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 1500만원…", 의료민영화 괴담 진실은?

"맹장수술 1500만원…", 의료민영화 괴담 진실은?

김명룡 기자
2013.12.21 06:10

인터넷서 괴담 확산, "'건강보험' 공영화 방식 변화없는데…"

인터넷에 '의료민영화가 되면 병원비가 폭등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는 식의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보건·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병원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의료 민영화'의 전초전 아니냐는 논란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부도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며 해명하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은 여전히 믿지 않는 모습이다.

인터넷에는 특히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한국은 199만원, 미국은 1996만원, 맹장수술은 한국은 221만원, 미국은 1513만원"이라며 "의료 민영화가 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된다"는 근거가 희박한 허위 사실까지 돌고 있다.

의료법인에게 수익사업을 허용하고, 법인 약국을 도입하려는 것이 왜 이런 엄청난 후폭풍을 낳는 것일까? 그 출발은 '의료 민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다.

◇'의료민영화'냐 '의료보험 민영화'냐, 시작부터 쟁점 흐려=한국 의료기관은 총 6만3935개. 이중 민간 의료기관이 6만298개로 94.3%를 차지한다. 반면 국립의료원 같은 국공립병원과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소는 3637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7%에 그친다. 이 수치를 보면 의료 부문은 이미 민영화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민영화'는 라는 표현은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민간 병원이 94%에 달하는데 도대체 또 무엇을 민영화하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 민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의료보험 민영화'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의료 민영화는 의료보험 민영화와는 180도 다른 이야기"라며 "그런데도 일부에서 의료 민영화를 마치 의료보험 민영화로 왜곡해 가난한 사람은 병원에 갈 수 없다고 과장하는 것은 큰 사회적 혼란을 낳을 수 있는 곡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의료보험 민영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의료기관과 국민들이 무조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민영화된 상태지만 의료 서비스 비용만큼은 정부가 '건강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이 '공영 건강보험'을 포기하고, 미국처럼 환자가 '공영 건강보험' 또는 '민간보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면 '의료보험 민영화'는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인 의료보험 민영화를 어떻게 정부가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민영화할 수 있겠느냐"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괴담수준이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공영화 방식의 현행 건강보험은 문제가 없다. 1998년과 2000년 일부 의사들이 현행 건강보험의 뿌리인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은 강제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를 의사들의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당연지정제가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이라며 '합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 건강보험은 법적으로도 뿌리가 굳건한 제도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의해 결정= 맹장 수술비가 15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됐다.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는 정부가 매년 의사단체와 협의해 결정한다. 맹장수술은 병원마다 동일한 수술비를 적용하는 '포괄수가제' 대상이어서 어느 병원에 가도 수술비는 똑같다. 가난하거나 부자라고 해서 덜 내거나 더 내지 않는다.

이번에 정부가 의료법인에게 수익사업을 열어준 것이 영리병원 도입의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료법인이 수익사업을 많이 벌일 수 있는 것과 수술비가 급등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익사업을 허용한다고 해서 수술비 같은 본질적인 진료비를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의해 결정하는 시스템은 뒤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병원들이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다보니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환자들에게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과잉진료' 논란이다. 대형병원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가 비싼 로봇 수술을 권장하고, 고가 검사를 유도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과잉진료도 의료법인이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다른 루트로 수익을 보전하고, 병원마다 환자 유치를 위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치과 임플란트 같은 비보험 진료시장은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100개 이상 치과병원을 연합한 네트워크 치과병원이 등장하며 1개당 250만~300만원에 달하던 임플란트 비용이 평균 10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 좋은 예다.

보건의료 관련 학계 한 전문가는 "병원들이 수익사업을 한다고 해서 고가의 비보험 시장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돈이 있는 사람을 위한 비보험 진료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지 대다수 국민이 진료 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강기영
그래픽=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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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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