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운전사고 15년새 5배… 면허갱신 절차 강화, 대중교통 혜택 확대 등 필요


최근 해운대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운전자가 뇌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자 이른바 '교통사고 위험 운전군'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늘면서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1년 3759건에 불과했던 노인 운전사고가 2014년 2만275건으로 늘어났다. 15년새 5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노인사고가 전체 사고에서 점유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불과 1% 남짓이었던 사고 비율은 2014년 약 10%까지 증가했다.
교통안전분야의 한 전문가는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령인구 운전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지기도 했지만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시력 저하, 교통 신호 반응 속도 둔화 등이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노인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원인 중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50.7%로 가장 많았다. 신호위반(13.4%), 안전거리미확보(9.8%), 교차로통행방법위반(8.3%), 중앙선침범(7.7%)이 그 뒤를 이었다.
교통사고 10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중앙선침범 사고나 신호위반 사고의 경우 전체 사고의 비율이 각각 6.2%, 11.9%였다. 노인운전자 사고가 약 1~2% 정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0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7.2%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노인인구 비중은 13.1%다. 이 수치가 2030년엔 24.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문가는 "노화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운전에 필요한 교육과 신체 이상 검사 등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국내 노령화 속도에 비해 이와 관련한 준비는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면허갱신 제도의 허술함을 꼽는다.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는 5년이다. 비고령 운전자가 10년마다 갱신하는 것에 비하면 짧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의 운전 가능 상태 여부를 판별하는 별도의 검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모든 연령에서 적성검사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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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한다. 인지기능 테스트에서 치매, 간질 등 질환 확인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운전자가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된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운전면허시험을 2년마다 치러야 한다. 면허 갱신 절차에는 의사 진단과 주행 시험이 포함된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면허 갱신 주기가 1~5년으로 대체로 짧은 편이다. 주행시험이나 시력검사도 추가 실시한다.
한문철 교통 전문 변호사는 "70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우리나라도 면허갱신 주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현행 5년에서 2~3년 정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고령 운전자들이 자진해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본인 스스로 사고 위험성을 느끼는 운전자들에겐 운전면허 자진 반납할 수 있도록 택시, KTX. 고속버스 등에 대한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국민안전처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한 '노인안전 종합대책 공청회'에서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갱신 기간 단축과 적성검사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검토 단계다.
실제 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노인층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2014년 8월 정희수 의원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대한 정기 적성검사 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인지기능검사를 추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고령층의 반발로 철회했다.
국회 관계자는 "교통사고 안전에 대한 부문 때문에 고령자에 대한 면허 갱신 요건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노인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노령층뿐만 아니라 교통안전 전반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