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사할 사람조차 없다"…가족도, 주민도 몰랐던 20대 고독사

[단독] "인사할 사람조차 없다"…가족도, 주민도 몰랐던 20대 고독사

이원광 기자
2015.12.17 10:04
지난 15일 황모씨(29)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관악구 한 고시원 / 사진=도민선 기자
지난 15일 황모씨(29)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관악구 한 고시원 / 사진=도민선 기자

지난 15일 황모씨(29·여)의 시신이 발견된 관악구 한 고시원.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한기와 악취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각종 옷가지와 음료수병, 과자상자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변기와 세면대에는 물때가 자욱했고, 일부는 검게 변해있었다. (관련기사☞[단독]장애아동 돕던 20대女 '쓸쓸한 죽음'…"보름간 방치")

취사 설비가 금지되는 고시원에는 가스레인지 대신 소형 전기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그나마도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발열면에 그을음 때가 남아 있었다. 음식 재료는 라면이 전부였다. 창문틈 사이는 차가운 외풍을 막기 위해 테이프로 겹겹이 붙여 있었다. 열리지 않는 창문 탓에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1년전 이곳에 이사온 황씨는 생활고로 괴로워했다. 청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언어치료사로 일했지만, 일정한 소속이 없어 수입이 변변치 않았다. 고시원 월세가 밀린 지는 두 달이 넘었고, 100만원의 보증금은 이미 월세로 소진한 상태였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선뜻 가족들에게 다가서지도 못했다. 휴대폰도 끊긴 지 오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게 되자 죄송스러운 마음에 자주 연락드리지 못했다. 지난해 추석 "일거리가 많이 없어서 힘들다"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친동생이 기억하는 황씨의 마지막이었다. 생활고와 외로움이란 이중고에 황씨는 죽음의 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58세대가 살았지만, 고시원 주민들도 황씨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고시 준비를 위해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각자의 목표에 집중하느라 주변 이웃들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황씨가 숨지고 보름이 지난 뒤에도, 황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만 하루 뒤에도, 고시원은 황씨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숨진 황씨와 같은 층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3년전에 이사온 뒤로 같은 층에 누가 사는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웃 간 얼굴 붉히게 하는 층간소음조차도 이들은 무감각하다. 황씨의 옆집에 살았던 A씨(34)는 "황씨 말고도 얼굴 아는 사람은 없다. 인사하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월세 문제로 종종 만나는 건물 관리인이 이 건물에서 황씨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난 15일에도 밀린 월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황씨를 찾았다 황씨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그는 "황씨가 성격이 온순해서 별 탈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27일? 28일? 그때가 황씨를 본 마지막 날이었다"며 "설마 혼자 숨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한숨 지었다.

고시원 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황씨의 사인은 2주 후에나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방치된 결과 부패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황씨 책장에 놓인 책처럼 장애아동들을 위해 일했던 황씨. 정작 자신은 사회의 따뜻한 손을 잡지 못하고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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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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