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217명 전원 사망…미국 vs 이집트, 사고원인 갈등 빚기도


17년 전 오늘(1999년 10월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떠나 뉴욕을 경유,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으로 가던 이집트 항공 990편이 JFK공항을 이륙한 지 40분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는 매사추세츠주 동부 낸터켓 섬 근처 대서양에 추락했고 해안가에서 잔해들이 발견됐다. 레이더에서 사라지자마자 구조작업이 시작됐지만 승무원과 승객 217명 전원이 사망했다.
미국 교통안전국(NTSB)은 비행기의 추락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부조종사인 가밀 엘바투티가 자살 비행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엘바투티가 비행 중 엔진을 끈 점, 당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던 점, 진급을 하지 못한 만년 부기장이었던 점, 명예퇴직이 가까웠던 점, 딸이 중병을 앓고 있던 점 등 개인적인 중압감에 일을 저질렀다는 게 자살설의 근거였다.
특히 조종석 음성 기록 장치(CVR)에 남은 엘바투티의 음성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결론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엘바투티는 당시 아랍어로 "나는 이제 결정했다. 나의 운명을 신의 손에 맡긴다"고 말했다고 NTSB는 발표했다.
하지만 이집트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재조사에 들어갔다. 여객기는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는데 해당 비행기를 만든 미국의 보잉사가 물게 될 배상금 때문에 자살 비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이집트 측의 주장이었다.
이집트 조사팀은 엘바투티가 엘리베이터 시스템 결함 탓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엔진을 껐을 가능성, 꼬리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이슬람교도인 엘바투티가 자살이 금지된 이슬람 율법을 어기고 자살을 할 리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들은 "미국 측이 아랍인들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 엘바투티가 '나는 이제 결정했다'고 말한 부분은 녹음 테이프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테이프 내용을 분석한 미국 관리와 언어전문가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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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CVR에는 다른 사람들이 부기장을 제지하는 내용이 없고 사고 당시 엘바투티도 무척 당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딸도 많이 회복됐고 사고 직전 아들에게 줄 선물을 사 카이로 공항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했던 점도 증거로 나왔다.
두 나라 조사팀 사이에서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집트에선 대대적인 반미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엘바투티의 자살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명예회복이 됐지만 사건의 원인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