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1.25. dahora83@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0/07/2020071414141822296_1.jpg)
#대학생 박모(23)씨는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만 20장을 샀다. 목적은 앨범에 담긴 아이돌의 팬 사인회 당첨권. 한 장의 당첨권을 위해 30만원을 썼지만 정작 앨범 자체는 둘 곳이 없었다. 결국 박씨는 장당5000원에 이를 모두 처분했다.
14일 가온차트 기준, 2020년 상반기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_7’은 420만 장 가량 팔렸다. 그러나 420만 명이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샀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의 앨범을 사는 팬들이 ‘팬싸컷’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 당첨자는 ‘랜덤추첨’과 ‘줄세우기’(앨범 구매량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결정) 방식으로 결정된다. 어느 방식이든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팬싸컷'은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사야 하는 앨범의 최소 개수를 말한다.
유명 아이돌의 경우 이 ‘팬싸컷’이 수십 수백 장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방탄소년단 팬 카페에는 “방탄 팬싸 앨범컷이 무려 300~400장이랍니다ㅜㅜ”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SNS 상에서는 ‘팬싸컷’에 관한 정보를 파는 사람이 있다. 팬사인회에 참석하지 못할까봐 불안함을 느끼는 팬들이 많아 정보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구매하거나 대리 응모를 의뢰하는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일부 아이돌의 온라인 앨범 판매에 ‘수령 포기’ 옵션이 있어 논란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령 포기’는 팬 사인회 응모권만 받고 앨범은 받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수십장의 앨범을 구매하지만 실상은 앨범 한장에 팬싸인회 응모권 비용만 더 지불하는 것이다.
A씨는 ‘팬 사인회에 가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어 시도도 안 해봤다.’고 밝혔다. 아직 고등학생인 B씨(18)는 "용돈을 모아 앨범 한 장 사는 것도 어려워 팬 사인회는 나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고 했다.
10년 차 아이돌 팬이라는 C씨(22)는 “이쯤 되면 앨범 장사가 아니라 팬싸 응모권 장사”라며 “회사가 앨범 팔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앨범 100만 장 팔면 한 50만 장은 버려질 것”이라며 기획사가 아이돌 팬들의 낭비를 조장한다는 점을 짚었다.
스트리밍 위주로 음악 시장이 개편되었음에도 소속사나 제작사에서는 앨범 판매에 힘을 쏟는 이유는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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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 박지종씨는 “인기 아이돌의 경우 앨범은 스트리밍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팬덤을 갖춘 가수의 경우에는 팬덤의 구매력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여 수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평론가들은 엔터사들의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라고 말한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아이돌 음반은 스타와 관련된 기념상품을 소장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음악시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상품시장이 됐다는 지적이다.
박 평론가 역시 "아이돌의 음반 판매는 음악을 판매한다기 보다는 일종의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판매하는 개념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음악 외적인 면만 생각하다보니 음반 시장이 공허해질 수 있다”며 “소비자와 아티스트 모두가 음악적인 면에 집중해서 음반의 내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가요계에서는 실물 앨범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5년 830만 장 수준이던 국내 앨범 연간 판매량이 2017년에는 1690만 장으로 늘었다. 2018년에는 2000만 장을 넘어섰으며 지난해는 2459만 4928장이 팔렸다.