과세당국은 자영업자가 버는 소득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탈세 사실이) 적발됐을 때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긴 어렵지만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변호사와 의사가 현금 할인을 악용해 탈세하는 사례를 줄이도록 관련법 규정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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