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명과 암 ②] 학교 앞 호텔 건립…학부모 등 교육계 반발

"시기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막고 있는 것은 거의 죄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 건립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이지춘 한성투자개발 전무는 이 자리에서 "초등학교 인근에 3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호텔 계획을 세우고 관할 구청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처리가 불투명하다"며 "관광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한 학교보건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2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학교 주변에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현행 학교보건법의 규정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27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정부는 또 다음달 중 학교정화위원회 훈령을 제정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역교육청 등과 협의해 관련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 등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경제 논리에 교육권과 학습권 등이 일방적으로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관계자는 "일자리와 경제에만 초점을 맞춰서 무조건 학교 주변 규제를 푸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학교정화구역은 교육상 필요가 있어서 지정한 것인데 규제를 풀어야 될 것과 풀지 말아야 될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텔·호텔은 물론이고 유해시설 없는 고급관광호텔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들어서면 주변에 관련 상권이 형성되기 마련"이라며 "소위 '찌라시'라고 하는 선정적인 성인안마 광고지 등이 뿌려지고 초등학생들도 주워서 볼텐데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근 학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의 7성급 호텔 조성 사업부지는 인근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에서 최소 2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백영현 덕성여중 교장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큰 취지에 누가 반대하겠느냐만 신축된다는 호텔 건물은 학교에서 돌을 던지면 맞힐 수 있는 거리"라며 "학교 타종소리는 물론이고 체육대회, 예술제 등 할 때 소음이 불가피한데 이는 투숙객들에게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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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장은 또 "7성급 호텔이면 여러 국가의 귀빈들이 사용할텐데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덕성여중이 경호 거점이 될 것"이라며 "매번 교육 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건물을 내줘야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학교 인근 호텔 건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키로 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훈령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했는데 관광진흥법 개선과 연계돼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다음달 중 훈령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훈령은 상위법령인 학교보건법이나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훈령은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에 직무수행에 관한 지침을 전달하는 목적의 일반적인 명령에 불과하다.
한편 해당 지역 교육당국인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인근 호텔 건립 문제에 대한 훈령 제정이 예고된 상태일 뿐 아직 시행되거나 관련 소송이 진행된 것이 없어 관련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