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퀵으로"…휴대폰 개통보다 쉬운 대포폰 구입

"1시간이면 퀵으로"…휴대폰 개통보다 쉬운 대포폰 구입

황보람 기자, 신현식
2014.02.22 16:39

용돈 궁한 청소년까지 대포폰 암시장에 발길...정부 '3대 대포물건' 근절 선언

"서울 성북구요? 오토바이 퀵으로 한 시간이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화는 받자마자 쓸 수 있고요."

22일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대포폰(타인명의 휴대전 화)'을 검색하자 판매업자 리스트가 줄줄이 떴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0개 넘는 판매업자가 광고글 을 올렸다.

머니투데이 기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보니 대부분은 '없는 번호'이거나 '착신금지' 상태. 7번째 시도 만에 통화가 연결됐다.

판매업자는 노련한 말투로 혹시 필요할지 모를 '에프터 서비스'까지 보장했다. 물건을 확인한 후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말에도 선뜻 '오케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포폰만 취급하는 전문 판매인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구형 폴더폰과 슬라이드폰은 10만원대, 스마트폰은 30만원대를 불렀다. 대포폰은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별도 변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대포폰은 3만원 가량 더 비쌌다.

업자는 "명의가 외국인으로 돼 있는 폰은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 도 되고 유심칩을 빼서 스마트폰에 꽂으면 바로 쓸 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범죄와 신분세탁의 필수조건인 '대포폰'은 일반인도 한 시간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대포폰은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 신분 노출을 꺼리는 성매매업소 등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사고 팔린다.

대포폰 거래 암시장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노숙인 등에게 헐값에 개인정보를 사 대포폰을 개통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가출청소년 등 용돈이 궁한 학생들까지 나서 대포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 12일 경남 김해에서는 타인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 7400개를 만들어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포폰이 모든 범죄의 필수품이 됐지만 처벌 규정은 미비한 실정이다.

훔친 주민등록번호로 개통한 대포 폰을 판매한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동의를 얻거나 명의자가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개통해 대포폰으로 넘긴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한 경찰서 경제팀 수사관은 "범죄를 저지를 것을 명백하게 알고 고의로 대포폰을 제공한 공동정범 수준이거나 방조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면 단지 휴대전화를 개통해 넘긴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전행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3대 대포 물건(대포폰·대포통장·대포차) 근절'을 목표로 세우고 집중단속을 예고했다. 경찰은 지방경찰청 수사2계와 경찰서 지능팀 등 전문 수사인력을 편성해 이번 달부터 4월 사이, 7월부터 9월 사이 등 2차례에 걸쳐 대포물건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등에게 전화해 대출금을 갚아주겠다고 속이는 대출사기의 경우 거의 대포폰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이 명의만 빌려주면 현금을 주겠다고 설득해 동의를 얻은 뒤 대량으로 대포폰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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