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휴가철· 입석 탄력운용 "착시 효과"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어차피 서서 갈 바에야 뭐하러 입석금지를 시켜 다른 버스 노선은 아예 타지도 못하나요?"
13일 오전 7시3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한신아파트' 정류장에는 지난달 16일 광역버스 입석금지된 이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은 비교적 빠르게 줄어들어 길어도 15분이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정류장을 통과한 버스 중 3분의 2 정도는 모두 입석 버스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여름 휴가철로 출퇴근 승객이 많이 줄어든 데다 경기도가 입석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면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경기도와 서울시 그리고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이매촌·한신아파트' 정류장에 7대의 중간버스 투입하는 등 추가대책을 마련한 이후 이렇다 할 추가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9000번·9001번 버스를 기다린 김모(22·여)씨는 여차하면 달려나가 입석으로 버스를 타는 다른 시민들과 달리 30분 동안 줄을 섰다. 그는 "평소에는 더 이른 시간대에 버스를 이용해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지 몰랐다"면서 "입석으로 타면 안되는 줄 알고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1)씨는 "처음보다 혼란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입석을 시켜줄 바에야 입석 금지는 뭐하러 시행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탄력입석"vs서울시"입석금지"…시민 혼란 가중

종각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3)씨는 이날 9401번을 타기 위해 대기줄을 벗어났다가 입석 탑승을 못 하는 바람에 다시 맨 뒤에서 줄을 서야 했다.
그는 "어떤 버스는 입석을 허용하고 어떤 버스는 입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기사들 마음대로 입석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버스 중 경기도 관할 버스는 대부분 입석을 허용한다. 반면 서울시 관할인 △9401번 △9404번 △9711번 △9408번 △9707번 등은 탄력적 입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경기도는 입석금지 시행 이전부터 모니터링 기간 중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경우 탄력적으로 입석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특히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2일 '광역버스 입석 유연화'를 공식화함에 따라 탄력적 입석 허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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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니터링을 나온 한 경기도 공무원은 "시민불편 최소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최대 10명까지는 입석을 허용시키는 것으로 기준이 정해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반면 서울시는 입석 금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입석 불가는 서울시의 원칙이 아니라 국토부의 원칙"이라며 "시는 지금까지 버스회사 측에 입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말했다.
서울시 소속 광역버스 운전사는 "경기도 관할 기사들은 대기 줄이 길면 입석을 허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서울시는 별도의 공문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미안해도 그냥 지나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모니터링 중단…"경기도민은 경기도가 책임져야" 책임 전가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와는 달리 서울시는 출퇴근길 모니터링 업무를 지난달 26일부터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 노선팀 관계자는 "광역버스 대부분이 경기도 노선인데다가 서울시 노선의 경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모니터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입장은 달랐다. 수는 적어도 서울시 관할 버스가 주요 버스 노선에 포함돼 있는데 모니터링마저 중단하는 것은 경기도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관할 버스인 9401번이 다니는 '이매촌·한신아파트' 정류장과 9007번이 다니는 '백석역' 정류장은 입석 승객이 잦고 승객 대기 시간이 긴 정류장에 속한다. 경기도는 △이매촌·한신 △백석역 △용인 상미마을 △우만4단지 △의왕 나들목 등 16곳을 주요 입석 발생 정류장으로 꼽고 최소 2명 이상의 공무원을 투입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용자 대부분이 경기도민들이고 민원도 경기도에 넣다 보니 서울시가 너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광역버스 입석금지는 경기도가 핵심적인 주체"라면서 "서울 시민들의 출퇴근길 문제라면 몰라도 대부분 경기도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기도가 주가 돼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끝나가는 휴가·방학…국토부, 다음 주 대책 발표
이날 시민들과 모니터링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시작한 데다 방학에 휴가철까지 겹쳐 나타난 일시적인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8월 말과 9월 초 휴가철이 끝나고 서울 주요 대학들의 개강이 이뤄지면 광역버스 이용 승객들이 늘어 '출근길 혼란'이 다시금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산1호 터널에서 삼일로빌딩까지 버스전용차로 구간은 출근시간 대에는 20여분이 소요되는 상습 지정체구간이 된 상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지자체들과 협의해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지금 각 지자체의 안을취합하고 있는 과정이며 다음주 중으로 합의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번 대책회의에 출퇴근시간대 광역버스 운행을 총 584회 늘리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교통카드와 버스운송관리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소한 584회를 운행해야 교통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를 위해선 최소 몇대의 버스가 추가 투입돼야 하는지 현재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와 같은 대대적인 추가 증차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도심지역의 교통난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한남대교 북단에서 종로2가까지 광역버스로 이동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25분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나치게 많은 차량이 서울로 들어오게 되면 교통이 혼잡해지게 된다"면서 "삼일로와 강남대로 등 주요 구간들의 교통량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을 전제에 깔고 협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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