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2-3>'현금 할인' 탈세 강요받는 사회

탈세와 탈루는 곳곳에서 이뤄진다. 결혼을 위한 예물 마련부터 여행 시 몸을 누일 숙박시설, 야구 등 동호회 활동까지 사회 온몸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전문가들은 과세행정의 투명화와 세금에 대한 시민의식 개혁 등이 동시에 뒤따라야만 '새는 세금'을 통한 지하경제 소멸과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귀금속가게 "카드는 안돼"
비가 추적추적 내린 21일 서울 종로의 귀금속상가. 남녀 한 쌍이 예비부부로 나서 보석상문을 열었다. 오리털파카와 후드티를 입은 후줄근한 행색의 '예비신랑'과 운동화를 신은 '학생 포스의 예비신부'도 앞다퉈 환영할 만큼 친절한 환대가 이어졌다.
"예물하시게요?" 귀금속가게 주인은 원하는 항목과 가격대를 물어봤다. 유리진열대 안에서 몇 가지 모델을 꺼내 올려놓고 결단을 기다렸다. 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카드결제' 여부를 물어보면서부터. "여기선 카드는 안받아요. 우리도 다 현금 내고 떼온 건데." 4군데를 돌았지만 귀금속가게 주인 모두 "신용카드는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가에 100만원 웃돈을 얹어 팔겠다는 한 여사장의 말은 "안 팔겠다"는 선포와 다름없었다. A가게에서는 5부다이아몬드 SI1등급(0.5캐럿·0.1g 정도) 반지를 현금으로 계산하면 158만8000원에 맞춰주겠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14K백금으로 제작된 귀걸이·목걸이까지 더한 '다이아반지세트'는 228만6000원. 물론 '현금박치기'에 영수증은 없는 조건. 신용카드로 계산하겠다고 물어보니 난색을 표하면서 다이아반지만 250만원, 반지세트는 330만6000원을 불렀다. '현금박치기'에 비해 최대 100만원 높은 가격이었다.
인근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B가게에선 같은 물건에 현금으로 계산하면 각각 150만원과 190만원에 팔겠다고 했다. 카드로 하겠다고 하자 180만원과 213만원을 제안했다. 그나마 이곳은 '체계'가 있었다. 카드가격을 높여받지만 12%가량 추가 금액을 받는다고 했다. 부가가치세 10%에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4%인데, 가맹점 수수료는 2%로 깎아준다고 설명했다.
근처 C가게에선 현금가로 각각 127만7000원(다이아반지)과 178만원(반지세트)을 불렀다. 카드로 할 경우 144만3000원과 249만원. 특히 이곳은 가격에 체계가 없었다. 다이아반지 가격은 카드로 하면 13% 가산하는데, 목걸이·귀걸이세트 가격은 수공료가 더 든다며 25% 이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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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가게는 카드체크기가 없었다. 다이아반지만 현금으로 126만원. 진짜 '도매상'을 내세우며 '없는 살림의 신혼' 같아 보여 특별가로 해준다고 했다. 인근에서 다이아몬드반지 가격이 가장 저렴했지만 카드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들 가게주인은 이구동성으로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답하며 카드결제를 요구하자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봤다. 카드결제 시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로는 금과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은 가게에서도 직접 현금을 주고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익이 남지 않아 "그렇게 못판다"고 했다.

◇모텔 소득 추정 '난감'
전국 곳곳의 모텔도 투명한 세금 없는 '현금장사'로 쏠쏠하기로 유명하다. 모텔 이용객은 대부분 흔적을 남기기 꺼리기 때문에 현찰거래가 90%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텔 근처 편의점은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아 카드사들이 선호할 정도다. 카드사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이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 모텔에 대한 대출심사를 할 경우 담보가 부족할 때는 통상 소득을 본다. 워낙 소득추정치를 믿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심사로는 대출이 어렵다. 대출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 드나드는 사람이 몇 명인지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모텔 대출에 대한 소득 추정은 수도계량기로 한다고 전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물 사용량이 대실 수와 대략 맞아떨어지기에 이를 체크해 대실료와 개략적으로 맞춰본다"며 "하루 수입이 추정되고 이에 따라 대출 여부와 규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모텔의 소득이 정확히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금융권 대출방법인 셈. 이는 역으로 보면 그만큼 모텔에서 '새는 세금'이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동호회 활동에도 '탈세'
고액과외도 현금으로만 거래되는 특성상 '지하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다. 학원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불법적인 논술강의나 변칙적인 심야교습, 불법 개인과외 교습 등을 한 뒤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고액과외는 신고하라고 돼 있지만 신고 안하는 곳이 많다"며 "오피스텔과외 등 기업화된 고액과외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학파라치제도'로도 한계가 있으며 고액과외 수입자의 탈세를 어떻게 잡아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사회인야구에서도 탈세와 탈루가 공공연히 이뤄진다. 참가비는 1년에 보통 팀당 200만~300만원을 내지만 현금영수증이 발행되지 않고 대부분 사업자 통장이 아닌 개인명의 통장으로 입금받아 세금을 빼먹는 식이다. 1개 리그당 보통 50~100개팀이 참가하니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의 리그비가 모인다. 심판비나 운영비도 대부분 무자료거래로 진행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탈루소득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세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과세행정을 강화해 세원을 포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핀란드는 지하경제조사국을 국세청 내부에 설치해 지하경제를 별도로 관리한다"며 "조세행정을 강화해 탈세 시 처벌수위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도 "지하경제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이 형성한다"며 "매출 100억원 이하 법인 54~84%가 탈세를 하는 만큼 법인양성화부터 시도해 세원투명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