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최고 수익률 3600%. 90만원으로 4000만원을 벌었다는 선배 A씨는 주식투자 동아리 후배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10개 가까운 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A씨는 모의 주식투자대회에서 후배들에게 '종목'을 찍어줘 입상시킬 정도로 능력자였다.
그는 증권투자상담사부터 투자자산운용사, 외환관리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 11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학생 대상으로 주식투자 강의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XX동 주신'이라는 아이디로 이름을 날린 '고수'였다.
A씨에게 투자해 쏠쏠한 수익금을 벌고 있다는 여자친구는 차림새부터 그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돈이 없어 여자에게 차이고 돈독이 올라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A씨는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에게 '보은'을 하겠다며 투자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돈 없는 대학생들을 돈방석에 오르게 해준다는 방법은 간단했다. 제2금융권 학자금 대출을 종자금 삼아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 그는 "잘 아는 은행 브로커에게 내 이름을 대면 최대한도인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그 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에 맡기면 매달 은행 이자 등을 제하고 고정 수익 100만원 상당을 준다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언제든지 투자를 철회하며 돈은 고스란히 돌려준다고 했다. 그는 "여자 후배들은 한명도 중간이 그만둔 사람이 없다"며 "오히려 내가 그만 투자하지 않게 잘 보여라"라는 우스갯 소리도 했다.
'위험'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해외도피'. A씨는 가족까지 내걸며 그럴 일 없다고 장담했다. 인터넷을 검색을 해 2급 공무원이라는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약을 대비해 부모님 전화번호와 집주소까지 알려주겠다고 믿음을 줬다. 그렇게 후배들은 빚을 내 A씨에게 돈을 맡겼다.
제2금융권에서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빌린 돈을 동아리 선배에게 맡겼다가 떼인 대학생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주식투자로 수익금을 벌어주겠다며 대출을 알선하고 돈을 떼어 먹은 혐의(사기죄)로 A씨(30)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주식투자 동아리 후배 20명 가량에게 "학자금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월 100만원 정도를 수익금으로 주겠다"며 제2금융권 대출을 알선하고 5억원 가량을 투자금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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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들은 A씨가 주식투자로 수익금을 벌어주겠다는 당초 계약과 달리 리스크가 높은 선물옵션에 돈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10개월 정도 수익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후배들에게 보내주던 A씨는 지난달부터 돈을 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게 돈을 건넨 C씨(22)는 "동아리 회원 가운데는 은행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학교를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원들은 서로 온라인으로만 교류할 뿐 서로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A씨에게 투자를 권유받았다는 D씨는 "워낙 유명하던 선배라서 투자 권유를 듣는 순간 혹할 수 밖에 없었다"며 "부모님과 상의하겠다고 하자 극구 만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D씨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나이와 이름마저 속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게 돈을 건넨 학생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 규모와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