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새" 비하는 기본…두들겨 맞는 '민중의 지팡이'

"짭새" 비하는 기본…두들겨 맞는 '민중의 지팡이'

김영상 기자
2020.06.23 14:19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장모씨(28)는 올 2월15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은평구 한 도로에서 택시기사와 요금 문제를 두고 다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은평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처벌 없이 택시기사를 돌려보내자 화가 난 장씨는 경찰관의 팔을 붙잡은 뒤 여러 차례 흔들었다.

장씨는 경찰관이 순찰차에 탑승하자 "나와 XX", "왜 못 나오는데 XX새끼야", "너희들은 짭새(경찰을 비하하는 속어)야" 등 폭언을 퍼부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에 달라붙어 운전을 못 하도록 막은 뒤 약 20분간 유리문을 여러 차례 가격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판사는 이달 17일 경찰관의 공무를 방해한 혐의로 장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신 판사는 "술에 취해 저지른 의외의 행동이라고 변명하지만 선의로 이해하기에는 그동안 폭력적 행동으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너무 많다"면서도 "다행히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고 다른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벌금형에 그쳤다"고 밝혔다.

경찰관 욕설하고 들이받은 70대 남성, 벌금 400만원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이 현장에서 폭행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받는 사례만 해도 1만건을 넘길 정도다. 이중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0대 남성 김모씨는 올 2월10일 오후 9시57분쯤 서울 은평구 한 파출소에서 다른 시민과 말다툼을 하던 중 경찰관에게 귀가를 권유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경찰관에게 욕설하면서 양손으로 멱살을 잡고 머리로 경찰관의 얼굴을 들이받기도 했다.

신진화 판사는 김씨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했고 경찰관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폭력 전과가 다수 있었지만 모두 벌금형이고 대부분 오래전 사건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노상방뇨를 하던 30대 남성 신모씨가 이를 적발한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매년 공무집행방해 1만건, 징역형은 14%뿐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공무집행 방해사범 수는 매년 1만명을 넘는다. 최근 5년간 수치를 보면 △2014년 1만5142명 △2015년 1만4556명 △2016년 1만5313명 △2017년 1만2880명 △2018년 1만1426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혔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칠 정도로 처벌이 약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공무집행방해죄로 1심 재판을 받은 8791명 중 징역형을 받은 것은 1214명(13.8%)뿐이었다. 나머지는 집행유예(4194명·47.7%) 또는 벌금형(3006명·34.2%)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공권력이 투명성과 일관성을 잃으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위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 권력과 친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쌓이면서 공권력에 쉽게 순응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과 검찰이 사람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면 시민들은 공권력을 정말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며 "나만 법을 지킨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소위 사회 지도층이 공권력을 존중하는 데 앞장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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