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2개 떨어져도 금리 2배 껑충…결국 사채 내몰리는 중저신용자들

등급 2개 떨어져도 금리 2배 껑충…결국 사채 내몰리는 중저신용자들

권화순 기자, 김도엽 기자, 김미루 기자, 이창섭 기자
2026.05.08 07:40

[MT리포트]끊어진 대출사다리 (上)

[편집자주] '잔인한 금융'의 공범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용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포용금융'을 제도화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왜 대출이 절박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가'라는 대통령의 도발적 질문은 이제 금융의 ABC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대출시장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양극단만 있다" 무너진 신용시장..등급 2개만 떨어져도 금리 2배 뛰었다

신용평점 구간별 대출금리와 대출잔액/그래픽=최헌정
신용평점 구간별 대출금리와 대출잔액/그래픽=최헌정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실적/그래픽=이지혜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실적/그래픽=이지혜

"1등급, 상위등급만 대출취급하고 나머지는 전부 대부업·사채업자를 이용하게 만들었다. 포용금융을 얼만큼 실현했는지 평가해서 불이익, 이익을 주는 방법은 없는가"(지난 6일 국무회의 중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회사의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영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실적 종합평가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포용금융 점수가 낮은 은행에는 페널티(불이익)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저신용자 대상 신규 중금리대출이 대폭 축소됐으며 고신용자와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2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적한 '끊어진 사다리'가 장기간 고착화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신용평점 상위 50% 이상의 고신용자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4.9~5.1%였다. 반면 하위 20~50%의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연 10.8%까지 올라갔다. 중신용인 경우에도 신용점수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대출금리가 연 5.4%, 연 7.2%, 연 10.7%로 가파르게 상승해 '금리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신용점수가 단 2계단만 떨어져도 대출금리가 2배로 대폭 상승해 '끊어진 사다리'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업권별로 은행권 신용대출의 92.7%는 신용점수 700점 이상의 고신용자에 집중됐다. 신용점수 600점대 이하의 은행 대출은 전체의 7.4%에 불과하다. 대표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히는 상호금융권의 경우 신용점수 900점대 초고신용 대출이 전체의 절반(45.6%)에 육박해 은행권보다 더 심하게 초고신용자 대출 쏠림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경기위축이 겹치면서 중저신용자 신규 대출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은행권 민간중금리 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8조6900억원으로 전년(9조9500억원) 대비 감소했다. 6년만에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2금융권인 저축은행(9조4900억원→8조5300억원) 여전업권(10조3900억원→9조8800억원)도 중금리대출 실적이 일제히 줄었다. 특히 '관계형' 금융을 해야 하는 상호금융권은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액이 지난해 1조원(7100억원)에도 못미쳐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 저축은행, 카드론 등을 이용해야 한다. 2금융권은 높은 대출원가, 신용평가 능력 부족 등으로 신용도와 무관하게 연 10%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리단층'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 2016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24년만에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인터넷은행 신용평가 방식도 시중은행과 별반다르지 않았다. 중금리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와 애초 설립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포용금융 실적 종합평가체계를 새롭게 도입해 중금리대출 실적을 엄격하게 평가할 계획이다. 새희망홀씨나 민간 중금리대출 실적을 서민금융 출연금의 출연요율로 연동하고 추가적인 이익, 불이익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용범 실장이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만큼 중금리대출 실적이 저조한 금융회사에 강력한 페널티가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저신용자 배제하는 '신용'평가...'기울어진 운동장' 어떻게 바꾸나

-'대안정보' 빠진 대안신용평가

신용평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신용평가 도입의 어려움과 해결책/그래픽=윤선정
신용평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신용평가 도입의 어려움과 해결책/그래픽=윤선정

금융회사들이 중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낡은 신용평가 모델'이 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냐"며 신용평가 모델의 전면적인 개혁을 역설했다. 납세 정보나 온라인 쇼핑몰 소비 등의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로 이같은 금리절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융 현장에서는 정작 정부가 공공정보 공유에 '칸막이'를 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규제도 신용평가 모델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의 '금리 절벽'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방식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하다. 현행 신용평가 모델은 '과거의 대출 상환 이력'에 집중돼 있어서다. 금융회사들은 과거에 얼만큼 빚을 잘 갚았냐는 '성실 상환' 정보만을 기반으로 대출 가능 여부나 대출금를 산정한다.

