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檢, 임종헌 USB서 8000여건 행정처 문건 확보…사법권 남용 의혹 수사 대응방안 담은 자료도 발견…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의 USB(이동식저장장치)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윗선’이 하급심 재판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보고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문건도 발견됐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또 다시 기각, 검찰의 행보가 수사 대상자인 법원에 의해 가로막혔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주 공용서류손상·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USB에서 8000여건의 법원행정처 문건을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대법원이 검찰에 제출한 410개 의혹 관련 문건 이외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혐의가 의심되는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일선 법원이 심리하는 하급심 재판의 상세내용을 정리한 보고용 문건도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문건들 중 상당수가 임 전 차장의 명의로 작성됐다. 당시 임 전 차장이 보고할 만한 ‘윗선’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둘 뿐이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사건기록을 열람했던 판사 외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재판예규 제1306호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에 따르면 해당 재판부 주무과장은 법관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사건 등에 대해서만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보고자가 판사가 아닌 일반 법원 직원이라 그 내용은 공소사실 요지 등 간략한 요약 보고에 그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의 요지를 간략히 보고할 뿐 증거와 영장 등 상세내용을 함께 첨부해 보고하는 예는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사건기록을 열람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은 법원행정처 보고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임 전 차장이 이 같은 내용으로 보고용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은 그가 비공식적으로 일선 법관을 통해 재판의 세부내용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의 자체 조사와 당시 예상됐던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자들의 진술전략과 주요 소명내용 등 대응 방안을 정리한 문건도 담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법원행정처 소속 현직 판사들에 대해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요구하려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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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임 전 차장이 고문으로 있던 서울 강남구 소재 투자회사 A인베스트먼트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이 은닉했을지 모를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판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법원 이메일 계정 내 이메일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훼손, 변경 또는 삭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역시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 자료를 제외한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인사자료, 재판자료, 정모 판사 등 일선판사 자료, 이메일, 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자기장을 이용해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삭제하는 ’디가우징‘된 양 전 대법원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는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