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때문에 지금 가격은 유지할 수가 없어요."
서울 시내 A 주유소 소장은 1일 오전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A 주유소는 전날 정부와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선정해 발표한 '착한주유소' 중 한 곳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차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이전보다 400원가량 저렴하게 유지해온 점을 평가받았다. 앞서 정부는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민생 안정 노력에 동참한 주유소를 착한주유소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A 주유소 소장은 "싸게 팔아서 다른 데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반짝 손님이 있지만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 비해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며 "전쟁 전부터 업계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주변에 문 닫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또 다른 착한주유소인 B 주유소는 이미 가격을 올린 상태였다. 이날 휘발유를 전국 평균 판매가인 1908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B 주유소 사장은 "1차 최고가격제 기간 동안 가격이 낮았던 건 미리 구입한 기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착한주유소로 선정된 주유소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등에 노출할 예정이다. 누적 선정 등 지속해서 가격 인하에 기여한 주유소에 포상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B 주유소 사장은 "착한 주유소에 선정된 줄 몰랐다"면서도 "요즘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오기 때문에 지도에 표시를 해준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A 주유소 소장은 "공급가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908원으로 전날보다 13원가량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선 건 20일 만이다. 경유 역시 19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유가는 정부가 지난달 13일 1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안정 흐름을 보였다가 2차 가격 시행일인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착한주유소 지정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될 수 있으나 주유소 상황을 일률적으로 나눠 평가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유소마다 단가나 임대료 등 상황이 달라 마진 구조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착한주유소 선정은 기분 좋은 정도의 유인책은 될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출 정도의 유인책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과거처럼 고시가격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