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서울북부지법, '위탁사업자계약' 헤어디자이너 근로자로 인정

# 미용사 A씨는 서울 강남 소재의 유명 브랜드 미용실에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보조인력(스텝)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0년 '헤어디자이너'로 승격된 A씨는 2011년 5월까지 정액의 수당을 받는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2011년 6월부턴 매출액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15년 퇴직했다.
A씨는 퇴직과 함께 미용실 주인 B씨에게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경력 헤어디자이너로서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한 독립적 사업자였다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또 스텝으로 일한 기간은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했다. 설령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용실 본사의 아카데미 교육비용 등으로 이미 정산처리돼 줄 퇴직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북부지법은 헤어디자이너 A씨가 미용실 주인 B씨를 상대로 퇴직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에서 헤어디자이너도 미용실의 근로자인 만큼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5. 30. 선고, 2016가단41354 판결).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헤어디자이너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나온 적은 없다.
이 재판에서 A씨는 자신이 사용·종속 관계 아래 B씨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B씨에 대해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A씨가 헤어디자이너가 된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는 별도의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 아래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각종 미용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일 때 매월 지급받는 보수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매출액에 의해 정산한 금액이기는 하나 이러한 성과급 형태의 금원은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미용실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스텝으로 근무한 기간의 퇴직금은 교육비 등으로 모두 정산됐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그러한 내용의 정산합의를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판단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부 소속 강상용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사업주는 헤어디자이너들에 대해 출퇴근 시간은 물론 복장, 휴대폰 사용까지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등 사실상 근로자로서 대했음에도 헤어디자이너들이 개인사업자로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점을 근거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법원이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이 정당한 근로자임을 인정받고, 사업주들의 편법 근로계약 체결로 인한 헤어디자이너들의 피해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