다만 은행들이 '낡은 신용평가' 모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김 실장이 사례로 언급했던 납세나 소비 등의 비금융 대안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현재 금융사는 대출 정보나 카드 정보 등을 신용정보원에 공유하고 신정원은 해당 정보를 금융사 등에 공급한다. 신용평가 모형이 연체 여부와 카드 이력 등 기존의 금융 이력을 중심으로만 구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납세, 소액결제, 통신, 사업자, 상권, 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정보는 각 기업이나 공공기관, 플랫폼사 등에 산재돼 있다. 해당 정보를 토대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개별 기업이나 기관을 접촉해야 해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등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가명정보 결합 절차를 가속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이 비금융 데이터를 자사의 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려면 데이터를 가명처리하는 방법이 적절한지 금융결제원 등 데이터전문기관의 '적정성 평가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은행들에 따르면 심사는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소요된다. 또 데이터를 결합하고 파기할 때까지의 모든 증빙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대가 많은 상황이다. 실제 2017년 정부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조치를 한 개인정보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1개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나서면서 가이드라인은 형해화됐다. 당시 카카오뱅크가 비식별화조치한 개인정보를 평가모형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이 실장은 "기술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다.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니 절실하지 않은 것뿐이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대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금리 절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융회사가 빚 떼일 위험을 막기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정교화 할수록 결국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대출 거절의 명분만 커진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세월 정착된 신용평가모형을 건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은행에 횡재세를 거둬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저신용자 금융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대부업… 불법사금융 내몰릴 저신용자는 어떡하나

- 쪼그라든 대부업, 불사금 이용은 급증

대한민국 대부업 현황/그래픽=김현정
대한민국 대부업 현황/그래픽=김현정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신용자가 비어버린 신용대출 시장의 보완에 나섰지만 정작 저신용자 대책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장에서 저신용자를 받아줘야 할 대부업이 무너지면서 불법 사금융으로의 유입 위험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과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이나 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은 신용점수 700점 미만의 최저신용자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700~800점대 구간 고객 비중이 과반이며 여신전문금융사도 700~900점대 비중이 약 70%다.

최저신용자를 흡수하는 업권은 대부업이다. 대부업 이용 고객 중 신용점수 600점 미만 비중은 약 55%다. 700점 미만 고객까지 합치면 비중은 70%까지 커진다.

정작 대부업권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최고금리는 연 20%로 제한됐지만 대부업의 조달 비용과 고객 신용 리스크를 따지면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대부업계는 수익이 나지 않는 신용대출은 포기하고 안전한 담보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담보대출 비중은 59.2%다. 신용대출 비중은 40.8%에 불과했다.

대부업이 위축되면서 불법사금융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는 1만7538건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출범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대부업은 금융당국과 지자체에 등록된 합법 금융기관이지만 여전히 '대부'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불법 대부업'이라는 용어를 정정해가며 인식 개선에 나섰지만 대통령마저도 여전히 관련 표현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에서도 정책 초점은 '중신용자'에 맞춰졌다. 금융당국은 중신용자와 저신용자를 분리하고, 사잇돌과 중금리 대출은 중신용자 중심으로 공급하되 저신용자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으로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책서민금융 상품만으론 저신용자 보호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어린이 놀이터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큰길에 나가서 다치는 것처럼 서민이 이용하는 대부업을 활성화하지 않고선 저신용자의 불법 사금융 유입을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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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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