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만의 '지역 축제'맞지만…무시할 수 없는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 존재감, 세계인에게 눈도장 찍을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6일 미국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오는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상' 시상식의 수상 결과에도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아카데미 상'이 영화계에서 가지는 권위와 의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스카 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칸, 베를린, 베니스 등의 국제 영화제와는 달리 미국의 국내 개봉 영화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시상식이다. 아카데미는 시상식 전 한 해 중에 LA 지역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영화를 대상으로만 수상한다. 시상 부문 중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한 부문에서만 국외 개봉작을 대상으로 수상한다.
이에 '아카데미 상'에 대해선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들만의 상업적인 잔치라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국내 영화계에선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로 꾸준히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에 작품을 출품했으나 번번이 후보 선정에조차 실패하면서 "외국 영화에게 아카데미 상의 장벽은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은 지역 축제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월 봉 감독은 미국의 영화 매체 '벌쳐(VULTURE)'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음에도 오스카 상에 입후보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오스카 상은 지역 축제(local film festival)일 뿐, 국제적인 영화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전세계의 영화 팬들은 "오스카 상은 지역적인 것이 맞다"며 봉 감독의 발언에 호응했다.
아카데미 상의 권위에 대한 논란은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내에서 있었던 아카데미의 인종차별 논란이다. 1929년 시상식이 시작한 이래로 2015년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한 흑인은 최근 15명 뿐이었다. 2016년엔 남녀 주·조연상 후보와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흑인 배우나 감독이 아무도 올라가지 않으면서,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 스파이크 리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등 다른 소수계층을 다룬 영화에도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 '오스카는 하얗다(Oscar is white)'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매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아카데미 시상식 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현실적으로 여느 '지역 시상식'과 같다고 일축하긴 힘든 미국 할리우드의 세계 영화 산업 내 존재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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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의 영화협회(MPA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11억달러(약 36조4300억원) 규모의 세계 영화 시장에서 북미 개봉작이 29%의 비중을 차지해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다. 이같은 비율은 2014년 이후로 쭉 유지되어 왔다. 전세계 영화인의 중심지 할리우드를 가진 미국 영화 산업의 규모는 언제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비록 최근 인도의 '발리우드'와 중국 영화의 추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것이다. 따라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또 소수의 전문 심사의원들의 선정으로 수상작을 뽑는 칸, 베니스, 베를린과 같은 국제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수백명에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된다. 이에 아카데미상 수상은 비교적 대중적, 상업적 성공과도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까지만해도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은 세계적인 흥행으로 곧장 이어지는 등 상업적 성공을 보장받았다.
물론 많은 훌륭한 영화들이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하는 영어권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교적 저평가 받는 것은 영화계의 불편한 현실이다. 미국에서 열린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남긴 "1인치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수상소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